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출신 일색 출자·출연기관장 둘러싼 자질·역량 시비
제천시의회, 새로운 이사장은 사전 자질 검증 ‘인사청문’
한방재단 이사장 첫 ‘인사청문’ 대상…인사청문특위 운영
제천시 출자·출연기관장과 출범 지방공단 이사장 등 대상
제천한방바이오재단 새 이사장 물색에 나선 제천시가 외부 인사 영입 기조를 유지할지 관심이 쏠린다. 민간 출신 일색인 시 출자·출연기관장을 둘러싼 자질과 역량에 관한 시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전문가 영입은 '관피아' 논란을 불식하고 조직 전문성을 강화하자는 취지였으나 업무와 조직관리 능력 한계가 드러나고 시 집행부와의 불협화음도 잇따르고 있다.
제천시 등에 따르면 민선 8기 김창규 시장은 복지재단·문화재단·인재육성재단·한방바이오진흥재단(한방재단) 등 4개 출자·출연 기관장을 모두 외부 민간 인사로 채웠다. 복지재단과 인재육성재단·문화재단 이사장 등은 무보수 비상근직이다. 반면 한방재단 이사장은 보수가 있는 상근직이다. 복지재단과 인재육성재단은 지역의 대학 교수와 기업인이 이사장직을 맡았다, 문화재단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전문위원 출신을 기용했다. 과거에는 조기 퇴직 고위 공무원이나 지방의원 출신 인사, 지역 예술인 등이 이사장을 맡았으나 김 시장은 전문성을 명분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그러나 한방재단 A이사장은 한방클러스터 회원 기업 등과 마찰을 빚다 지난달 사직했다. 문화재단은 최근 시의 출자·출연 기관 종합감사에서 무려 7명 징계 요구가 나오는 등 말 그대로 파행하고 있었다.
문화재단은 법령에도 없는 유급휴일을 만들어 운영했다. 1억 원을 들인 미식관광 프로그램 개발사업은 의림지 관광객들에게 12회에 걸쳐 피크닉세트를 대여한 것이 전부였다. 최근 문화재단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았다. 시는 재단 종합감사에서 37건의 행정상 지정·주의·개선점을 발견, 관련자 7명에 대한 경징계를 재단에 요구했다. 특히 재단은 법령에도 없는 유급휴일을 만들어 사무실 문을 닫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재단은 재단 창립일(5월2일)을 유급휴일로 지정해 운영했다. 2023년 직무 수행과 관계없는 외부 강의를 한 임직원 6명은 연가를 써야 했지만 재단은 출장 처리하고 출장비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문화재단은 실무를 총괄하는 상임이사도 외부 영입 케이스다.
한방클러스터 회원 기업 관리와 지원이 주업무인 한방재단은 회원 기업인들이 이사장과 사무국장 사퇴를 요구했다. 소통과 비전 부재에 관한 비난이 쏟아지자 이사장과 사무국장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무국장은 임금을 ‘셀프 인상’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시는 한방재단 새 이사장과 사무국장 선발을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공모 일정과 심사, 정부 협의 등 일정을 고려할 때 오는 8~9월께 인선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 영입 이사장이 이끄는 출자·출연기관들이 잇따라잡음을 일으키면서 공무원 출신이나 지역 내 인사 기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충북도나 충주시는 행정과 조직관리 경험이 풍부한 조기 명예퇴직 공무원들을 출자·출연기관이나 산하기관장으로 채용하고 있다. 지자체와의 업무 연계와 협력이 쉽고, 공무원 조직 인사적체 해소에도 기여하는 방식이다.
특히 정년을 앞둔 실·국장급 간부 공무원들에게 새로운 퇴로를 만들어주면서 공직기강 이완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한편, 제천시의회는 새로 선임되는 한방재단 등 산하 기관장 후보들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문제가 발생한 한방재단과 문화재단 등 시 산하 기관장을 선임하면서 적절성을 사전 검증을 하겠다는 의미다.
시와 제천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해 10월 ‘제천시의회 인사청문회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가 규정한 인사청문 대상자는 인재육성재단·복지재단·문화재단·한방재단 이사장 등 시 출자·출연기관장 등이다. 향후 시가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단을 설립하면 공단 이사장도 인사청문 대상자에 포함된다.
시의회는 조례에 따라 제천시장이 인사청문을 요청하면 6명 이내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인사청문특위는 20일 동안 대상자 출석요구, 증인·감정인·참고인 대상 증거조사 등을 할 수 있다. 인사청문을 마친 시의회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제천시장에게 송부해야 한다. 기한 안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제천시장은 직권으로 대상자를 임명할 수 있다.
첫 인사 청문회는 한방재단 이사장이 된다. 조 전 이사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최근 사직서를 냈다. 시는 후임 이사장을 뽑기 위한 공모를 진행할 방침이다. 시가 선발한 새 이사장 후보는 시의회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장을 받게 된다. 한방클러스터 회원사 76개 기업을 관리·지원하고 한방바이오박람회를 주관하는 한방재단은 조 이사장이 지병 치료를 이유로 출근하지 않고 사무국장이 돌연 사임하면서 파행을 거듭했다. 2025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는 시는 업무 공백의 최소화를 위해 4급과 6급 공무원을 파견,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최경옥·박경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