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이주호, “학교서 일어나선 안 될 일 일어나…깊이 사죄”

기사작성 : 2025년 02월 27일 14시 41분 31초

참변 후 쏟아지는 대책…“교사 80%, 섣부른 발표에 무기력감 호소”

이 부총리, 국회 교육위원회 출석해 답변

“하늘이법 꼭 개정돼 제도적 정비 돼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 질의에서 대전 고(故) 김하늘(7)양 사망 사건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정을호(비례) 의원이 “학교 안전망 공백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국민, 학생에게 고개 숙여 사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라고 하자 이 부총리는 “교육가족을 대표해 학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깊이 사죄 말씀을 드린다”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 부총리는 “이번에 ‘하늘이법’이 꼭 개정돼 제도적으로 정비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당정협의회를 통해 교육부는 고위험 교원에 대한 긴급 조치, 교원직무적합성위원회 법제화, 정신질환 관련 휴복직 제도 개선, 교원 마음건강 지원 등을 골자로 한 하늘이법 입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하늘양 사망 사건 이후 나오는 대책들에 대해 교사 다수가 섣부른 발표에 무기력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5662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 2월15일부터 이틀간 진행했다.

 

조사 결과 79.7%는 교사 의견수렴 없는 섣부른 대책 발표에 무기력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또 75%는 사고 원인을 교사 정신질환에만 초점을 맞추는 사회적 분위기로 신분 불안을 느꼈다고 했다.

 

이번 사건의 주요 발생 원인으로 78%는 질병휴직위원회 등 기존의 제도가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고, 책임을 학교 현장으로 떠넘기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태도를 꼽았다.

 

정신질환이 있는 교원이 제대로 치료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책에는 99%가 찬성했지만 교원 임용을 전후해 정신질환 검사 의무 실시 방안에는 54%, 교실 내 CCTV 설치에는 77%가 반대했다.

 

전교조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교육 당국과 정치권의 섣부른 정책이 학교 현장 교사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형식적 대처로 근본적 문제해결을 어렵게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현장교사·교사단체 등과 충분히 협의하고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휴교령 끝난 ‘하늘양 다니던 학교’…하굣길 가보니

 

고(故) 김하늘(7)양 피살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의 휴교령이 끝나자 불안한 마음에 학부모들이 직접 학생들과 함께 하교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최근 대전 서구 관저동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는 하교하는 학생들이 붐볐다.

 

특히 봄방학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하굣길에 양손에 자신들이 사용했던 교과서와 학용품 등을 넣고 정문으로 내려왔다. 해당 학교에서 사건이 하굣길에 발생한 만큼 학부모들은 등굣길과 더불어 하굣길에도 큰 불안감이 있어 보였다. 몇몇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짐이 무거워 혼자 들지 못하자 함께 짐을 들고 정문까지 바래다 주기도 하며 학생들의 안전을 살폈다.

 

정문에는 교육지원청에서 나온 관계자가 학생들의 안전한 귀가를 보고 있었다. 경찰은 경력 15명을 투입, 안전한 하굣길을 도왔다. 불안함 속에서도 학부모들은 하교하는 자녀를 보자 웃으며 손을 흔드는 등 반갑게 맞이했다.

 

한 학생은 정문 앞에서 짐을 내려놓은 채 학부모가 오기를 기다리기도 했고 다른 학생은 정문에 내려오자 기다리고 있던 학부모에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아이가 내려오자 웃으며 말을 걸었고 차량이 주차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승용차 없이 학생의 하굣길을 마중 나온 학부모는 택시를 불러 짐을 트렁크에 실은 뒤 학생과 함께 택시에 탑승해 귀가하는 모습이었다. 또 학부모가 마중 나오지 못한 학생들은 각자 짐을 든 채 여럿이 하교했다.

 

한 학부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충격적인 일이 벌어져 너무 많이 놀랐다”라며 “한시라도 걱정을 안 할 수 없어 직접 하굣길에 데리러 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교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생길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라며 “학교와 교육청에서 아이들 안전에 조금 더 빈틈없이 신경써 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최경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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