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 업체 선정 부실논란 ‘점입가경’

기사작성 : 2015년 10월 23일 15시 29분 47초

시 … 공무원 직무관련 고발지침 등 관련 규정·절차에 따라 수사 의뢰
시의회 … 시의회 경시 처사 단정 ‘의사일정 거부’ ‘감사청구’ 등 초강 수

일부 시민, 사상 초유사태 우려·‘이 시장 꼬리 자르기 들어간 것’ 의혹제기

 

제천시와 제천시의회가 시의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 업체 선정’과 관련, 정면으로 부딪쳤다.

 

시는 시의회 의원 2명에 대해 ‘수사의뢰’의 강수를 뒀고, 시의회는 ‘의사일정 거부’의 초강수로 대응하고 있다.

 

집행부와 시의회가 이견으로 설전과 여론 조성을 위한 성명전을 펼치는 경우는 흔한 광경이지만 ‘법’과 ‘파업’으로 전면 대치하는 국면은 풀뿌리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래 30여년만에 벌어진 초유의 사태다.

 

지방자치·행정에 있어 쌍두마차 가운데 하나인 시의회의 ‘의사일정 거부’는 마차바퀴하나가 빠져나간 형상으로 곧 행정마비를 의미한다.   

불은 시가 먼저 지폈다. 성명서 등의 명목은 시가 전면에 배치됐지만 사실상 이근규 제천시장의 의지로 치부해도 별다른 이의가 없다. 시는 올 초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를 민간에 위탁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마련했다.

 

시는 이어 관련 행정절차에 걸쳐 지난 7월 성남의 한 업체·제천의 모 환경업체 등의 컨소시엄과 관리 대행을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가 공공하수처리시설에 대한 관리대행 대가로 5년간 모두 92억원을 지급한다는 조건이다. 지난달 이같은 사실이 시의회와 일부 언론으로부터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기 시작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제천의 한 환경업체 직원으로 이 시장의 최측근이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더욱이 이 업체에 대한 자리를 놓고 이 시장의 또 다른 측근과의 암투가 있었다는 소문마저 돌면서 이 시장은 자연 태풍의 눈으로 자리매김 됐다.

 

지역정가는 이 시장의 측근 챙기기와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이 눈덩이처럼 부풀려 소문 되기 시작하면서 시와 시의회 간 진실공방이 시작됐다.
관리대행 업체 부실계약 의혹이 제기되자 시는 자체 감사를 벌인 결과 문제점을 확인했다.

 

시는 이 업체를 담당했던 환경사업소 공무원 5명에 대해 “범죄 사실에 대한 혐의를 파악했다”며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시는 이와는 별도로 최초로 시로부터 관련 문건을 요구했던 김모 의원과 김 의원으로부터 자료를 받고, 이를 근거로 기사화했던 모 인터넷신문의 최모 기자에 대해서는 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시는 또 시의회 최모 의원에 대해 허위로 공문서를 작성하고 사문서를 위조했다고 수사를 의뢰했다. 이 사건과 관련, 5명의 공무원과 2명의 시의회 의원·1명의 언론인에 대한 범죄사실을 특정하고 수사를 의뢰한 셈이다.

 

시는 고위직 공무원의 입을 빌어 “‘제천시 공공하수처리시설 관리대행 업체 선정’과 관련, 위법사항이 없다”의 제하로 성명서를 발표키도 했다. 

이같은 시의 행보에 대해 일부 시민들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시가 ‘관리대행 업체 선정에 위법사항이 없다’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으나 “본 사건은 시 감사법무담당관의 철저한 조사과정을 거쳐 범죄 사실에 대한 혐의를 파악하고 이미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히고 있는 것은 이율배반적 논리로 치부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문제가 없으면 범죄사실도 없어야하는 것이 올바른 논리”라는 것이다. 시가 앞과 뒤가 일치하지 않는 억지 논리를 내고 있는 것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이 시장이 꼬리 자르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시가 성명서의 기조로 밝힌 “위법 사항은 없다”라는 의미는 공무원의 범죄 사실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이근규 시장이 이에 개입하지 않았다”라는 우회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판단이다.

 

◇92억 혈세투입 사실 밝혀야 ‘감사원 감사청구’

 

시가 시의회 의원들에 대해 수사를 의뢰하자 시의회 의원들은 ‘의사일정 보이콧’의 카드를 들고 나섰다. 최근 의원간담회를 연 시의회 의원들은 전체 13명 가운데 11명의 찬성으로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린 233회 임시회를 보이콧 했다.

 

또 시가 주관하는 모든 행사의 불참도 선언했다. 시의회의원들 임시회 기간 동안 상임위원회 활동을 중단하고 본회의를 열었다. 시의회 의원들은 임시회 기간 동안 의회에 등원, 다음달 3일부터 11일까지 열기로 한 234회 임시회를 대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의회가 의사일정을 거부하면서 시가 상정한 ‘제천시 투자유치촉진 일부 개정 조례안’ 등 13건의 조례안과 ‘청풍호 관광모노레일 민간위탁 동의안’ 등 모두 22건이 의안 심사되지 못했다.

 

시의회 김꽃임 의원은 “92억원의원의 막대한 시민혈세가 투입되는 중대한 업무를 대행하게 되는 업체를 선정하면서 관련법과 조례를 무시하고 위법성도 확인됐다”라며 “계약의 유효성에는 문제점이 없는지, 적법하게 처리됐는지 등을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이 사건은 자체조사 결과 ‘제천시 공무원의 직무관련 고발지침’ 등 관련 규정과 절차에 따라 수사를 의뢰한 것”이라며 “시의회 김꽃임 의원과 관련 인사들의 주장은 사법기관의 수사과정을 통해 진위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옥·정재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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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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