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공무원들 노심초사, “내년도 예산 심사로 불똥 튈라”
이근규 제천시장이 최근 열린 목민관클럽에서 제천시의회를 자극하는 발언을 해 시의회가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업체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로 제천시가 시의원 2명을 수사의뢰하면서 시의회 보이콧 상황까지 빚어졌던 터여서 갈등 재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시장의 발언이 ‘시민시장실’과 ‘의병광장’ 조성 사업 예산을 삭감한 시의회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시의회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당시 목민관클럽에서 이 시장은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14명을 대상으로 ‘지방자치를 가로막는 장애요인과 극복사례’를 발표하면서 ‘시민시장실’ 설치와 ‘의병광장’ 조성 등을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시민시장실 설치를 두고 “(시의회의)예산삭감이 있었지만, 비예산 사업으로 소박하게 시작해 시민과의 대화 공간으로 꼭 필요한 시설로 거듭나고 있다”고 밝혔다.
의병광장 조성과 관련해서도 “예산삭감을 겪었지만, 시민성금 모금으로 현판을 헌정받아 의병광장을 명명해 시민 공감대 형성을 통한 시민 참여 사례가 됐다”고 자찬했다. 이 시장의 발언 주제가 ‘지방자치를 가로막는 장애요인과 극복사례’였던 것을 고려하면 당시 시의회의 예산 삭감이 ‘장애요인’이고, 이를 극복해냈다는 취지의 말로 해석되기 충분한 대목이다.
시의회의 한 의원은 “예산 삭감은 시의회의 고유 권한인데 이를 두고 마치 지방자치 장애요인을 극복한 사례로 치부한 것은 단체장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언사”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의원은 “사실 시민시장실 설치와 의병광장 조성은 취임 후 이 시장이 이뤄 놓은 몇 안 되는 사업 중 하나”라며 “정작 시민이 체감하는 성과는 미미한 데 이 시장은 이를 높이 평가하는 이해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 공무원들은 시의회의 감정을 건드린 이같은 이 시의장의 발언으로 인해 시의회의 새해 예산 심사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걱정하고 있다. 일부 시의원들이 이 시장의 발언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시민시장실 설치와 의병광장 조성, 시정소통자문회의 등과 관련한 새해 예산을 꼼꼼히 들여다 볼 예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시의 관련 부서 공무원들을 긴장시키는 얘기다. 시는 새해 예산 중 시민시장실과 관련해 시민시장실이 입주해 있는 제천하우스 시설물 유지 예산 3천만원을 편성했다. 시정소통자문회의는 회의 자료 제작비 1천만원을, 의병광장 조성은 5천만원을 편성해 시의회에 심사를 요청한 상태이다.
/최경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