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공공기관 지방 개별 이전 시 지방시대위원회 심의 단서 삭제
충북도 추진 오창·충북혁신도시 집단 이전 정책 발목
도, “지방 이전 6곳·유치 대상 8곳 등 음성·진천혁도”
도 발표에 제천시민 ‘뿔났다’…“이번에도 뒤통수인가”
국회 국민의힘 엄태영(제천단양) 의원이 공공기관 지방 이전 재량을 확대한 혁신도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이 법이 국회를 통과 되면 도가 추진하려는 오창과 음성·진천혁신도로로의 공공기관 집단 이주가 어렵게 된다. 특히 정부 추진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사활을 걸고 있는 제천지역은 숨통이 트인다.
엄 의원은 개정안에서 법 29조 1항 단서를 삭제했다. 현행법은 공공기관이 혁신도시 외 지역으로 개별 이전하려면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엄 의원은 “절차가 복잡하고 그 정당성 입증에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이를 삭제했다. ‘개별 이전’이라는 용어도 없애 역차별 가능성을 차단했다.
개정법이 발효하면 음성·진천 등 혁신도시가 아닌 지역으로 이전하려는 2차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은 지방시대위원회 심의 없이 이전할 수 있게 된다. 그는 “비혁신도시 지역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인구감소 등 지역별 특성과 연계한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국가균형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500여 개의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계획을 수립 중이다. 충북도가 유치에 나선 공공기관은 지역난방공사 등 31개다. 혁신도시 외 유치 대상 공공기관은 의료기기 안전정보원, 의약품관리안전관리원, 보건의료연구원,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식품안전정보원, 수자원환경산업진흥원, 국방연구원 등이다. 청주 오송과 제천 등 철도 교통 요충지에는 코레일네트웍스와 코레일관광개발·코레일로지스 등 철도 관련 공공기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놓고 제천과 오송이 힘겨루기를 보이고 있다.
충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방침이 알려지자 제천지역사회는 강력 반발하고 았다. 지난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시쳇말로 뒤통수를 맞았던 제천시민들은 이번 2차에서도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떼 놈이 벌 수 있다’는 우려감을 내놓고 있다.
제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 방침을 내놓은 2020년부터 지역소멸도시로 분류된 제천지역으로의 기관 유치를 위해 진력했다. 2차 공공기관 제천유치는 민선 7기 이상천 전 시장과 민선 8기 김창규 시장이 사활을 건 시책이다. 전임과 현 시장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견 없이 모든 행정력을 기울인 시책은 공공기관 제천지역 이전이 사실상 유일하다. 이들 양 시장들은 수차에 걸쳐 국회를 찾아 토론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2차 공공기관의 제천지역 이전을 주창했다.
이의 노력은 도가 2차 공공기관의 청주권역 이전 방침을 공식화하면서 수포가 되는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도의 이전 방침은 청주권역, 그것도 오창지역으로의 ‘몰방’ 유치가 골자이다. 이의 결정에 제천과 단양 등 도내 북부권역 시·군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동안 도는 청주권역 위주의 개발정책을 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창산단이다. 도의 집중 개발정책으로 오창지역은 더 이상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기업이 들어섰다. 이와는 달리 제천과 단양지역은 충북도의 오지로 분류되고 있다. 도정의 소외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청주·충주 등과 함께 도내 3개 시로 분류되고 있는 제천시만이 상대적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의 사정은 도도 익히 숙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김영환 지사 등은 제천지역을 찾을 때마다 각종 개발안을 내놓고 있지만 도정으로의 접목은 요원한 실정이다. 실제로 도가 최근 발표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관련한 도정 운영방침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김 시장 등은 그동안 도내로 이전되는 공공기관의 제천지역 유치를 위해 문턱이 닳을 정도로 도를 찾았고, 김 지사와 의견을 주고·받았다. 면담 당시의 분위기는 그리 나쁘기 않았지만 최근 도의 발표에 제천지역은 없다.
도가 2차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 유치 전략을 다듬었다고 말문을 연 도는 6개 공공기관을 최우선 유치 대상으로 선정하고 총력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 이전 TF를 구성한 도는 지난해 6월부터 유치 대상 공공기관과 해당 기관 노조를 방문해 설명하는 방식으로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전국 혁신도시 중 유일하게 산·학·연 클러스터 잔여 용지 보유 등 특장점을 중점 홍보하고 있다.
도가 밝힌 16개 공공기관 이전지역은 모두 음성·진천혁신도시이다. 음성·진천혁신도시와 공유되고 있는 곳이 바로 오창지역이다. 오창지역은 충북도와 청주권역 개발의 핵심이다. 도가 이전 대상 기업의 혁신도시 이전을 발표했으나, 내면은 오창지역의 개발의 한 축인 셈이다. 제천시민들이 반발하고 분노하고, 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이다. /최경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