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출신 제천시장, “고려인 유치 인구 절벽 해소”

기사작성 : 2025년 03월 13일 15시 24분 55초

‘3쾌한 주택 출산 지원사업’…출산가정에 최대 3800만 원 지원

마을 원주민과 귀농·귀촌 전입 주민간 괴리감 줄이기 위해 노력

고려인 550여 명 이주…‘한국어교육시스템 구축’ 지역민과 소통

 

인구는 지역의 성장과 존폐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인구감소는 주민세·지방소득세 등 세수 감소와 직결돼 지방소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인구감소는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에 필요한 과제라는 판단에서다. <편집자주>

 

김창규 시장은 보기 드문 외교관 출신 지방자치단체장이다. 지난 1984년 외무고시 합격 이후 외교통상부 인사제도계장과 독일 참사관·아제르바이잔 대사 등을 지낸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마지막 열정을 고향인 제천에서 불사르고 있다. 인구소멸 위기를 맞은 국내 시·군 지자체의 대부분은 출산이나 결혼 장려, 귀농·귀촌인 유치 등에 목을 매고 있다. 김 시장은 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신의 ‘전공’에 맞게 외국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중앙아시아 고려인의 삶을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했다. 이들 고려인들은 일제강점기와 2차 세계대전 등을 거치며 중앙아시아의 낭인이 됐다. 구 소련은 일본의 항복으로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자 일제강점기 연해주 등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조선인들을 소련연방 곳곳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특히 중앙아시아로 집중적으로 이주시켰다.

 

창의 고장인 제천 출신인 김 시장은 평소 독립군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구한말 1차와 2차에 걸쳐 일제에 대항했던 제천 의병은 이후 만주와 연해주 등지로 자리를 옮겨 독립운동을 이었다. 특히 제천 의병은 대한독립군과 대한광복군의 시금석이 됐다. 이들의 후손들은 이후 구 소련에 의해 중앙아시아 등지로 강제 이주 됐다는 것이 평소 그의 생각이다. 김 시장은 의병의 후손으로 이들을 제천으로 이주시키기로 결심했다. 바탕에는 급격히 줄고 있는 제천시의 인구늘리자는 것이 복안이었다. 김 시장은 취임과 동시에 이를 즉각 실천에 옮겼다. 기존의 인구늘리기와 다른 방식은 즉각 전국의 각 지자체들로부터 관심을 모았다. 외신도 그의 고려인 유치사업을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적인 시도’라고 평가하면서 지면에 소개했다.

 

제천시의 인구는 2000년 14만7950명에서 2023년 13만194명, 지난해 말에는 12만8569명으로 13만 명대가 무너졌다. 2023년 신생아 수는 516명으로, 사망자 1277명에 비해 현저히 적다. 이런 추세라면 1년에 700명 이상 인구가 줄어 머지않아 10만 명 선 아래로 주저앉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고려인이 늘고 기업 투자 유치가 활발해지면서 제천 인구 문제는 새로운 모멘텀을 형성하고 있다. 생활인구 45만 명을 웃도는 등 증가세가 뚜렷해진 데다 관광객 수도 충북 도내 1위에 오르면서 정주 인구 확대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김 시장은 “고려인 유치사업은 여러 매체와 소멸 위기 도시에서 큰 관심을 받는 인구 부양책이자 지역경제활성화 정책이자 의병의 후손 이주·고향 찾아주기 정책”이라면서 “이를 통한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 지역 특화사업 육성, 주택·교육·복지 기반을 확충해 정주 인구를 늘리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출생아를 늘리려면 젊은 인구가 지역을 떠나지 않아야 하고, 외지 젊은이들이 제천지역에 정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인구 유인책이 있다면.

“청년들의 안정적인 자립 기반 조성을 위해 지난해 1월 청년지원팀을 신설하고 청년 정착지원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자리 기반 마련을 위해 청년을 고용하는 관내 기업에 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다양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의 디딤돌 역할도 해주고 있다. 청년센터를 조성해 청년 역량 강화와 심신 안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청년주택자금 이자지원사업, 제천행복주택, 이음빌리지, 채움하우스, 청년농촌보금자리 조성사업 등 여러 가지 주거정책을 통해 청년의 주거 마련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생아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출생률은 계속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출생을 늘리기 위한 대안이 있다면.

“저출산·저출생 문제는 단순한 출산 장려를 넘어 주거와 일자리·교육·복지 등 사회 전반의 구조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된 복합적 과제다. 경제적 지원으로는 출산가정에 최대 3800만 원을 지원하는 ‘3쾌한 주택 출산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도내지역의 최초로 공공 산후조리원도 상반기 개원한다. 시는 임신·출산하기 좋은 환경조성을 위해 올해부터 신혼부부 결혼지원금 사업을 새롭게 도입했다. 출산과 양육 전 단계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

 

-귀농·귀촌인 유치와 지원사업은 은퇴자 등 외지인 유인에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원주민들과의 갈등도 불거지고 있는데.

“마을 원주민과의 괴리감을 줄이기 위한 귀농·귀촌 전입한 주민 환영회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귀농·귀촌인의 이주 정착 후 지역주민과의 소통 융화를 도모할 수 있도록 경로당에 모여 식사를 접대하거나 직접 포장한 선물을 집집마다 나눈다. 매년 8~9월 귀농·귀촌인 화합을 위해 교류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귀농·귀촌인들의 안정적인 정착과 지역주민과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업을 발굴해 추진하겠다”

 

-고려인 유치사업은 세간으로부터 큰 관심을 끌고 있고 가시적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방인 유치에 관한 지역민들의 반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려인들이 밀집한 청전동 상권은 지역민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고려인과 지역주민의 화학적 결합도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데.

“국내·외 큰 관심 속에 현재 550여 명의 고려인들이 제천지역으로 이주·정착했다. 고려인들의 성공적인 이주·정착을 위해 지역민과 융화되는 자생적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융화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추로 한국어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취업부터 모든 생활 영역까지 지역사회의 동등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아이부터 성인까지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다. 언어생활의 자유는 곧 생활 영역의 자유로 이어진다. 지역민들과 원활히 소통해 교류가 확대되고 정서적·문화적 공감대를 유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024년 5~10월 6회에 걸쳐 지역주민 5세대 15명과 동포 가정 5세대 15명 등이 함께 자원봉사 활동을 하기도 했다.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동포 역할을 강화하고 원활한 일상생활을 위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한 고려인 동포들의 자발적 노력과 함께 동포 청소년 초청 문화행사, 지역주민과 동포 화합 행사 등을 개최해 더 두터운 사회적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과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출생 없이 인구를 유지하려면 자연 감소를 줄여야 한다. 제천지역의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3만5000명을 웃돌고 있다. 시민의 건강한 노년을 위한 정책은.

“전국 최초로 시행한 ‘제천형 경로당 점심 지원사업’을 통해 주 5일, 월 20일을 균형 잡힌 식단으로 매일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매일 한 끼의 규칙적인 식사 제공은 건강 유지와 수명 연장에 큰 도움이 된다. 지난 2월 말 기준 제천지역 전체 경로당 341곳의 76%인 262곳이 참여하고 있다. 1일 평균 4542명 노인들이 식사를 제공받고 있다.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통한 지역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로당을 거점으로 마을 전체 공동 돌봄 체계도 구축되고 있다. 노인 우울증과 고독사 예방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본다” /정리 최경옥·안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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