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설악산·치악산 등 국내 3대 트리플 악산
월광사지 국내 선종의 메카…9산 선문 형성
낭혜화상 제자 원랑선사 주석했던 ‘월광사’
어느덧 강추위가 유난히 길고, 눈도 많았던 겨울도 끝자락으로 치닫는다. 날이 따뜻해지면 그동안 쉬었던 ‘트레킹’에 나서겠다고 벼르는 마니아들은 하루가 길기만 하다. 국내·외 트레킹 전문 승우여행사는 봄철을 앞두고 제천시 덕산면 월악산을 ‘2025년 꼭 걸어야 할 버킷리스트 여행지 10선’을 선정하고 발표했다. 선정된 10선은 다채로운 풍경을 만나는 것은 물론, 완주했다는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국내 5곳과 해외 5곳의 등산길 ‘트레일(Trail)’이다. 승우여행사는 이들 10선을 여행 상품으로 기획해 자사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이다. 국내 5선은 제천 월악산과 속초 설악산·원주 치악산 등 3대 악산 챌린지, 전라북도 진안 진안고원길 14구간, DMZ 평화의 길 35구간, 강원도 운탄고도1330 9구간, 한라산둘레길 9구간 등이다. 해외 여행지로는 몽골 고비사막, 일본 미야기올레, 캐나다 로키산맥 빙하트레킹, 이탈리아 돌로미티와 아말피 코스트, 중국 구채구와 황룡 등이 선정됐다. 승우는 국내·외 트레킹 상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는 국내 유명 전문 여행사이다. 관련 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월악산(1094m)은 설악산(1708m)과 치악산(1288m) 등과 함께 ‘대한민국 3대 악산’으로 꼽힌다. ‘악산’(岳山·嶽山)은 ‘산세가 험하고 오르기 어려운 산’을 일컫는다. 국내는 한라산(1950m, 제주 제주시·서귀포시)이나 지리산(1915m, 전남 구례군·전북 남원시, 경남 하동군·산청군·함양군)처럼 설악산보다 훨씬 높은 산도 있다. 월악산과 치악산 등보다 높은 산은 즐비하다. 그럼에도 이들이 3대 악산으로 불리고 있는 것은 공교롭게도 이름에 ‘악’이 들어가고 있는 데다 해발과는 상관없이 무척 험준한 탓이다. 게다가 이들 산에는 안개가 자주 끼는 데다 바람마저 강하게 분다는 특성을 보인다. 조선 시대 선비들이 한양(서울)에 과거를 보러 갈 때 이 산들을 넘기가 특히 힘들었다고 전해진다. ‘악할 악(惡)’을 넣어서 ‘악산(惡山)’으로도 불리는 이유다.
여행사의 ‘트리플 악산’은 이들 3개 산을 대상으로 한 ‘1일 1산’ 챌린지다. 정상을 정복할 때까지 “악”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고통스럽다.눈앞에 하나둘 펼쳐질 때면 입가에 흘러내린 땀 맛마저도 감미롭게 느껴진다. 하지만, 기암절벽과 암봉들의 웅장함이 빚어낸 절경은 신체적 고통을 절로 잊게한다.
◇천재지변으로 몽고군 무찌른 신성지역 월악산
월악산은 신령스러운 영산(靈山)으로 알려져 있다. 신라시대 월악산은 신성시됐다. 삼국통일의 초석을 놓았던 진흥왕도 이곳을 찾아 하늘에 제사를 지내곤 했다. 특히 국운이 기울어지면 신령스러운 기운으로 구국을 염원했다. 실제 ‘고려사’는 월악산과 대몽고 항전의 기록이 나타나 있다. 고려 고종 42년(1255) 몽고병이 대원령(大院嶺)을 넘어오자 충주의 정예병이 출전, 1000여 명을 격살한 승전지이다. 충주의 정예병들은 공격 루트로 하늘재를 통해 월악산(月岳山)에서 첫 음절을 따온 월천(月川)의 협곡을 따라 황강역을 경유, 충주 마즈막재로 이동·진격했다. 월천은 월악산에서 첫 음절을 따온 하천이다. 고려 고종 43년 몽고군이 읍성을 무찌르려고 산성을 공략할 때 관리들이 월악신사에 피신했다. 몽고군의 추격을 받으며 관리들이 월악신사에 다다르니 홀연히 구름과 안개 바람에 뇌성벽력이 쳤다. 폭풍우에 놀란 몽고군은 관리들을 신이 돕는 것으로 확신, 공격을 중단했다는 기록이 있다.
◇달마 대사 교조로 설립된 불교 종파 ‘선종’
신령스러운 기운을 방증이라도 하듯 억겁의 세월이 지나며 이곳에는 수 많은 사찰들이 지어졌다. 특히 이곳에는 지어진 선종의 월광사는 통일신라시대 불교의 메카였다. 통일신라시대 전래된 선종은 신라 말기에 유행, 9산 선문을 형성했다. 구체적인 실천 수행을 강조하는 실천적 경향이 강한 종파로서 참선을 중시했다. 특히 지방 호족 세력의 이념적 지주가 되면서 6두품 지식인과 연결되어 고려 건국의 사상적 바탕으로 발전했다. 선종은 모든 인간은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고, 누구나 참선에 의해서 성불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당시 교종의 왕즉불(王卽佛) 사상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선종은 9세기 중반에 이르러 신라의 변경 지역에 9산파(가지산·실상산·동리산·도굴산·성주산·보림산·사자산·희양산·수미산)를 개창했다.
월악산 뒤편인 한수면 송계리 월광사에는 낭혜화상의 제자였던 원랑선사(816~883)가 머무르면서 이 지역 선종의 보급과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원랑은 당나라에 유학한 대덕고승이다. 883년 향년 68세에 열반하니 헌강왕이 애도하며 원랑법사의 시호를 내렸다. 탑호를 대보선광(大寶禪光)으로 추증한 이후 진덕여왕 4년(890)에 업적으로 찬양한 비문을 세웠다. 월광사는 조선시대 억불정책으로 폐사지로 전락됐다. 하지만 1922년 조선총독부가 경복궁으로 이운하면서 보존됐다. 이 될 수 있었다. 월광사지는 지난 1922년 경술국치 때 조선총독부에 의해 원랑선사 탑비가 밀반출된 후 방치됐다. 1963년 1월 보물로 지정된 이 탑은 통일신라시대 지역 불교문화상을 파악할 수 있는 문화유산이다. 특히 2020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가상졸업식 ‘디어 클래스 오브 2020’에 배경으로 등장해 화제가 됐다. 이 비문은 중앙국립박문관 로비에 전시됐다. /최경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