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민원인들이 종종 시쳇말로 행정 공무원들의 업무형태를 빗대 ‘이어령 귀어령(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고리)’라고 조롱하곤 한다.
공무원이 각종 법규와 법령을 적용하고 해석하는데 일관성이 없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다.
정부에서 법규를 제정하고 일선 지자체에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형평·공평한 잣대의 제공이다.
이 잣대로 민원과 행정업무를 처리하는데 한 치의 편협함이 없고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주문 일게다.
천남동 제천시청을 찾노라면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좌우로 길게 늘어선 현수막이다.
마치 외국의 대통령이나 국왕 등의 국빈이 방문했을 때 의장대가 사열을 받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3개월여가 넘도록 가로수의 목줄을 옥죄고 있는 현수막은 제천시의회 성명중 의장을 규탄하는 붉은색 글귀 일색이다.
현수막 길을 벗어나면 시청 정면에서 또 다시 성 의장을 탄핵하는 글귀의 현수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현수막은 시청 초입에 들어선 것에 비해 훨씬 깨끗하고 산뜻하다. 마치 새것과 다름이 없다.
최근에 달려졌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시청 초입에 들어선 현수막과 같은날, 같은 시간대에 현수막이 걸리어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이근규 시장과 제천시의회 의원들의 담판 직후 옛것은 철거됐다.
이 시장은 ‘제천시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 업체 선전’과 관련, 공무서 유출 혐의로 2명의 시의원을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한 사실을 철회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시의회는 임시회기 일정 거부의 철회와 시의원들의 집단 시위계획의 철회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전공노가 청내에 무차별 내건 현수막의 철회도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의 이행으로 시가 야간을 이용, 청내의 현수막을 걷어낸 것이다.
제천시전국공무원노조는 이에 반발, 또 다시 돈을 들여 새로운 현수막을 게첨한 것이다.
전공노가 내건 수 십장의 현수막으로 제천시의 이미지는 ‘똥 막대기’로 전락했다.
제천시청을 찾는 외지인들의 눈에 비친 첫 인상은 ‘살지 못할 동네’ 그것과 다름이 없다.
시의 현수막 철거 사건으로 한배를 탔던 이 시장과 전공노는 이별을 했다.
그 결과 성 의장 탄핵 현수막 옆에는 이 시장을 탄핵하는 현수막이 나란히 하고 있다.
또 그 옆에는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는 현수막도 바람에 날리고 있다.
대한민국과 제천시 모두가 비리 덩어리고 탄핵의 대상으로 비취지고 있다.
최소한 제천시청 내에서는 그렇다는 얘기다.
제천지역의 미치는 이미지 실추를 우려, 대다수의 시민들은 전공노가 성 의장을 성토하기 위해 내건 현수막을 철거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전공노 노조원이자 시 공무원이기도 한 업무 담당자의 유권해석은 ‘합법’을 전제로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공익’을 위한 정상적인 의견 돌출행동으로 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었다.
이같은 강력 주장에도 불구하고 시는 어느날 갑자기 청내에 게첨된 현수막을 걷어냈다.
현수막을 철거한 공무원은 ‘공익에 반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똑같은 장소에 게첨된 현수막을 놓고 제천시청 공무원의 유권해석은 상반됐다.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찌 같은 곳에서 일을 하고 같은 법규와 법령을 가지고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시 공무원의 시각은 이처럼 이견을 보이는 지 이해가 어렵다.
이는 전형적인 공무원의 ‘이어령, 귀어령’식 업무처리 형태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면은 중요치 않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으로 현수막 게험에 대해 ‘이 시장의 복심’이 작용했던, 전공노의 자체적 의사표출 방안이었던, 이는 별로 중요치 않다.
한 지붕에서 그들의 놀음에는 두 가지의 잣대로도 모두 ‘합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의 족적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 시장과 전공노는 어찌됐건 같은 배를 탄 모습이었다.
이들의 의사 합의로 최초 현수막을 내걸었다면 이는 시민을 우롱한 처사이다.
‘합법’을 가장 특정인의 인권을 유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전공노의 단독행위였다면 이 역시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일부 공무원의 유권해석이 ‘비공익적’의 판단이 따랐기 때문이다.
/정재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