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OUT 대학생 공동행동 “대학·교육 당국, 나몰라라”
대학 향해 “실태 파악은 고사, 향후 피해 예방 조치도 없어”
교육부 대응도 비판…“대학 내 성범죄 예방 체계 마련해야”
최근 일부 대학 단위로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잇달아 드러나는 가운데 대학생 단체가 직접 나서 ‘대학당국의 무대응과 교육부의 안일한 대처’를 규탄했다.
전국 26개 대학생 단체가 참여한 ‘딥페이크 성범죄 OUT 대학생 공동행동’(대학생 공동행동)은 최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딥페이크 범죄 가해자의 약 80%가 10대임이 밝혀지며 많은 언론이 딥페이크 사태를 ‘청소년의 문제’로 국한했다”라며 “이에 대학 내 피해자들은 사실상 조명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생 공동행동은 대학 내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대학과 교육 당국의 대응은 미흡하다 못해 전무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미건 서울지역대학 인권연합동아리 대표는 “인권센터에 신고하라고 하지만 대학 내 인권센터는 예산 부족과 인력 부족으로 무용지물이 된 곳이 많다”라며 “에브리타임 등 학내 커뮤니티엔 ‘대학교 입학 결정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우려가 된다’, ‘피해자와 SNS를 이용한 게 잘못이다’ 등 2차 가해적 성격을 띠는 말들이 쉽게 오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어느 누가 학교를 믿고 피해사실을 이야기하겠나”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피해자 조사와 대학 내 실태 파악은 고사하고 주요 서울권 대학의 인권센터 홈페이지에서는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된 공지조차 찾아볼 수 없다”라며 “피해자 지원은 기존에도 진행하던 상설 인권침해 신고 및 성폭력 상담뿐이며, 향후 피해 예방을 위한 대학의 자체적인 조치는 발견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대학생 공동행동은 교육부를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는 지난 8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전담조직(TF)을 신설했지만, 각 시·도 교육청과의 협력을 통해 구성된 해당 TF에서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대학은 구조적으로 관할망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다. 대학생 공동행동은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교육부는 각 대학을 지도·감독하는 책임을 진다”라며 “그럼에도 막상 대학 내 딥페이크 성범죄 문제에 대해서는 대학이 교육부 소관이 아닌 것처럼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딥페이크 실태 파악 및 전수조사부터 예방조치까지 모든 절차에서 대학이 외면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서울시내 5개 대학에서 청년·대학생 1108명의 서명을 받아 교육부를 향해 대학별 피해자 조사 및 학내 딥페이크 성범죄 전수조사 실시, 대학 내 피해자 보호 및 지원 대책 수립, 학내인권센터 예산 및 전문인력 확충, 포괄적 성교육 지원 강화 등을 요구했다.
한편 여성 청년·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성범죄는 지속적으로 반복돼 왔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2023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합성물 피해자 423명 가운데 61%가 2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찰에 신고된 허위영상물(딥페이크 범죄를 통해 편집된 불법합성물) 사건의 피해자 총 527명 가운데 20대는 약 3분의 1에 달한다.
여경민 서강대 인권실천모임 ‘노고지리’ 대표도 “대학은 멀지 않은 미래를 미리 살아보는 곳”이라며 “10년 뒤의 폭력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폭력에 대응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경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