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문화재위서 부결…“시·향교, 주민 연명서 제출할 것”
시와 주민들, “말도 안 된다” 펄쩍…시가지화로 산세 잃어
충북도 문화재위원회가 제천시의 민화마을 주차장 조성사업을 불허해 논란이다. 주차장 조성 예정지가 ‘용의 머리’라는 게 이유인데, 시와 주민들은 “말도 안 된다”라며 펄쩍 뛰고 있다.
시에 따르면 도 문화재위는 시가 주차장 조성을 위해 냈던 역사문화보존구역 현상변경 허가 신청을 불허 처분했다. 제천향교 인근 민화마을 주차난 해결을 위해 15대 규모(859㎡) 작은 주차장을 만들기로 한 시는 제천향교 소유 땅을 3억여 원에 매입한 뒤 필요한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업예정지가 제천향교(충북도 유형문화재 105호) 반경 300m 이내여서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문화재위는 지난 1월 말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시는 민화마을의 대표적인 볼거리가 민화(벽화)지만, 주차하는 차량에 가려 조성 효과가 반감하고 있다는 지역주민 민원도 반영했다.
전국의 향교는 대부분 풍수지리적으로 좌청룡 우백호를 거느린 곳에 입지한다. 제천향교 역시 1590년(선조 23년) 최초 지리적 입지는 그랬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주변이 시가화하면서 과거의 지형이나 산세를 잃은 지 오래다.
실제 향교와 주차장 부지 사이에는 어린이공원과 주택, 도로 등이 건설되면서 이미 지형적으로 단절된 상태다. 시 역시 "90% 이상 훼손된 상태"라고 설명했으나 문화재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화재위 일부 위원들은 “제천향교 왼쪽 주차장 조성 예정지부터 향교까지 용(죄청룡)의 형상인데, 주차장 터가 용의 머리”라라면서 “용의 머리를 훼손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 관계자는 “민화마을 방문객 수와 주차장 현황 등 실제 주차 수요를 확인할 수 있는 보완자료를 요구했다”라면서 “용의 머리를 훼손하면서까지 주차장을 조성할 필요가 있는지 검증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제천향교도 동의한 주차장 조성”이라면서 “사업계획을 일부 수정하고 지역주민과 향교의 연명서를 받아 이달 하순 열릴 문화재위에 재심의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제천향교는 고려 후기에 창건된 교육시설이다. 최초 창건과 소진·재창건 등의 부침을 겪으며 제천지역의 역사와 함께했다. 1389년(공양왕 1)에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최초 창건됐다. 1590년(선조 23)에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였으나 임진왜란 당시 퇴폐됐다. 재건 뒤 1907년 의병장 이강년이 왜군과 교전 중 소진됐다.
지난 1909년 대성전이 중건된 것을 시작으로 1922년에 명륜당, 1980년에 동재(東齋), 1981년에 서재(西齋) 등이 중건됐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정면 3칸과 측면 2칸의 맞배지붕으로 된 대성전, 정면 3칸·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된 명륜당, 각 정면 4칸·측면 1칸의 맞배지붕으로 된 동재와 서재, 제기고(祭器庫)·내신문(內神門)·외신문(外神門) 등이 있다.
대성전에는 5성(五聖), 송조4현(宋朝四賢), 우리나라 18현(十八賢)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로부터 토지와 전적·노비 등을 지급 받아 교관 1명이 정원 30명의 교생을 가르쳤다. 갑오개혁 이후 신학제 실시에 따라 교육적 기능은 없어졌다. 봄·가을에 석전(釋奠)을 봉행(奉行)하며 초하루·보름에 분향을 하고 있다.
제천향교는 지난 1981년 충청북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됐다. 현재 지방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설 명륜학원(明倫學院)을 운영하고 있다. 향교의 운영은 전교(典校) 1명과 장의(掌議) 수명이 담당하고 있다. /최경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