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공전 거듭’ 제천 청풍호반 수상 항공 사업 결국 ‘백지화’

위탁업체 드림항공→온유에어→NF에어 등 모두 자금난·부적격 등 ‘퇴출’

더 이상 위탁·운영업체 안 나타나…수공과의 수면사용 연장 포기

시 투자 20억 하늘로 날려…250평 계류·접안·관리시설 조성 비용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던 청풍호반 수상 항공 사업이 백지화 됐다. 이 사업이 추진된지 10년 만이다. 이 사업을 적극 추진하던 제천시는 20억 원의 혈세만 낭비한 채 손을 들었다.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던 이 사업은 지난 2014년 시가 20억 원을 투자하고 ‘온유에어(드림항공)’가 20억 원을 투자하는 조건으로 출발했다. 시는 계류장 등 하드웨어를, 온유에어는 비행기 등 소프트웨어를 책임지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온유웨어가 자금난으로 매각되고 정부로부터 최종 운항허가를 받지 못하는 등의 요인으로 공전을 거듭했다. ​지난 2019년 새로운 운영업체로 ㈜NF에어를 선정했으나 이 업체 마저 자금난에 시달리며 정상화되지 못한 채 표류했다. 민선 8기 김창규 시장은 이 사업에 대한 적정성을 지속적으로 타진했으나 더 이상의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이 사업을 위해 확보했던 수자원공사의 수면 사용 동의를 포기했다. 수상비행 사업을 위해 시는 수자원공사에 수면 사용을 허가받은 상태였다. 시의 수면 사용 허가 시점은 지난해 말 종료됐다. 시는 이를 연장하지 않았다.

시는 지난 2014년 40억 원을 들여 제천시 청풍면 청풍호 만남의 광장 옛 수상아트홀에 수상비행장을 조성했다. 이를 민간 항공사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청풍호반 수상항공 관광사업을 추진해 왔다.

민간 위탁사업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바뀌면서 파행했다. 시와 계약했던 마지막 민간사업자 NF에어마저 지난해 5월 철수한 상태다. NF에어는 시와의 임대계약 조건으로 12인승 항공기 도입을 약속했다. 그러나 6인승만 운행, 2021년 계약을 연장하지 못했다. 이 업체는 영업실적이 해마다 악화하면서 항공기 추가 도입이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에 불복한 NF에어는 소송으로 맞섰으나 결국 시가 승소했다. 시는 NF에어가 지난 2021년 계약종료 이후 시설을 점유했던 지난해까지의 임대료 7000만 원을 무단점유 변상금으로 부과한 상태다.

민간 항공사업자가 모두 떠난 청풍호 수상비행장은 수공의 수면 사용 동의 시점마저 종료하면서 경비행기 계류장 등은 사실상 불법 시설물로 전락했다. 시가 투자했던 막대한 시설비 역시 허공으로 날리게 됐다.

◇수상 비행 사업 애초부터 위험 부담 안고 출발

시가 야심차게 구상했던 수상비행기 사업은 계획단계부터 각계의 관심사였다. 이 사업은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국내 처음 시도되는 사업이다 보니 사업성 성공을 확신하는 긍정적 측면과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부정적 측면이 공존했다. 긍정적 측면은 사업의 희소성을 들었다. 청풍호가 워낙이 유명한 관광지이다 보니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비해 1회 비행시 15만 원(사업자 계획)이라는 이용료는 지나치게 과도, 수요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작 사업의 답보는 인·허가 과정에서 발생했다. 시가 20억 원을 들여 시설한 계류장 등 직·간접적인 인프라의 이용 허가는 쉽게 결론됐다. 하지만 온유에어가 구입한 수상비행기( 이 비행기는 이어지는 운영업체가 계속 승계했다)의 상용화를 위한 인·허가는 요원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온유에어가 10억 원 넘게 지불하고 구입한 수상비행기는 시의 각종 행사를 지원하기 위한 축하 비행에 동원되는 등의 들러리 역에 만족해야 했다. 이 같은 실정에 온유에어가 경영난에 봉착, 조종사와 관계자들의 임금 등을 체불하고 퇴직자들이 속출하면서 이 비행기는 고철로 전락 될 위기에 봉착했다.

◇ 온유에어 모 기업 회장 사법처리 직접 타격

   앙성온천 지구 부동산 재벌 비자금 조성 혐의

국내 처음으로 청풍호반에 조성키로 한 수상비행기 운용사업의 위기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들려왔다. 온유에어 모 회사의 대주주인 충주 앙성면 온천지구의 부동산 재벌이 수사를 받고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으면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모 기업이 흔들리자 후유증은 온유에어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온유에어 내부에서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청풍호 수상비행기 사업 위기론은 점차 표면화됐다. 온유에어는 시와 계류장과 격납고 등의 시설보완과 운항시점을 놓고 마찰을 빚는 모습을 연출했다. 사실상 이의 속내는 온유에어의 자금난 해소를 기대, 시간을 벌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이면에 배치됐었다는 것이 이 회사 관계자의 증언이다.

결론적으로 청풍호 수상비행기 사업은 시간이 지나며서 추진실적이 좀처럼 가시권에 들어오지 못하자 자칫 시가 이미 투자한 20억 원만 날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을 불러왔다. 당초 시와 사업자인 온유에어는 각각 20억 원씩을 투자, 모두 40억 원 규모의 수상비행장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시는 지난 2015년부터 20억 원을 들여 청풍호 수상아트홀을 개조했다. 또 수상비행장 계류시설을 조성했다. 시는 수상아트홀을 이용객 대기실과 휴게실·관리사무실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사업파트너인 온유에어의 자금난 등이 겹치면서 사업추진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 온유에어 항공운항증명 인·허가(AOC) 받지 못해

수상비행기 운항을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2개의 인허가 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첫 번째는 비행기의 이·착륙과 보관·관리 등의 인프라시설이다. 이는 시가 충족해야 하는 시설이다. 시는 20억 원의 사업비로 250여 평 규모의 계류장과 접안시설·관리시설 등을 조성했다. 시는 건설교통부로부터 이 시설에 대한 사용 허가는 얻어냈다.

두 번째는 수상항공기의 운항을 위한 소프트웨어이다. 이는 실제 수상비행기를 운항하는 온유에어의 몫이었다. 상용화 경우 승객들의 안전 확보 등의 조건 충족이 핵심이다. 온유에어는 계류장 등의 완공 이래 1년6개월 여가 경과하도록 항공청으로부터 이에 대한 항공운항증명 인·허가(AOC)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는 온유에어에게 협약 이행과 계약해지 등을 수없이 경고했다. 시는 온유에어가 AOC를 받아내지 못하고, 사업 개시를 하지 못할 경우 계약 철회를 공헌했다. 온유에어는 결국 AOC를 받아내지 못했다. 시는 공약대로 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사업파트너 모색에 나섰다. 새로운 청풍호 수상비행기 운영사업자 선정 모집공고 낸 시는 공고문에서 “항공법에 의거 항공청으로부터 수상비행기 AOC를 받을 수 있는 사업자”로 조건을 못 박기도 했다. 이전 위탁사업자인 에어드림이 항공운항증명을 받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전례가 있던 점을 감안, 이번에는 애초부터 운영사업자를 항공운항증명을 받을 수 있는 개인이나 법인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이어 시와 위탁한 사업자들도 시와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더 이상의 참여 업체가 나타나지 않자 결국 시는 사업 포기라는 마지막 수단을 꺼내 들었다. /최경옥·박경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