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품 팔며 생활…“차상위계층 연탄 없으면 겨울나기 어려워”
연탄 한 장에 800원…한 달에 20만 원
올해 충북 연탄쿠폰 대상 3800여 가구
“요즘 누가 연탄을 때냐고 그러잖아. 근데 우리한테 도시가스 설치할 몇백만 원이 어디 있고, 보일러 채울 기름은 매번 어떻게 사냐고.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거지”
제천지역의 한 주택에서 김모(75) 씨가 폐품 정리에 한창이다. 폐품을 고물상에 내다 팔며 생활하는 그에게 최근 내린 폭설은 관심 밖일뿐더러 달갑지도 않다. 금세 폐품 정리를 끝내더니 집 뒷공간 보일러실에서 연탄을 갈아 넣는다. 귀까지 내려오는 두툼한 털모자에 하얀색 마스크, 팔에는 기모용 토시까지. 날이 갑자기 쌀쌀해졌다 해도 아직은 낯선 완전무장의 겨울 차림이다. 연탄불은 추위를 녹이기에 역부족이다. 그래도 연탄 불씨가 그에게는 유일한 겨울나기 방안이다.
지난 주말 연탄 은행에서 지원받은 연탄 200여 장이 보일러실 옆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 든든하지만 기관지가 안 좋은 그에게 연탄가스는 걱정거리로 다가오기도 한다. 김 씨에게 난방을 세는 단위는 ‘장(張)’이다. 한 장에 800원, 하루에 8장이 쓰인다. 한 달에 20만 원 정도가 겨울철 난방비에 들어가는 셈이다. “폐품 주워봤자 한 달에 2만 원 정도 벌려나. 매달 들어오는 연금 60만 원이 전부지 뭐. 거기서도 기관지 약값 제하면 만만치가 않아”
여든을 바라보는 그에게는 5~6시간마다 연탄을 제때 교체하는 것도 고된 일이다. 온수를 받기 위한 기름보일러가 있지만 거의 쓰임이 없다. 겨울에 샤워를 자주 하지도 않지만, 실은 비용이 이유다. 쓰임이 많아도 쓰는 데 겁이 나는 현실이다. “기름보일러는 저녁에 샤워할 때만 잠깐 틀고 쓰지. 마음 놓고는 못 써. 기름 80리터에 10만 원 정도 줬나. 이걸로 겨우내 쓴다고”
날이 추우면 연탄을 더 자주 갈아 줘야 한다. 해가 지날수록 매서워지는 겨울 날씨가 그에게 연탄 개수를 계산하게 만든다. 차상위계층인 김 씨는 최근 지자체로부터 연탄 쿠폰을 발급받아 연탄 700장을 주문했다. 연탄 쿠폰은 저소득층 난방비 부담 완화를 위한 지자체 복지 사업이다. 현금카드 방식으로 지급돼 연탄을 구매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하소동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최근 30여만 원을 들여 매장에 연탄난로를 설치했다. 지난해까지는 기름을 이용, 난방을 했지만 난방방식을 바꿨다. 운영비용을 다소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김밥 판매수익이 예전만 못하다. 재료비용이 올라 가격을 올렸더니 고객들의 발걸음이 크게 줄었다.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것이 난방비 절약이고, 선택한 것이 연탄이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완연한 겨울 날씨로 접어드는 가운데 연탄 기부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까지 줄어들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연탄 사용에 대한 인식이 낮아지면서 기부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6년 27만 가구로 정점을 찍은 연탄 사용 가구 수는 이후 17년간 감소 추세에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아직 7만4167가구는 연탄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지역은 일부 지역에서는 연탄 가구 수가 증가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 중 45%가 독거노인 및 장애가정 등 소외가구, 42%가 기초생활수급 및 차상위 가구인 것으로 집계됐다. 에너지 취약층에게 연탄은 여전히 필수적인 난방 수단인 것이다.
제천지역에서 가동되면 2개 연탄공장이 폐업을 했다. 정부 보조금이 끊기면서 더 이상 운영이 어려워서이다. 이 자리에는 대형마트가 들어온다는 소문이다. 제천지역에서 생산된 연탄은 중부권과 멀리는 강원 양구군까지 판매됐다. 대부분 화훼농가는 연탄을 이용한 난방으로 겨울을 버텼다. 이들 연탄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화훼농가와 연탄을 이용해 난방을 했던 취약계층의 근심이 태산이다.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원 공급이 어려워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연탄=취약계층 연료’라는 인식 때문이다. 이래저래 취약계층은 겨울은 올해도 여전히 추을 듯싶다. 연탄은행 관계자는 “요새 날씨가 추워지는데 경기 상황이 썩 좋지 않다 보니 후원 역시 줄어든 상황”이라며 “올해 동절기가 특히 걱정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경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