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35년 만에 ‘통합의 길’…공동선언문 채택
김태흠 지사-이장우 시장 “대전과 충남은 한 뿌리”
김영환 지사, “충청광역연합의 성공적 안착이 먼저”
대전시와 충남도의 행정통합 선언에 충북도의 속내가 복잡하다. 김영환 지사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충청광역연합의 성공적 안착을 전제한 통합추진을 주문했다.
김 지사는 “최근 대전·충남 통합 추진 공동선언에 환영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함께 최근 광역행정통합노력은 수도권 일극 체제 해소, 인구소멸 대응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인구 360만 명에 달하는 대전·충남 통합노력은 더 큰 충청권(560만 명) 통합으로 나아가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그러나 “충청권 메가시티 ‘충청광역연합’의 성공적 안착이 먼저”라면서 충청권 4개 시도 특별자치단체 추진 효과 반감을 우려했다.
대전·세종과 충남·북이 참여하는 충청광역연합이 내달 18일 출범한다. 이 과정에서 나온 대전·충남의 행정통합 논의가 광역연합의 본래 취지와 효과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일본 간사이 광역연합 내 오사카부·오사카시 통합 사례를 제시하면서 “충청광역연합 성공을 통해 장기적으로 충청권 메가시티로 발전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정통합 과정에서 지역 간 이해관계와 지자체 조직개편, 공무원 인사 체계 개편, 국회의원·지방의원 조정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라며 “규모만 바라보다간 자칫 장밋빛 전망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대전시와 충남도는 지난 21일 대전시 옛 충남도청사에서 2026년 7월을 목표로 행정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민선 9기 지방선거 이전에 행정을 통합할 방침이다. 행정통합이 성사되면 통합 자치단체장 1명만 선출하게 된다.
이 선언문 채택으로 대전과 충남이 분리한 지 35년 만에 통합의 길을 걷게 됐다. 두 시·도는 지난 1898년 대전이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35년 동안 분리돼 있다가 다시 합가하기로 해 의미가 남다르다. 두 시도의 행정구역 통합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대전과 충남은 한 뿌리”임을 강조하며 통합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정치적 동맹관계나 다름없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이번 통합 논의도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수도권 일극 중심과 지방소멸을 극복하기 위해 두 사람이 의기투합했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험난한 여정이 예견되지만 통합이란 대의에 접점을 찾게 된 것은 최근 대구와 경북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된 게 자극제가 됐다.
이 시장과 김 지사는 오래전부터 물밑 접촉을 갖고 통합 문제를 고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발전연구원과 충남발전연구원에서도 두 시도 통합 구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던 터라 오는 지방선거 전까지 통합을 완성한다는 구체적 청사진도 제시된 상태다.
행정구역 통합을 위해 두 시도 동수로 구성하는 (가칭)행정구역통합 민관협의체도 곧장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대전과 충남에서 각각 15명씩 30명 선으로 구성될 민관협의체는 통합법률안을 마련한 후 두 시도에 제안하기로 했다. 이후 통합 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과 연방 국가의 주(州)에 준하는 실질적 권한과 기능을 확보하는 국가 사무와 재정 이양을 통해 대전충남특별시나 대전충남특별자치도로 출범한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대전과 충남은 같은 생활, 경제권임에도 불구하고 국책사업 유치 경쟁 과열 및 산업생태계 중복투자·광역교통·문화·의료시설 등 늘어나는 광역행정 사무 처리 어려움과 과잉 투자 발생, 인구감소로 인한 소도시 재정력 약화 및 행정적 비효율 증가 등 각종 난맥상을 보였다.
행정통합이 이뤄지면 대형 국책사업과 투자 유치를 위한 소모적 경쟁이 줄어들고 자치단체 경계를 넘어서는 교통망·공공시설 구축 등 광역행정 수요에 대해서도 더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불일치로 인한 불편을 효과적으로 해소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행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특히 대전시(144만 명)와 충남도(213만 명)가 통합할 경우 인구 약 360만 명에 달하면서 광역경제권이 형성돼 대전의 우수한 연구개발 역량과 인적자본, 충남의 탄탄한 제조업 기반이 시너지를 내 지역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고 수도권에 필적하는 성장이 기대된다. /최경옥·박경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