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용역 결과 “의림지·제림 세계문화유산 등재 요건 갖췄다”
“등재 요건 ‘탁월한 보편적 가치’ 지녀”…‘수전농업 특수성’
제천시가 의림지 제방에 수백 년 된 소나무 군락지인 명승 ‘제림(堤林)’에 대한 집중관리에 나섰다.
시는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국지성 호우 및 폭염 등으로 ‘제림’의 소나무 수세가 약화돼 방제 및 영양 관리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의림지 제림 주변에 둘러 쌓인 산림으로부터 재선충 등 병해 발생을 막기 위해 매년 예찰을 통한 병해충 예방 및 방제작업과 수관 솎기와 토양관주 등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제림의 소나무와 인접한 가옥의 피해 방지를 위해 오래된 지엽 제거 및 지엽 무게 경감 등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제림 내 가옥 및 농수로 인접한 소나무에 양분과 수분 공급 등 집중관리 중이다.
의림지 주변 제림(堤林)은 지난 2006년 12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0호로 지정되는 등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빼어난 주변 경관으로 제천10경 중 으뜸으로 꼽힌다.
제림은 1500년 이상의 세월 동안 한 자리에서 제천지역이 변화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던 의림지(명승 20호)와 한 몸이다. 의림지 둑에 자생하고 있는 소나무 군락이다. 의림지는 제천시민들에게 있어 심장과 다름이 없다. 과거의 의림지는 제천지역의 곡식을 제공하고 원천이었다면 오늘의 의림지는 제천시민들에게 있어 정신적 지주이고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제천지역의 역사이자 미래인 의림지와 제림은 오늘도 그렇게 그 자리에서 현존하고 있다.
제림은 옛 문헌에도 의림지와 함께 그려지고 있다. 조선시대 화가였던 기야(箕野) 이방운(李昉運)의 그린 풍경화는 250여 년 전 의림지와 제림의 아름다운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림 속의 의림지는 둑 아래 세거지가 형성돼 있고 버드나무가 즐비하다. 현재 이 모습은 남겨져 있다. 의림지 둑의 주류를 이루었던 버드나무는 소나무로 바뀌었다. 의림지에는 어부들이 한가롭게 낚시 삼매경에 빠져있다. 선비는 버드나무 아래에서 지긋이 눈을 감고 시심(詩心)을 떠올리고 있다. 시종을 대동한 양반은 노새에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싣고 벌써부터 풍류놀이의 감흥에 빠진 듯 발걸음을 재촉한다. 당시의 소나무는 수백 년의 세월 속에도 멋스러움을 잃지 않고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최근의 의림지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삼삼오오 손에 손을 잡은 가족 단위 관광객과 연인들은 둘레 1.8㎞, 수심 8m 정도의 의림지에서 오리배를 타고 나룻배를 직접 저으면서 의림지의 풍광을 만끽한다. 이곳에 서식하는 청둥오리는 오리배가 가까이 올 때까지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헤엄을 치며 노닐고 있다.
의림지 제방 위 제림에는 200~300년 된 소나무와 버드나무가 즐비하다. 이곳의 소나무는 짙은 그늘을 만들어 휴식 공간으로 제격이다. 주변에는 영호정(暎湖亭)과 경호루(鏡湖樓)와 같은 정자와 누각이 있다. 인근에 제비바위(熱子岩)·용바위(龍岩)·홍류정지(紅流亭址) 등 전통적인 시설물이 함께 어우러져 고풍스러운 운치를 더 한다. ‘조선환여승람’에 “우륵정은 의림지 동북쪽 벼랑 밑에 있다”는 기록을 근거로 제천시가 2010년 6월 재현한 우륵샘에는 갈증 난 목을 축이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의림지는 김제의 벽골제, 밀양의 수산제와 함께 한국 고대 수리시설의 하나로 ‘삼국사기’ ‘고려사’ ‘세종실록’ 등에 기록된 유구한 역사의 수리시설이다. 시는 의림지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의림지’와 의림지 제방의 소나무 군락인 ‘제림(堤林)’의 역사성과 가치를 재조명하는 연구용역을 추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시킨다는 것이 시의 계획이다.
삼한(三韓)시대에 축조, 완벽한 현존하고 있는 국내 최고(最古)의 농업용 저수지인 의림지(義林池)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면 유적 보존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의림지와 제림 등 명승지로 지정된 구역을 핵심구역으로 하고, 의림지 주변 반경 500m 이내를 완충구역으로 설정·관리해야 하는 대책 마련의 시급성도 제언됐다. 제천시의 의뢰를 받아 연구용역을 수행한 한국정책능력진흥원이 내놓은 ‘제천 의림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추진 연구’ 결과이다.
의림지는 삼한시대 3대 수리시설(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 중 현존하면서 지금까지 관개 기능을 수행하는 유일한 저수지다. 2006년 국가명승 제20호로 지정됐다. 다양한 축조설이 있지만 5세기 후반 이전 삼한시대 저수지라는 게 학계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제방 위의 소나무와 버드나무 숲인 제림도 ‘의림지도’ ‘제천현지도’ 등과 같은 고지도에 기록돼 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최경옥·박경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