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오적 중 2명이 충북 출신…매국·항일의 두 얼굴 품은 고장

기사작성 : 2025년 01월 02일 10시 50분 03초

충주 군부대신 이근택·영동 농상공부대신 권중현

민족대표 33인 중 6명도 충북 출신역사의 명암

 

2025년은 을사(乙巳)년이다. 60간지 중 42번째로서 청색의 과 뱀 를 가리켜 푸른 뱀의 해라고도 부른다.

 

을사년에는 645년 을사의 변, 945년 왕규의 난, 1545년 을사사화, 1905년 을사늑약, 1965년 한일협정 등의 역사적 사건이 있었다. 특히, 120년 전 을사늑약은 한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제국은 불평등 조약을 통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식민지화에 다가섰다. ‘을씨년스럽다의 어원인 을사년스럽다도 이때 이후로 생겨났다고 한다.

 

당시 대한제국의 각료 대신 8명 중 5명은 을사늑약에 서명하며 나라를 팔았다. 학부대신 이완용, 군부대신 이근택, 내부대신 이지용, 외부대신 박제순, 농상공부대신 권중현. 후세는 이들을 매국노의 상징 을사오적이라 부른다.

이 중 2명이 안타깝게도 충북 출신이다. 군부대신 이근택(李根澤·1865~1919·사진 왼쪽)과 농상공부대신 권중현(權重顯·1854~1934·사진 오른쪽)이 각각 충주와 영동에서 태어났다.

명성황후 눈에 띄어 벼슬길에 오른 이근택은 을사늑약에 이어 1910년 한일병합조약에도 협조했다. 그 공으로 일제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고 조선총독부 중추원 고문에 임명됐다. 이근택의 형 이근호와 동생 이근상도 한일병합 후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았다. 일제강점기 때 3형제가 일제 작위를 받은 경우는 이근택 집안이 유일하다. 이근택의 후손들은 광복 후 교사와 대학 교수, 대학 총장을 지냈다.

 

또 다른 을사오적 권중현은 임진왜란 공신 집안에서 변절한 사례다. 충장공 권율 장군의 9대손인 아버지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9대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뛰어난 부모 밑에서 못난 자식이 나왔다는 호부견자(虎父犬子)’의 대명사로도 불린다. 음서제로 입직한 권중현은 친일 개화관료의 길을 걸으며 한성부윤과 법무대신·육군부장 등에 올랐다. 을사늑약과 한일병합조약 체결 후에는 일제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았다. 1934년 경성부에서 숨질 때까지 79세를 살았다.

 

이들 외에도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지낸 민영은(청주)과 이범익(단양), 방인혁(보은손재하(영동정석용(옥천이경식(제천) 등은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포함된 대표적 충북 출신 친일파다. 이들이 부역한 중추원 참의는 조선총독부 자문기관이다. 친일 한국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관직이었다.

 

비관료 분야에선 친일 언론인 홍승구(옥천), 친일 공산주의 시인 김용제(음성), 친일 문학평론가 김기진(청주), 친일 기독교인 신흥우(청주) 등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올라 있다.

 

충북은 을사오적 5명 중 2명이 태어난 오욕의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독립선언서 민족대표 33인 중 6명을 배출한 애국충절의 고장이기도 하다. 의암 손병희·청암 권병덕·동오 신홍식·은재 신석구 선생이 청주 출신이고, 우당 권동진 선생이 괴산 출신이다.

 

청주 출생의 정춘수는 3·1운동 후 변절해 국민정신총동원 기독교조선감리회연맹 이사장을 지냈다. 청주 삼일공원에 충북 출신 민족대표와 함께 세워졌던 그의 동상은 1996년 시민단체에 의해 철거됐다. /최상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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