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가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자인 김만배와 돈거래 혐의 전 언론사 간부 숨진 채 발견
김정곤 전 한국일보 뉴스부문장 김만배로부터 1억 원 받은 혐의 조사받아
국힘 진상조사 요구…윤상현 “여야 합의로 이재명 주위 의문사 특검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에 발생한 대장동 사건의 불똥이 단양지역으로 옮겨붙었다. 대장동 사건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 사업 당시 화천대유라는 특정 회사에 거액의 이익을 몰아넣었으며, 이를 감추기 위해 50억 클럽 등 법조인과 언론계 등에 무차별적으로 로비를 진행했다는 의혹이다. 화천대유는 이를 통해 수천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연루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단양경찰은 지난 29일 오후 7시30분께 단양군 영춘면의 한 야산에서 전직 한국일보 간부 김정곤(56)씨가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가족으로부터 실종 신고받고 휴대전화 위성항법장치(GPS) 위치 추적을 통해 A씨의 소재를 파악했고, 차량에서 50여m 떨어진 야산에서 A씨를 찾아냈다고 했다. 김 전 부문장은 지인들과 단양 영춘면으로 캠핑을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으로 발견된 김 전 부문장은 지난 1996년 한국일보에 입사해 사회부·정치부·경제부·국제부 등을 거쳤다. 사회부 법조팀장으로도 재직했다. 한국일보 기자협의회장과 사회부장·논설위원 등도 역임했다.
김 전 부문장은 지난 2020년 5월 주택 매입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김만배로부터 1억 원을 빌린 사실이 확인돼 지난해 1월 해고됐다. 이후 “사인 간 정상적인 금전소비대차 계약 행위”라고 주장하며 불복 소송을 냈으나 지난 14일 열린 1심에서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문장은 지난달에만 세 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양으로 내려오기 직전인 27일애도 8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r검찰은 지난 4월 김 전 부문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문장은 김만배에서 받은 돈이 차용이라고 주장해왔다. 한국일보는 이자를 제때 지급하지 않고, 이자율도 일반적이지 않고, 지난 2021년 9월 대장동 사태가 터지기 전에 차용하고 대장동 사건이 불거지자 김만배와의 금전 거래 사실을 보고한 점 등을 고려해 지난해 1월 해고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문장은 이에 불복 해고무효 소송을 냈으나 지난 14일 법원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김 전 부문장은 김만배와의 돈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도 받았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에 우호적인 기사를 작성하거나 불리한 기사 작성을 막아달라는 취지로 김 전 부문장 등 언론사 간부들과 돈거래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부문장의 사망으로 이 사건을 ‘공소권 없음’ 처리·종결했다.
한편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이재명 주위 의문사와 관련한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위 의문사 진상조사를 위한 특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부분장은)여섯 번째 죽음”이라며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사업1처장, 이 전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한 이모 씨, 김혜경 법인카드 유용 의혹 연루 배모 씨의 지인, 이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던 전모 씨에 이어 김만배와 돈거래를 했던 전 언론사 간부까지 숨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 숨진 전 언론사 간부는 김 씨와의 돈거래를 통해 대장동 일당에 우호적인 기사를 작성하거나 불리한 기사를 막아달라는 청탁 의혹으로 수사 받고 있는 중이었다”라며 “(이 전 대표 주변의 사망 사건이)한두 번이면 우연한 사고일 수 있지만, 여섯 번이나 이 전 대표와 관련된 유력한 증인들이 검찰 수사 중에 숨지는 상황은 일반적인 수준을 뛰어넘는 미스터리 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이제 죽음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 이 전 대표 주위에서 벌어지는 의문사에 대해 특검에 나서야 한다. 진상을 밝혀야만 끝낼 수 있다”며 “이 전 대표 주위에서 벌어지는 의문사는 일반적인 뇌물이나 독직 사건의 차원이 아니다. 우리 정치 역사에 이런 일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가 추구하는 정치가 무엇인가. 자신의 지인들이 검찰 수사 중에 잇따라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특검이 필요한 일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윤 의원과 경쟁 구도에 있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을 통해 “대장동 일당과 엮인 죽음이 벌써 여섯 번째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거짓과 어둠을 이 땅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옥기자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