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평가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만점자 11명…최고표점 국어 11점, 수학 8점 하락
최고 표점 획득 응시생은 국어 16.5배, 수학 2.5배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지난해보다 평이했다. 국어와 수학의 최고 표준점수는 일제히 하락했고, 지난해 1명에 그쳤던 전 영역 만점자는 11명으로 5년 만에 두 자릿수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공개한 2025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영역별 최고 표준점수는 국어 139점·수학 140점 등으로 집계됐다. 표준점수는 시험이 쉬워 평균이 상승하면 높아지며 수능 난이도 척도도 된다. 지난해 수능과 견주면 국어는 11점, 수학은 8점 줄었다.
국어를 모두 맞히고 최고점을 얻은 응시생은 1055명으로 지난해 64명 대비 16.5배 늘었다. 현 수능 체제 도입인 2022학년도 이후 가장 많아 꽤 쉬운 시험이었다. 수학은 응시생 1522명이 모든 문제를 맞혀 표준점수 140점을 얻었다. 이들은 대부분 '미적분' 응시생으로 추정된다. ‘확률과 통계’ 등 타 과목은 만점을 맞았어도 조정 표준점수 계산 방식 때문에 표준점수가 낮을 수 있다.
수학 최고 표준점수 만점자(1522명)도 지난해(612명)보다 2.5배 늘었다. 2022학년도 이후 2702명→934명→612명 등 감소해 왔다가 다시 1000명을 넘어선 것이다. 1등급 구분 표준점수는 국어와 수학 모두 131점이었다. 지난해 모두 133점이었고 모두 2점씩 각각 떨어졌다.
영어 영역은 2만8587명이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획득해 1등급을 받게 됐다. 전체 응시생 대비 6.22%다. 영어는 절대평가 영역으로 성적표에 등급만 통지된다. 영어 1등급 비율은 절대평가 도입(2018학년도) 이후 지난해가 4.71%로 가장 어려웠으며 2021학년도가 12.66%로 가장 쉬웠는데 중간 수준으로 적정 출제됐다.
사회탐구는 까다로웠다. 과학탐구는 다소 평이했다. 사회탐구 9과목 중 6과목의 최고 표준점수가 1년 전보다 올랐다. 가장 높은 생활과 윤리는 77점으로 12점 치솟았다. 최고점이 가장 낮은 과목은 정치와 법으로 66점이다.
과학탐구는 반면 8개 중 5개 과목의 최고 표준점수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지구과학Ⅰ(68→72점)과 생명과학Ⅰ(69점→70점)만 각각 4점 높아졌다. 화학Ⅱ의 표준점수 최고점(73점)이 가장 높고, 화학Ⅰ(65점)이 최저였다.
올해 전국 수능 응시자는 46만3486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지원자(52만2670명) 중 5만9184명(12.8%)가 결시했다. 응시자 중 고3 재학생이 30만2589명(65.9%),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 ‘N수생’은 16만897명(34.7%)이었다. 지난해보다 각각 1만5087명, 3529명 늘어났다. N수생 응시자는 2006학년도 이래 20년 만에 최고치다.
국·영·수 모두 지난해보다 쉽고, N수생이 늘었고, 의대 등 수험생 선호 학과의 모집인원이 크게 늘면서 대학은 최상위권 변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만점자~1등급 표준점수 차이는 국어가 8점, 수학은 9점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어는 17점, 수학은 15점이었다. 이 차이가 크고, 점수대별로 응시생이 빠짐없이 배치될수록 대학이 표준점수를 통해 상위권을 변별하기 쉽다. 이를 두고 일부 전문가는 ‘변별력이 반토막 났다’고 평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어와 수학 모두 지난해보다 변별력이 크게 약화했다”라며 “의과대학 모집인원 확대 속 최상위권 정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영어 1등급 비율이 다소 늘어나면서 수시 전형 탈락자는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수시 일부 전형에서는 영역 몇 개의 등급을 합한 숫자로 최저학력기준을 판정한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최상위권에서 수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자는 증가할 전망”이라면서도 “3등급 누적 비율이 다소 낮아져(46.84%→43.94%) 중상위권 변별력은 다소 높아졌다. 중상위권 대학에 지원한 수험생들의 경우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입시 업계 가채점 결과와 달리 국어와 수학의 최고 표준점수 차는 그리 크지 않았다. 당초 수학이 국어보다 7점 높을 것(EBSi 기준)으로 관측됐으나 1점 차이에 그쳤다. 이 소장은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에 비해 높게 나타났지만, 국·수 영역 간 영향력의 차이나 유·불리 현상은 축소될 전망”이라며 “그 틈새를 어렵게 출제된 탐구영역이 들어가 변별의 도구로 쓰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임 대표도 “각 대학별 탐구영역 표준점수 발표 상황에 따른 유불리 대학 파악이 중요하겠다”라고 내다봤다.
출제진이 소위 ‘사탐런’ 때문에 탐구영역, 특히 사회탐구의 상위권 변별력을 높이려 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탐구영역은 계열 구분 없이 1개 또는 2개 과목을 응시할 수 있다. 사회와 과학을 하나씩 섞어서 2개 치른 수험생은 매년 1만 명대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4만7723명으로 약 3배 늘어났다. 정부의 전공자율선택제 확대 정책 기조로 대학이 수능 응시제한 빗장을 푼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상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