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왼쪽) 시장과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이 한국어교육센터 건립을 논의했다.>
김창규 시장, “이기철 재외동포청장 만나 재외 동포 이주 허브 자임”
지난해 지역 이주 고려인 동포 창업 점포 3곳 ‘연착륙’
‘나타’ ‘홈베이커리’ ‘마리아’ 등 중앙아시아 문화메신저
영구 귀국 고려인 동포 유치를 추진 중인 제천시가 한국어교육센터를 건립한다. 저출생과 인구감소로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한 시는 고려인 동포 이주 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제천시 인구는 10년간 유지해온 13만 명대의 붕괴 위기에 봉착했다.
시에 따르면 김창규 시장은 최근 인천에서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을 만나 고려인 이주·정착 지원사업을 설명하고 한국어교육센터의 제천지역 설립을 건의했다. 시는 재외 동포 한국어 교육과 자녀 돌봄을 위한 거점형 한국어교육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김 시장은 이 자리에서 이 청장에게 “한국어교육센터 건립을 통해 제천시를 러시아·중앙아시아 지역 재외 동포 이주의 국가 허브 지역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외동포청은 700만 재외 동포 보호와 지원을 위해 지난해 6월 출범한 정부 기구다.
민선 8기 들어 외국인 유치를 통한 인구소멸 위기 극복을 모색 중인 시는 1년 만에 생활인구 증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3월 시작한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을 통해 외국인 175명이, 같은 해 10월 착수한 고려인 동포 이주 정착 사업을 통해 142명이 제천지역에 둥지를 틀었거나 조만간 정착한다. 시는 재외동포지원센터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시는 이들에게 최장 4개월간 머무를 수 있는 단기 체류 시설도 제공하고 있다. 시가 추진하고 있는 고려인 이주 시책은 지방소멸과 인구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제천지역으로 이주한 고려인들은 29개 지역기업에 취업했다. 시는 지역의 리조트나 도서관 등에도 고려인 채용을 알선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사회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실제 관계자는 “고려인들은 한국을 ‘고향’으로 생각하며 지역에 융화되려는 모습을 보이고, 한국인이 꺼리는 현장에 취업해 구인난이 해소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고려인들이 제천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러일으키자 인근 단양 등에서도 이들에 대한 취업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제천지역에 정착한 고려인들은 최소 2년간 제천지역에서 살아야 한다. 이들은 법무부로부터 ‘지역특화형’ 비자를 받았다. 인구감소 지역 이주민에게 발급해주는 이 비자는 기본 1년간 체류가 가능하다. 이후 특별한 법적 문제 등을 일으키지 않으면 3년마다 갱신된다. 4년 이상 거주하면 대한민국 영주권 취득 자격이 부여된다. 사회 통합 프로그램 3단계 이상 이수와 소득 요건 등을 충족시키면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 인구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한 법무부의 지역특화형 비자 사업엔 지난 2022년부터 제천시 등 67곳 지자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1500여 명이 이주했다. 올해는 3300명 가량을 더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시는 앞으로 대한고려인협회 등을 통해 이주 사업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장은 3년간 고려인 1000명을 받아들여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다. 근로 능력이 있는 성인뿐 아니라 어린이와 청년들도 가족 이민 형태로 정착시킨다. 현재까지 이주한 320여 명 가운데 20세 미만도 20%나 된다.
시는 민선 8기 들어 고려인 동포 유치를 인구감소 대책사업으로 채택해 추진 중이다. ‘고려인 등 재외 동포 주민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을 방문, 현지 고려인 단체와 업무협약을 하기도 했다.
제천지역으로 이주한 고려인 동포들은 정착에 연착륙하고 있다. 시는 제천지역 이주 고려인들에게 안주할 수 있도록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 이주 고려인 가운데 3명은 시의 지원을 받아 3곳의 점포를 열었다. 지난해부터 고려인 동포 이주 정착 사업을 시작한 시는 창업을 희망하는 고려인 동포에게 부동산 중개 수수료와 교육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점포 인테리어나 간판 등 시설 투자 자문은 물론 홍보도 적극 돕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문을 연 창업 1호점은 음식점인 ‘나타’다. 청전동 두진백로아트 뒤편인 이곳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입소문이 나면서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 창업 2호점인 ‘홈베이커리’는 나타 인근에 있다. 이곳에는 우즈베키스탄 전통 빵과 샐러드, 다양한 종류의 치즈, 육류·식음료 등을 취급한다. 창업 3호점은 ‘마리아’ 간판을 내건 청전동의 양꼬치 전문점이다. 중앙아시아 현지 음식과 주류를 판매하는데, 특히 주말에 손님이 많다고 시는 전했다.
시는 지난해 9월 중앙아시아 현지에서의 이주 대상자 모집을 시작하면서 ‘고려인 이주 지원사업’을 본격화했다. 시는 지난해 10월 중순까지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우크라이나 등 4개국의 국내 체류 고려인 동포를 대상으로 이주 정착 신청을 받았다. 고려인동포법은 지난 1860년경부터 1945년까지 항일독립운동과 일제의 강제동원·농업이민 등으로 러시아와 구 소련연방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들을 말한다.
고려인 유치는 인구가 줄고 있는 전국의 각 지자체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제천시가 일단 선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창규 시장의 과거 공직생활 이력이 절대적 도움이 되고 있다. 김 시장은 민선 제천시장으로 출마하기 이전, 주 키르키스스탄·아제르바이잔·조지아 대사 등을 역임하는 등 중앙아시아 외교통으로 정평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과거 중앙아시아 외교관 시설에 쌓아놓은 인력을 고려인 유치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제천시의 고려인 유치 시책이 타 지자체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는 이유이다. /최경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