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겁의 세월을 뒤로 도도히 흐르는 냇물은 봄의 합주곡을 연주
긴긴 겨울을 떨쳐 내고 이곳저곳은 봄소식으로 분주
이름 모를 야생화 부끄러운 듯 다소곳 얼룩 내밀어
노란 개나리와 먼발치 아지랑이 완연한 봄의 전령사
역사·현실적으로 번창했던 모든 도시는 도심에 강과 대형 하천 등이 횡단을 했다. 배산임수의 명당도 반드시 전면에 반드시 물이 흘러야 한다. 그만큼 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대목이다.
제천지역의 주산은 용두산이다. 의림지는 용두산의 여의주 격이다. 용두산에서 흘러내린 물들이 모아져 의림지를 형성한다. 의림지에서 제천지역 전역으로 식수와 농수가 공급됐다. 의림지에서 흘러내린 지류는 크게 2곳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현재도 형태가 그대로 남아있는 신월천이다. 신월천은 용추폭포에서 떨어진 물들이 모여 신월동과 하소동을 거쳐 현재의 하수종말처리장 인근에서 장평천과 합수, 봉양으로 흘러간다.
또 다른 하나는 장평천이 그것이다. 장평천은 의림지 우측, 현재의 도로측면에서 흘러내린 물이 현재의 비행장과 장락사를 거쳐 송학천과 합수되면서 큰 하천을 형성했다. 하수종말처리장 인근에서 신월천과 합수되고 시청 앞으로 거쳐 봉양으로 흘러갔다. 수천년 업겁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신월천에 비해 세월이 흐르면서 예전의 장평천은 흔적으로 찾기 어려울 정도로 지천한 규모였다. 최근 시가 장평천 정비를 하면서 현재의 규모로 윤곽을 드러냈다. 과거의 장평천은 남한강 상류를 따라 올라온 소금배가 서강으로 옮겨 타고 입석과 송학을 거쳐 장락사까지 운행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지금의 장평천은 하천 정비 등을 통해 상당한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나 여전히 수량 부족 현상을 빚고 있다. 조금의 갈수에도 부유물질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장평천은 이를 제외하면 제천시민들의 편안한 휴식처이다. 최근은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이며 강태공들이 모여 월척 낚기에 혼신이다. 이곳은 둔치는 강제도 주민들의 산책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코로나 팬더믹의 악조건에도 아침과 저녁으로는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이 지역 주민들의 행보를 손쉽게 볼 수 있다.
장평천에도 봄은 왔다. 둔치의 이곳과 저곳은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다소곳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장평천가에 심어진 벚꽃나무들도 봄소식을 전하는데 여념이 없다. 먼발치에는 노란 개나리가 함박웃음을 보낸다. /글·사진 이경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