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교육청 재정 형편없으면 수익자 부담·급식혜택 범위 줄여야
전국에서 처음으로 초·중학생 무상급식을 단행했던 도내에서 선별급식으로 정책을 수정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이들 밥상을 둘러싸고 벌이는 볼썽사나운 싸움을 그만 하라는 것이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도교육청이 개최한 ‘2016년도 본예산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서 학부모·전문가 위원 상당수가 “도와 도교육청의 재정이 형편없다면 수익자 부담으로 돌리거나, 급식혜택 범위를 줄이자”는 의견을 냈다.
주민참여예산위원인 이미숙 증평 삼보초 운영위원은 “최근 10개월간 벌인 급식비 논란의 전개 과정과 결과를 보면 올해로 끝날 싸움으로 보이지 않는다”라며 “재정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풍족한 가정에 대해선 급식비 일부를 부담토록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무리하게 급식비를 충당하다 보면 교육환경개선사업에 쓸 재원이 부족하게 되고, 결국 아이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것 아니겠는가”라며 “시·군별 재정자립도 등을 고려해 지역특성에 맞고 가정경제 상황에 맞는 선별급식을 한다면 기꺼이 따르겠다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런 의견에 당시 회의에 참석한 교수, 시민사회단체 대표자, 학부모단체 대표 등도 공감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상급식에 함몰되지 말자는 선별급식론은 도의회에서도 이미 몇 차례 제기되었던 사안이다.
새누리당 임순묵(충주3) 의원은 지난 6월18일 340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앞으로 계속 대립각을 세울 거면 차라리 선별복지로 전환하라”고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에게 쏘아붙였다.
당시 임 의원은 “이 지사가 2010년 민선 5기 충북지사 선거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12대 핵심과제 가운데 ‘초·중학교 무상급식 전면실시’는 수많은 유권자로부터 호응을 얻었고 지방선거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하지 않았느냐”라면서 “초심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인 10월12일 343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새누리당 김학철(충주1) 의원은 대집행부질문에서 “도와 교육청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고려해 무상급식 혜택 범위를 초·중학교에서 초등학교로 축소하는 걸 검토하는 건 어떠냐”고 이 지사에게 질문했다.
초등학교는 무상급식을 유지하되, 중학교는 유상급식으로 전환하자는 것인데 공약을 수정하라는 요구나 다름없다. 이런 주장이 도의회에서 심심찮게 나오지만 내년도 본예산을 짜고 있는 도나 도교육청 모두 이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진 않고 있다.
다만 도와 도교육청의 반목이 극에 달할 당시 급식일수를 줄이거나, 식단을 조절하거나, 급식비 일부를 수익자 부담으로 돌리는 방안 등을 실무 차원에서 검토한 사례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예산상황이 계속 악화일로를 걷는다면, 언젠가는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도와 도교육청은 1월부터 올해 집행할 무상급식 예산 분담액을 놓고 10개월간 줄다리기했고, 도의회 중재안이 나온 후에도 앙금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 무상급식 ‘흔들’ 내년에도 비용 부족
2011년 시행한 초·중·특수학교 무상급식의 최대 위기는 내년도에 찾아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도와 도교육청이 정한 방침으로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을 세울 경우 결손액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도는 내년 의무교육대상 학생(초·중학생+특수과정 고교생) 무상급식 예산으로 379억원을 편성, 도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현재 도교육청이 추산한 내년도 무상급식비 총액은 964억원이다. 인건비 393억원과 운영비 70억원, 식품비 501억원이다.
도는 인건비·운영비를 제외한 식품비 501억원 중 75.7%만 지원하기로 했다. 총액 대비 39%를 조금 넘는 액수다. 이 중 도가 152억원(40%), 11개 시·군은 229억원(60%)을 분담하게 된다. 나머지 무상급식비 예산 585억원은 도교육청이 내라는 것이다.
이런 소식을 접한 도교육청은 예산 편성을 수정한다는 계획이다. 애초 내년도 무상급식비로 964억원을 모두 편성했으나 91억원을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부족한 예산은 그대로 둔 채 873억원만 예산을 세우겠다는 의미다.
도교육청이 이 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할 경우 내년 무상급식 중단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도의회 심의를 받아 이대로 예산이 확정되면 내년 말이면 무상급식비가 부족해진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도가 정한 무상급식비 지원액이 적어 어쩔 수 없이 91억원 정도를 삭감할 수밖에 없다”라며 “세입 예산은 적은데 세출 예산만 많게 책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경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