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장 “지역 청사진 예산에 담겨”·성 의장 “시정 방향성 불명확”
성 의장 ‘공사청탁’ 빌미 제공·시 공공하수처리시설 위탁업체 선정 ‘태풍의 눈’
시가 내년도 예산 5천945억원을 편성, 제천시의회에 제출했다. 시로부터 예산안을 넘겨받은 시의회는 날카로운 칼을 빼들고 있어 심의 과정에서의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시의회 성명중 의장의 ‘공사청탁’의 시시비비를 놓고 시공무원노조와 성 의장의 대립각에 시가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업체 부실선정과 관련, 일부 시의원들을 수사의뢰하면서 시·성 의장·시의회 등은 삼각 대립각으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시의회는 시의 수사의뢰에 지난 10월21일부터 23일까지 열린 233회 임시회의 일정을 거부하는 등 실력행사로 대응했다. 또 일부 시의회은 1인 시위에 들어갔고, 이에 또 다른 의원들이 동조에 나서 의원들의 집단 시위를 예고 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가 지속되자 이근규 시장은 성 의장과 시의회 의원들과의 연속 간담회를 통해 겨우 시의회의 의사일정을 정상화했다. 그러나 시 공무원노조가 또 다시 성 의장에 대해 ‘고발’ 등을 선언하고 나서자 시와 시의회는 또 다시 냉각기로 접어들었다.
성 의장은 ‘깐깐한 예산 심의’를 선언했다. 성 의장의 밝힌 ‘깐깐한 예산 심의’가 담고 있는 의미 속에는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최소한 시의회가 집행부가 상정하면 통과의례로 선언하는 수준을 훨씬 벗어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성 의장은 내년도 예산을 심의하는 234회 임시회가 열리기 전 입버릇으로 ‘정확한 예산 심의’를 경고했었다.
이같은 시의회의 내심을 알고 있는 집행부는 가능한 더 이상 시의회 의원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 시장은 예산안 심의에 앞서 가진 ‘2016년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시정연설’에서 구체적 예산안 편성 지침과 세부사업 등에 대해 구체화하지 않았다. 예년의 경우 반드시 필요한 사업 등은 시정연설을 통해 지목하는 것이 관행이다. 내년도 시정 운영도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에 연설의 절반가량을 할애했다. 7~9개 분야로 나눴던 주요 시정지침도 5개 정도로 크게 줄였다.
◇성 의장, ‘깐깐한 예산 심의’ 공개적 발표
내년 예산안을 두고 이 시장은 “지역 청사진을 예산에 다 담았다”고 했지만, 성 의장은 “시정 철학과 방향성이 불명확하다”고 꼬집으며 깐깐한 예산 심의를 공개 선언했다. 이 시장은 23일 개회한 235회 제천시의회 2차 정례회 시정연설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한 뒤 “지역의 청사진은 2016 예산편성에 모두 담겨 있다”며 “이번 예산안에 지역 현안사업의 해결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업비를 적절하게 배분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2016년 예산편성을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주민참여예산 시민위원회를 구성해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시민과 함께하는 예산편성이 되도록 했다”고 했다. 이어 “국·도비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으며, 시민의 땀과 정성이 모아진 예산이 한 푼이라도 낭비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시장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예산안을 살펴 본 성 의장의 생각은 달랐다. 성 의장은 이날 2차 정례회 인사말에서 “이번 예산안을 살펴보니 제천시가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갈 건지, 중·장기적 목표가 무엇인지 모호하다”라며 “시정운영의 철학과 방향성이 불명확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예산 편성 결과를 보면 콘트롤 타워 역할이 부족하고 의제 발굴과 사업 조정, 정책 설계 등에 있어 협업 행정에 대한 효율성이 결여돼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깐깐하고 꼼꼼히 예산을 심의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도 시의 예산안을 두고 이 시장과 성 의장의 해석이 매우 달라 예산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제천시는 2016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275억원(4.8%) 늘어난 5천945억원으로 편성해 제천시의회에 제출했다. 일반회계가 186억원(3.7%) 늘어난 5천146억원이다. 특별회계는 90억원(12.7%) 늘어난 799억원 규모다.
◇공공하수처리시설 위탁업체 선정 ‘태풍의 눈’
시와 시의회는 시의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 업체 선정’과 관련,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다. 시의회가 업체 선정과정에 대해 문제를 삼자 시는 시의회 의원 2명에 대해 ‘수사의뢰’의 강수를 뒀다. 시의회는 ‘의사일정 거부와 깐깐한 예산심의’ 등의 초강수로 대응하고 있다. 집행부와 시의회가 이견으로 설전과 여론 조성을 위한 성명전을 펼치는 경우는 흔한 광경이지만 ‘법’과 ‘파업’으로 전면 대치하는 국면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래 30여년만에 벌어진 초유의 사태다. 지방자치·행정에 있어 쌍두마차 가운데 하나인 시의회의 ‘의사일정 거부’는 마차바퀴하나가 빠져나간 형상으로 곧 행정마비를 의미한다.
불은 시가 먼저 지폈다. 성명서 등의 명목은 시가 전면에 배치됐지만 사실상 이근규 제천시장의 의지로 치부해도 별다른 이의가 없다. 시는 올 초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를 민간에 위탁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마련했다. 시는 이어 관련 행정절차에 걸쳐 지난 7월 성남의 한 업체·제천의 모 환경업체 등의 컨소시엄과 관리 대행을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공공하수처리시설에 대한 관리대행 대가로 5년간 모두 92억원을 지급한다는 조건이다. 지난달 이같은 사실이 시의회와 일부 언론으로부터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기 시작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제천의 한 환경업체 직원으로 이 시장의 최측근이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더욱이 이 업체에 대한 자리를 놓고 이 시장의 또 다른 측근과의 암투가 있었다는 소문마저 돌면서 이 시장은 자연 태풍의 눈으로 자리매김 됐다. 지역정가는 이 시장의 측근 챙기기와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이 눈덩이처럼 부풀려 소문 되기 시작하면서 시와 시의회 간 진실공방이 시작됐다.
관리대행 업체 부실계약 의혹이 제기되자 시는 자체 감사를 벌인 결과 문제점을 확인했다. 시는 이 업체를 담당했던 환경사업소 공무원 5명에 대해 “범죄 사실에 대한 혐의를 파악했다”며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시는 이와는 별도로 최초로 시로부터 관련 문건을 요구했던 김모 의원과 김 의원으로부터 자료를 받고, 이를 근거로 기사화했던 모 인터넷신문의 최모 기자에 대해서는 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시는 또 시의회 최모 의원에 대해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하고 사문서를 위조했다고 수사를 의뢰했다. 이 사건과 관련, 5명의 공무원과 2명의 시의회 의원·1명의 언론인에 대한 범죄사실을 특정하고 수사를 의뢰한 셈이다. 시는 고위직 공무원의 입을 빌어 “‘제천시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 업체 선정’과 관련, 위법사항이 없다”의 제하로 성명서를 발표키도 했다.
/최경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