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 ‘동국여지승람’ … 단양 먹이 먹 가운데 최고 등급
‘청주 명암동 출토 ‘단산오옥’명 고려 먹’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보물 제1880호로 지정된 ‘단산오옥’명 고려 먹은 1998년 청주시 동부우회도로 건설공사 구간 내 명암동 1지구에서 발견된 고려 시대 목관묘에서 출토됐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려시대 먹이다.
규격은 길이 11.2cm, 너비 4cm, 두께 0.9cm이며, 먹의 머리를 둥글린 비석 형태다. 앞면에는 먹의 이름을 써넣은 규각형(圭角形)의 공간이 있다. 그 가장자리에는 물결무늬(波狀文)가 중첩돼 새겨져 있다. 뒷면에는 용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우아한 곡선으로 표현한 비룡문(飛龍文)이 새겨졌다.
출토 당시 이 먹은 무덤 주인의 머리맡 부근 철제가위 위에 반으로 조각난 채 놓여 있었다. ‘단산오(丹山烏)’라는 글자가 세로로 쓰인 면이 위쪽으로 놓여 있었다. ‘오(烏)’자 밑에는 ‘옥(玉)’의 첫 획으로 추정되는 ‘일(一)’자 획이 보인다. 이는 먹을 갈아 사용하면서 닳고 남게 된 획으로 보인다.
‘단산오(옥)(丹山烏(玉)’의 ‘단산(丹山)’은 단양의 옛 이름이다. 1018년(고려 현종 9)부터 단양군(丹陽郡)으로 승격되는 1318년(고려 충숙왕 5)까지 사용됐다. ‘오옥(烏玉)’은 먹의 별칭인 ‘오옥결’의 약칭이다. 이에 ‘단산오옥(丹山烏玉)’은 ‘단양 먹(丹陽 墨)’이라는 뜻임을 알 수 있다.
단양 먹은 ‘세종실록(世宗實錄)’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에 ‘먹 가운데 가장 좋은 먹을 단산오옥(丹山烏玉)이라고 한다’고 기록될 정도로 가장 우수한 먹으로 꼽혔다. 원나라 도종의(陶宗儀)가 지은 ‘철경록(輟耕錄)’에 의하면, 고구려가 송연묵(松烟墨)을 당에 세공(歲貢)으로 바쳤다는 기록이 있어, 우리나라에서 삼국 시대에 이미 먹을 제작·사용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원나라 육우(陸友)가 지은 ‘묵사(墨史)’에는 ‘고려가 공납한 먹 중에 맹주(猛州)의 것이 상이고 순주(順州)의 것이 그 다음이다’고 기록돼 있다. 이상의 기록을 통해 볼 때 맹산·순천·단양지역이 우리나라 주요 먹 생산지였으며 단산오옥 먹은 조선 시대까지 그 명성이 유지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보물 제1880호로 지정된 ‘청주 명암동 출토 ‘단산오옥’은 고려 먹의 구체적인 양상을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통 먹의 연구에 있어 귀중하게 활용될 수 있는 문화재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경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