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했으면 그랬겠나”…"국회의원들이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드니까…"
한밤 6시간 비상계엄 사태
시민들 당혹·불안감 드러내
“지난 2024년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당혹스럽고 개탄스럽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6시간 만에 이를 해제한 가운데 4일 오전 최모(30대) 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비상계엄령이 발동됐던 게 박정희 대통령 때 말고는 없었다”라면서도 “앞으로 윤 대통령이 정권을 유지하는 힘을 잃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여전히 시국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모(40대·여) 씨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라며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되물으며 불안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던 김모(70대) 씨는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그는 “내 인생에 비상계엄을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라며 “경제가 어려워 가뜩이나 국민이 힘든데 정치가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모(30대·여) 씨는 “윤 대통령이 어린아이 같기도 하다”라며 “정국 운영이 마음대로 잘 안되니까 혼자 극단적으로 이러한 행동을 한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송모(70대) 씨는 윤 대통령에게 동정을 표하기도 했다. 송 씨는 “오죽했으면 그랬겠나”라며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발목을 잡,고 아무것도 못 하게 만드니까 이렇게 한 것 아니겠나”라고 이야기했다.
◇윤 대통령의 심야 비상계엄 선포…해제까지의 6시간
지난 3일 밤 10시29분께 윤 대통령은 예고 없던 긴급 대국민담화를 열고 국회를 ‘종북 반국가세력’으로 지칭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1979년 10·26 사건(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이후 45년 만의 일로, 1987년 민주화 이후로는 초유의 사태다.
이후 약 한 시간 뒤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를 내고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며, 모든 언론과 출판을 통제하겠다”라고 밝혔다. 계엄이 선포되자 군·경은 비상 대응에 나섰다. 국방부는 전군에 비상 경계를 지시했다. 서울경찰청은 산하 경찰서 31곳에 ‘을호비상’을 발령했다. 을호비상은 경찰 비상근무 중 두 번째로 높은 단계다.
아울러 총을 멘 계엄군은 이날 오전 0시께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 사무처 직원, 정당 보좌진 등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국회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상정한 본회의를 개의했다. 이 같은 결의안은 오전 1시2분께 재석 190인 중 찬성 190인으로 통과됐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약 2시간30분 만이다.
표결 전후로 여야는 입을 모아 윤 대통령에게 계엄 해제를 촉구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세 시간 이상 침묵을 지키다 결국 이날 오전 4시26분께 추가 담화를 통해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한다”라면서도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거쳐 4시30분부로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앞서 군은 오전 4시22분부로 계엄사무에 투입된 병력을 부대로 복귀시켰다. 한밤 윤 대통령의 계엄령 사태는 6시간 만에 일단락됐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