- 작년 한해 112만명 문턱 낮추자 ‘전국민 로또’로 변질
- 전년 대비 무순위 청약 지원자 경기 30배, 세종 12배 증가
- 엄태영 의원 “제도적 허점 손질과 투기 차단 조치 등 서민 보금자리 마련 돕는 실질적 공급 대책안 필요”
올해 8월까지 전국의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에 625만명 넘게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지원자의 6배 가까이 폭증하면서 투기판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 무순위 청약 신청자는 전국 625만 898명으로 집계됐다. 이미 지난해 연간 신청자인 112만 4188명보다 5.6배나 늘어난 규모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417만 5875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이 104만 46532명, 세종 77만 95건 등 순이다. 전년 대비 경기 무순위 청약 지원자가 30배 늘었고, 세종 12배 넘게 증가했다.
무순위 청약은 본 청약에서 모집 가구 수 대비 청약자 수가 미달하거나 부정 청약 등으로 계약이 해지된 물량을 다른 실수요자에게 다시 공급하는 절차다.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5월 정부가 무순위 청약을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한정했으나, 이후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미분양 우려가 커지자 지난해 2월 민영 아파트 무순위 청약 요건을 사는 지역이나 주택 수와 관계없이 누구나 청약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현재 무주택·거주지 요건 등은 당첨자의 불법 전매, 부동산 공급 질서 교란 행위 등이 적발돼 주택을 회수한 뒤 재공급하는 '계약 취소 주택'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이렇다 보니 전국 누구나 청약 신청을 할 수 있는 '줍줍' 단지가 나올 때마다 역대급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최초 분양가 적용으로 "앉아서 수억~수십억 원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7월 경기도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94만 4780명이 몰렸다. 같은 날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 접수가 겹쳐 청약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며 청약홈 접속에 차질을 빚어 접수 기간이 하루 더 연장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2월 서울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무순위 청약 3가구 모집에도 101만 3456명이 신청했다.
지방에서는 수억 원의 시세 차익이 보장되는 세종 아파트 무순위 청약의 인파 쏠림이 두드러졌다. 올해 4월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2' 전용 84㎡ 미계약 1가구 무순위 청약에는 24만 7718명이 접수했고, 5월 '세종린스트라우스' 전용면적 84㎡ 1가구 무순위 청약에는 43만 7995명이 몰렸다.
무순위 청약이 투기판으로 변질되면서 정작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무주택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도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무순위 청약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거주지나 주택 소유 여부, 청약 과열 지역인지 등이 주요 고려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엄태영 의원은 "무순위 청약 등 실수요자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제도들이 오히려 투기 심리를 조장하는 기폭제가 되는 실정"이라며 "제도적 허점 손질과 투기 차단 조치 등 서민들의 보금자리 마련을 돕는 실질적인 공급 대책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지만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