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송학면 지곡마을에 폐기물처리장 설치가 알려지자 이 마을 주민들이 시청에서 반대 집회를 여는 등 반발을 했다.>
제천시민·영월군민 식수원 장곡·쌍용취수장과 1.3㎞…쌍용정수장과는 50m
수집·운반·보관 과정 2차 세균감염·발암물질 다이옥신·염화수소 발생 우려
지역 주민 주민대책위원회 구성…범시민 궐기 등 반발
제천시의회, “2차 감염 우려 의료폐기물 소각장 반대”
“사업계획 전면 백지화하고, 원주환경청은 불허 하라”
최근 송학면 지역에 폐기물처리업 신청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면민들과 제천시의회 등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지곡마을 폐기물처리장 조성 움직임 이어 이번에는 장곡리 의료폐기물 소각장 조성 움직임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송학면 주민들은 매번 폐기물 처리시설 대상지가 송학지역으로 거론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근 영월군 쌍용·후탄·신천리 주민들도 반대 입장을 내고 있다.
원주지방환경청과 제천시 등에 따르면 최근 한 폐기물 처리 업체가 송학면 장곡리에 의료폐기물 소각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은 제천시민들의 식수원인 장곡취수장을 입접하고 있다. 이 업체는 1시간 당 2톤 1일 평균 48톤을 처리할 수 있는 규모의 의료폐기물 소각 시설 설치에 나서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7월25일 의료폐기물 중간처분업(소각) 사업계획서를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했다.
제천시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부서별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제천시의회는 소각장 설치 반대 성명서를 채택하고 결사 저지 의지를 확인했다. 송학면 이장협의회와 송학사랑 등 지역 직능·환경단체 등도 즉각 반대 활동에 나서는 등 반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최근 송학면지역의 주민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지역구 국회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과 김창규 제천시장 등 지역 정치권의 소각장 반대 운동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이 업체가 인·허가에 나서고 있는 의료폐기물 소각장 예정지는 불과 1.3㎞ 떨어진 곳에 있다. 영월군 상수원인 쌍용취수장과 연접해 있다. 영월 쌍용리 주민 2000여 명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시설인 쌍용정수장과 불과 50m 떨어져 있다. 제천시민과 영월군민들이 식수 오염을 우려하고 있는 이유이다. 시·군민들은 인·허가를 받고 이 업체가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고 따른 환경오염을 우려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실제 사업지 인근의 송학면 사석리 한 주민 “얼마 전까지 석회석 광산에 대한 폐기물 처리시설 건립 건으로 주민 불안이 컸다. 이번에는 제천과 영월 주민들의 젖줄인 상수원 인근에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짓겠다고 한다”라면서 “제천과 영월 주민들은 의료폐기물 소각장 건립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관련법 개정으로 의료폐기물 중 일부가 일반폐기물로 분류되고, 당국의 폐기물 소각장 관리 감독이 매우 엄격해 많은 의료폐기물 소각장이 경영난에 처한 것으로 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의료폐기물 처리시설을 추가로 건립하겠다는 사업자의 의도와 오기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남화 송학사랑 대표는 “의료폐기물 처리장이 들어서면 각종 유해 물질 배출에 따른 식수·환경오염과 2차 감염이 우려된다”라며 “주민들이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반대하는 것은 님비현상이나 주민 이기주의가 아닌 환경과 공익적 차원의 정당행위”라고 강조했다.
주민대책위원회를 꾸린 이 지역 주민들은 관계 당국의 사업계획 불허를 촉구하고, 범시민 반대 궐기대회를 여는 등 강력한 반발에 나서고 있다. 대책위는 “제천지역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연간 400여톤에 불과하다. 이는 이 업체가 열흘이면 처리할 수 있는 규모”라며 “나머지 350여 일을 외지에서 반입한 의료폐기물을 태우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지역의 곳곳에 현수막을 내걸었다. 고 있다. 대책위는 “이 업체가 사업 추진 의사를 완전히 철회할 때까지 총력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이다.
지난달 29일 원주환경청으로부터 민원 접수 통보를 받은 시는 주변 지역 주민 의견과 관련 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불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시의 ‘불가’ 입장은 참고 사항이다. 현행 법규는 그러나 시가 주민 반발 등을 이유로 불가 의견을 낸다고 해도 원주환경청의 처분을 구속할 수는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주환경청은 시의 의견과는 관계없이 ‘사업 적합’ 통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의 사례도 있다. 원주환경청은 원주시와 영월군이 유사 시설 설치에 반대의견을 냈는데도 사업계획 적합 처분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원주환경청이 ‘적합’ 의견을 내면 시가 사업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개발행위나 건축 인·허가 권한 등을 행사하는 것이 유일하다. 지자체와 유사 민간사업자 사이의 행정소송이 빈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는 지역 주민의 의견과 입지 여건 등을 검토해 입장을 정리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 “2차 감염 우려, 소각장 반대”
제천시의회는 송학면지역의 의료폐기물 소각장 설치 결사 저지를 공식화했다. 시의회는 성명서를 채액하고 “의료폐기물 소각장 사업 예정지 직선거리 1.3㎞ 거리에 제천시민 13만여 명의 식수를 책임지는 장곡취수장이 있다”라면서 “이 사업 허가는 안전하고 양질의 식수를 국민에게 공급해야 할 국가의 책무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의회는 “의료폐기물은 수집·운반과 보관 과정에서 2차 세균감염의 위험성이 크고, 특히 소각 과정에서는 1급 발암물질 다이옥신과 염화수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강조한 뒤 “인·허가기관은 상수원보호구역 수질 악화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시민들의 건강과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의료폐기물 소각장 설치를 결사 반대한다”라면서 "해당 업체는 사업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주지방환경청은 이를 불허 하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지난해 지곡마을 폐기물처리장 ‘한바탕 홍역’
이에 앞선 지난해 2월에는 송학면 지곡마을에 폐기물처리장 설치 움직임이 있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열린 도시계획위원회는 폐기물 종합재활용 업체 A사가 신청한 송학면 도화1리 지곡마을 폐기물처리시설 신축 용지 개발 허가 심의를 부결했다. 도시계획위원회는 이 시설이 들어서면 주변 경관을 해치고, 환경오염 등 종합적인 주민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어 부결했다.
지난 2022년 9월 A사는 송학면 도화1리 지곡마을에 폐고철 처리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의 개발사업 계획서를 시에 제출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접수된 폐기물처리장은 1만6200㎡ 규모이다. 고철과 비철금속을 분쇄 처리하는 시설이다. 지곡마을 주민들은 “기존 폐기물처리업체와 농약공장 등으로 비산먼지·소음·악취 등 환경피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환경오염물질 배출업소는 용납할 수 없다”며 연속 집회를 벌인데 이어 시청 앞 도로변에 천막을 설치하고 장기 반대 농성을 벌였다.
◇영월군, 장곡리 의료폐기물 반대 건의서 제출
영월지역 시민사회 등도 장곡리 의료폐기물 설치를 강력 반대하고 있다. 영월군 한반도면 쌍용·후탄·신천리 주민들은 주민협의회를 구성하고 의료폐기물 처리시설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반대 건의서를 원주환경청에 제출했다. 주민들은 건의서에서 “취수 및 정수시설은 안전하고 양질의 물을 공급하는 시설이다”고 정의하고 “이 시설은 인재와 예측 불허한 재난·재해 발생 시 수질오염은 사람과 환경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므로 오염원으로부터 철저히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업 예정지 인근에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시멘트회사와 석회석 공장 등 다수의 대기 오염·악취 발생 사업장이 자리 잡고 있다”라며 “의료폐기물 소각 시설까지 인근에 설치되면 환경오염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가중될 것”이라며 사업계획서 부적합 처리를 강력 요구했다. /최경옥·박경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