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2000여만 원 들여 한방생명과학관 230석 규모 운영 계획
시의회, 영화관 조성 포함 2회 추경 10억3500만 원 등 ‘삭감’
문 닫은 제천CGV 11월 재개관 움직임…‘뒷북’ 논란
새로운 멀티플렉스 영화관 유치되면 ‘무용지물’ 전락
제천시가 급조한 임시영화관 조성사업이 결국 무산됐다. 더욱이 최근 문을 닫았던 CGV제천이 조만간 재개관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뒷북’ 논란마저 일고 있다.
제천시의회는 최근 열린 제339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제출한 제2회 추경안 수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수정안은 시의회가 삭감해 내부 유보금으로 돌린 예산은 10억3500만 원아 포함됐다. 삭감 내역은 한시적 영화상영관 설치 운영비 3억1900만 원, 제천문화회관 현대화사업 기본 실시설계 용역비 5억 원, 한국노총 국외연수 지원사업비 2억1000만 원, 봉양 다목적구장 조성사업 기본계획 용역비 3억 원 등이다. 이들 사업비는 전액 삭감됐다.
시는 제천지역 민간 영화관 두 곳이 모두 문을 닫은 이후 ‘외지 원정 영화팬’들이 늘고 있다는 이유로 한방생명과학관 다목적 강당에 230석 규모 임시영화관을 설치해 민간에 위탁하려 했다. 그러나 이곳은 제천 도심과 동떨어진 곳이어서 시민 불편이 우려되는 데다 조례 등 설치·운영 근거도 아직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시는 연내에 운영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사무위탁 동의안을 시의회에 낼 방침이었다.
특히 한방생명과학관은 내년에 ‘2025 제천국제한방천연물산업엑스포’가 열릴 곳이다.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메인 시설에 영화관을 만들면 한방엑스포 행사는 어떻게 치를 것인가"라는 반문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의회가 문화회관 리모델링 사업비 전액을 삭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의회는 “100억 원 가까이 드는 문화회관 리모델링은 나중에 하고 영화관이 필요하다면 우선 문화회관을 활용하라”고 집행부에 요구했다. 한 시의원은 “과거에도 영화를 상영했던 멀쩡한 화산동 문화회관을 놔두고 주요 행사를 치를 한방생명과학관에 임시영화관을 만들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라면서 “위탁받은 민간 사업자가 이런저런 행사를 이유로 영화관 운영을 제한하는 것을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던 제천CGV가 재개관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천CGV가 재개관되면 임시영화관은 무용지물로 전락된다. 시의 임시영화관 개설이 뒷북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이유이다.
이충형 전 KBS인재개발원장은 최근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개인 SNS에 “수개월간 영화관 사업자 등을 만나 유치 노력을 펼친 결과 새로운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유치하기로 했다”라고 글을 올렸다. 또 “영화관 건물 원소유주와 새로운 영화사업자가 협의를 끝내고 최근 장기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고도 했다. 이어 “새로운 사업자는 수도권 등 전국에 9곳의 영화관을 운영 중”이라며 “영화관은 건물 옥상의 루프탑 공연장을 포함해 모두 7개 관으로 구성되며, 시설 재정비를 거쳐 이르면 11월 중순에 개관할 예정”이라고 구체적 일정을 밝혔다. 이 전 원장은 “영화관의 재개관을 위해 여러 난관이 남아있지만 공식적인 단계로 들어서게 됐다”라면서 “제천 시민들의 문화 갈증이 해소되고, 인근 도시로 원정을 다녀야 했던 불편함도 사라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새로운 사업자는 CJ그룹 임원과 CGV 총괄본부장·메가박스 본부장 등을 지낸 영화배급 전문가로 알려지고 있다.
제천CGV는 지난해 말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았다. 금융회사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공매에 넘겨졌다. 모두 6차례에 걸쳐 유찰되면서 220억 원대의 수의계약 방식 매각이 진행 중이다. 이 전 원장은 “매각이 어려운 상황에서 장기 임대는 소유주와 채권단·사업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이라며 “제천시에 영화관이 다시 들어설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들의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최경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