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최저 10도, 쌀쌀한 날씨에도 모기들 건재…“여름에도 잠잠 뒤늦게 난리”
추석에도 이어진 올해 더위, 모기 월동에 영향
전문가 “한반도 기후 변화…방역법 개발해야”
“매일 밤 모기와의 전쟁으로 정상적인 수면이 불가능합니다. 제천지역의 밤 기온이 한때 7도까지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모기가 ‘웽웽’하고 날아다니더라고요. 날이 추워 두꺼운 옷을 꺼냈는데 모기는 추운 줄도 모르나 봐요”
최근 제천지역에 가을비가 내린 뒤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 21일 제천지역의 새벽 기온은 7도까지 내려갔다. 최근 10도 내외로 오르기는 했지만 쌀쌀한 날씨는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추위를 모르는 모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 사이에선 가을을 실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해 유독 심했던 늦더위로 인해 모기가 서식하기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의림동 최모씨는 “새벽이 되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기로 두세 번씩 잠에서 깨는 것은 보통입니다. 모기와 씨름을 하다 보면 숙면을 취하지 못해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라며 “올해는 여름엔 오히려 모기가 적었는데 오히려 추워지니까 모기가 늘어난 것 같아 의아스럽다”고 했다. 민모씨도 “지난 주말 집에 모기 서너 마리가 날아다녀 밤잠을 설쳤다”라며 “따뜻한 실내가 아닌 밖에서 모기가 날아다닌다. 작년보다 확연히 모기가 늘어난 것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시민들의 이러한 반응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모기 예보에 따르면 최근의 ‘모기 발생 단계’는 2(관심)단계로 나타났다. 이는 야외에서 모기 활동이 관측되며 모기 유충의 서식지가 20% 이내로 형성된 것을 의미한다. 여전히 모기가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년 전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이달 셋째 주 7일 내내 모기 예보가 2단계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같은 기간은 일주일 모두 1(쾌적)단계였다. 1단계는 야외에서 모기 활동이 거의 없고, 모기 유충의 서식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이렇다 보니 올해의 유통업계에서도 모기 용품 판매 시기가 평소보다 늦춰지는 현상이 관측된다. 각 편의점 등의 통계자료는 최근의 경우 한여름인 8월보다 9월의 살충제 매출이 10% 높게 나타났다. 일부 편의점은 비슷한 기간 관련 매출이 28.2%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여름보다 가을에 모기가 서식하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모기는 통상 9월 중순 이후 월동 여부를 결정하는데, 올해의 경우 추석까지 이어진 더위로 모기의 월동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올해 여름엔 날씨가 너무 덥고 비가 오지 않아 모기가 서식하기 어려웠다”라며 “오히려 9월쯤부터 적당히 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려 모기 수가 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모기는 변온 동물이라 기온의 영향을 받아 활동한다”라며 “올해의 경우 9월까지도 높은 기온이 유지됐기 때문에 12월 중순까지도 계속 관측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기후 변화로 모기의 활동 시기가 늘어남에 따라 지자체 등 공공기관의 방역 활동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 교수는 “우리나라도 점차 날씨가 더워지고 겨울이 짧아지는 아열대성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라며 “모기의 활동 기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방역 기간을 연장하는 등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도 “모기가 활동하는 동안은 방제 작업이 계속돼야 한다”라며 “가장 중요한 건 정화조처럼 모기 유충이 서식하는 장소를 찾아내 박멸하는 등 효과적인 방역 기술을 개발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와 제천시 등은 일본뇌염을 전파하는 ‘작은 빨간집모기’물림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도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선 일본뇌염 주의보와 경보 발령 이후 일본뇌염 환자 2명이 발생했다.
국내 일본뇌염 환자는 대부분 5~11월 발생한다. 환자의 80%는 9~10월에 집중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가을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본뇌염 매개 모기인 작은빨간집모기의 발생 빈도가 정점에 달해 철저한 모기물림 예방수칙 준수가 요구된다.
일본뇌염은 효과적인 백신이 있어 국가예방접종 지원대상인 2011년 이후 출생자들은 표준 예방접종 일정에 맞춰 접종해야 한다. 모기에 물려 전파되는 일본뇌염은 대부분 발열·두통 등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뇌염으로 진행될 경우 고열과 발작, 마비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모기 매기 서식지 주변 방제 활동을 강화하고, 적기 예방접종 참여를 독려해 건강하고 안전한 가을철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최경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