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언론 “제천시 추진 고려인 이주 정책 성공 여부 ‘관심사’”
“인구감소로 지역소멸위기 제천시 구할 동아줄 역할 기대”
지난해 9월부터 413명 이주·진행 중…“2026년까지 1000명”
“(김창규)시장은 쇠퇴하는 도시(제천)를 살리려고 스탈린에 의해 강제 이주된 고려인을 찾았다. 제천은 한국의 많은 도시처럼 저출생·고령화로 소멸 위기를 맞았다. 중앙아시아에서 온 고려인들이 반전시킬 수 있을까?”
김창규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고려인 이주 시책에 대한 주요 외신의 평가이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8월6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고려인 이주 시책’을 서울발로 보도했다. 이후 이 시책은 이제 국내를 벗어나 외국으로부터 주목으로 받고 있다. 이 시책은 시행 이래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400여 명의 고려인을 제천지역으로 이주시키는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실제 올해 추진 실적을 발표한 시는 지난 1일 현재 “지난해 말부터 고려인 75가구 176명이 제천으로 이주하고 정착해 생활하고 있다. 현재는 87가구 237명이 제천 이주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가 집계한 이주 정착 고려인 현황은 전체 413명 가운데 러시아 124명, 우즈베키스탄 130명, 카자흐스탄 114명, 키르기스스탄 23명 등 다양하다. 나이는 30대가 118명, 40대 76명, 7살 이하 어린이 60명, 20대 59명, 10대 청소년 49명, 60살 이상 19명 등으로 분석했다. 이들은 그동안 경기 안산·광주, 인천, 경북 경주 등에서 생활하다 제천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천시는 해마다 인구가 줄어 소멸 위기에 빠지자 단기 체류(C-3-8)·방문취업(H-2)·재외동포(F-4)·영주(F-5) 등 비자를 발급받아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고려인과 재외 고려인 등 유치로 눈을 돌렸다. 제천지역은 2003년 말 14만676명이던 인구가 지난 8월 말 현재 12만9175명으로 크게 줄었다. 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난해 4월 ‘제천시 고려인 등 재외동포 주민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김 시장 등은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방문해 고려인 단체 등과 고려인 이주·유치 협약을 맺었다. 국내에 있는 대한고려인협회 등을 찾아 제천 이주 설명회도 열었다. 시는 중앙아시아 3국에 50여만 명, 국내에 8만여 명 정도의 고려인이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구 소련연방은 대한제국 말기 일제가 한반도를 강점, 탄압을 피해 시베리아와 연해주 등으로 삶터를 옮긴 주민들을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로 분산 이주시켰다. 이들의 대부분은 독립운동을 하다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옮긴 독립군이거나 그들의 가족이다. 이의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던 김 시장은 이들의 후손들을 한말 ‘창의 의병의 고장’인 제천지역으로 이주시켜 정통성을 확보하고 줄어들고 있는 인구를 늘리는 시너지를 위해 이 시책을 개발·추진하고 있다.
최근 고려인들이 대거 제천지역으로 삶터를 옮기고 있는 것은 시가 마련한 이주·정착이 실효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대원대 기숙사를 새로 단장해 재외동포지원센터를 조성했다. 센터는 고려인들이 제천지역으로 새 삶터를 옮기는데 전문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센터와 기숙사 등은 제천으로 온 고려인들은 정착 초기 4개월 동안 숙식 등을 무료로 이용한다. 고려인은 이곳에서 한국어·문화·생활 교육과 함께 단계별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적인 취업·교육·생활 준비를 하고 있다.
시는 지역 특화형 비자 사업 등을 통해 고려인에게 취업을 알선하고 있다. 1인당 30만 원의 자녀 돌봄 수당과 연간 20만 원의 의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고려인인 한국어 능력과 3급 이상의 사회통합 프로그램 검증을 통과하면 3개월 동안 30만 원씩의 정착 지원금도 준다. 초등학생 방과후 한국어 교육과 미취학 돌봄 등도 추진한다.
고려인들이 제천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제천지역은 새로운 풍속도를 연출하고 있다. 청전동 두진백로아파트 등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인들이 모이면서 침체된 상권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주를 마친 69가구 83명이 제천지역의 기체 등에 취업했다. 어린이·청소년 대부분은 제천지역 학교에 진학했다. 3명은 식료품·빵집·음식점 등을 창업하기도 했다. 김 알렉산드르(25)는 “7년 전 부모·여동생 등과 한국에 와 음성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다 제천의 고려인 정책을 듣고 지난달 초께 옮겨 왔다”라며 “취업 준비 중인데, 일자리만 있으면 제천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인구감소·지방소멸 위기를 넘으려고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고려인 유치를 추진했다”며 “2026년까지 해마다 300여 명씩 고려인 1000명 이주 목표를 세웠는데 순항 중”이라고 밝혔다. 김 시장은 “지역소멸위기 극복을 위한 시의 용기 있는 도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라면서 “지방소멸의 문턱에서 함께 분투하고 있는 여러 지자체에 의미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