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탓에 사망? 억울해”…의료현장 부글부글

기사작성 : 2024년 04월 16일 14시 40분 44초

한 총리, ‘심정지 아동 전원 실패이런 비극 없도록 의료개혁


복강내 출혈 가능성 전달받지 못해

심정지 1시간 이상불가역적 손상

사실 근거없는 보도 이젠 멈춰달라

 

최근 충주와 보은 등지에서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가 전국 최대 이슈로 등장했다. 충주지역은 전신주에 깔린 70대가 사망했고, 보은은 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33개월 여아가 병원의 이송 거부로 인해 숨졌다. 이와 관련, 의료현장 최전선을 지키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허탈함과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보은의 여아 사망사건과 관련, “더 이상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의료개혁에 착수했다며 자신의 SNS에 지난달 30일 충북 보은한양병원 응급실 당직의사 A씨가 물웅덩이에 빠져 심정지가 온 33개월 아이를 응급조치한 뒤 대형 병원 전원을 시도하는 내용의 보도를 공유했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충주에서 전신주에 깔린 70A씨가 병원 이송이 거부돼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환자 이송을 요청받은 병원들은 119구급대로부터 환자의 복강 내 출혈 가능성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지난달 22일 오후 511분께 충주시 수안보면에서 A씨가 전신주에 깔려 발목 골절상을 입고 수술을 받아야 했으나 건국대 충주 병원과 충주 의료원이 각각 마취과 의사가 없고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구급대의 이송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A씨는 오후 620분께 충주시 모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복강 내 출혈이 발견됐고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의료 현장에서는 병원 전 단계인 환자 이송 단계부터 병원의 의료진에게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인술 대전응급의료지원센터장은 “(119 구급대가 의료진에게) 환자가 다친 부위를 발목만 얘기했다는 게 문제라면서 현장에 간 구급대원이 전신주에 온몸이 깔렸다고 얘기하는 것과 발목만 깔려 다쳤다고 얘기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신주가 발목과 함께 몸통을 덮쳤다고 하면 의료진은 가슴에 피가 찼다던지, 복부에 피가 찼다던지, 하는 이런 생명에 위협을 주는 장기 손상을 먼저 의심한다면서 이런 정보가 없다면 이송을 요청 받은 병원은 일반 정형외과에 가서 치료 받아도 된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적절히 치료할 수 있는 시간 안에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 이송하는 첫 단추가 잘 끼워져야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전신주가 넘어가면서 전신을 덮쳐 복강 내 출혈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복부 CT 검사 없이 육안으로 봐선 알 수 없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의 A 응급의학과 교수는 구급대는 손상 기전, 즉 사고 상황에 따라 처음부터 권역외상센터 등으로 이송을 시도했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증 외상 환자는 처음부터 아주대병원으로 이송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오전 정례 브리핑을 통해 사고 당시 출동한 119구급대가 A씨의 복강 내 출혈을 인식하지 못했고, 이송 요청을 받은 병원들도 복강 내 출혈 가능성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구급대가 복강 내 출혈 부분까지는 의심을 하지 못했고 발목 골절 치료를 위한 병원을 선정 중이었다면서 수용 의뢰된 병원에 복강 내 출혈 관련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보은의 33개월 여아가 상급종합병원 이송을 알아보는 도중 숨진 사례는 상급종합병원의 이송 거부가 아닌 여아의 심정지 상태가 1시간 이상 지속된 데 따른 불가역적 손상이 원인이었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난달 31일 오후 430분 보은에서 생후 33개월 된 A양이 주택 인근에 있는 가로·세로·깊이 1.5m 크기의 물웅덩이에 빠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A양은 오후 449분 병원에 도착했고 1시간18분간 전문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119구급대의 병원 전 심폐소생술을 포함하면 심폐소생술 시행에 1시간27분이 소요됐다. 병원에서 심폐소생술, 약물 투여 등 응급치료를 받은 A양은 오후 533분께 맥박이 잠시 돌아왔고 병원은 A양이 자발적순환회복에 이른 것으로 판단해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려 했다. 하지만 오후 7시께 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던 A양은 10여분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33개월 꽃같이 예쁜 소아의 사망에 참으로 마음이 아프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환아가 원거리 이송이 필요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을 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환아를 무리하게 상급종합병원 전원을 위해 이송했더라도 이송 도중 심정지가 발생해 수용 병원에 심정지 상태로 도착했을 것이라면서 전원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하게 진행돼야 하는 것이지, 무조건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하는 전원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원을 갈 수 있는 환자 상태, 즉 이송을 견딜 수 있는 환자 상태에서 전원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수·지방의료 붕괴 적나라하게 보여줘

 

한 총리는 “119 요원들과 보은한양병원 의료진이 힘을 합쳐 두 시간 가까이 노력했으나 끝내 자리가 나지 않았고 아이는 결국 숨졌다응급처치를 계속하셨을 의료진, 그리고 응급실 밖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계셨을 부모님께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필수의료·지방의료 붕괴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혈관 질환 사망 사건와 대구 여고생 응급실 뺑뺑이사망 사건 등을 언급했다. 이어 병의·원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은 도시보다 의료환경이 더 열악하고, 그 중에서도 어린이 환자는 어른 환자보다 더한 사각지대라며 현재 전국에는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가 단 열 곳 있다. 서울 세 곳, 인천 두 곳, 대구·경기·충남·경남·세종시 각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한 총리는 비상진료체계 가동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고 소아전문응급의료체계를 확충하는 근본적인 개혁조치를 쉬지 않고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불편과 불안을 견디며 의료개혁을 지지해주시는 국민들 한 분 한 분께, 또한 현장을 지키며 묵묵히 격무를 감당하고 계신 의료진 한 분 한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최경옥기자

본 사이트의 내용과 이미지 자료는 제천단양투데이에 있으며, 무단도용과 배포는 금합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Hot

인기 올 신규 공중보건의사 23명 배치…15일부터 근무

| 댓글 0
도내 공중보건의 193명…작년보다 12명↓의료 취약지 우선배치 “의료공백 최소화” 도내 농촌 등 의료취약지역에 올해 신규 공중보건의사 23명이 배치된다.도에 따르면 이번 신규 배치… 더보기
Hot

인기 올해 도시 숲 조성사업에 284억 투입

| 댓글 0
도, 도민 삶의질 향상 기대…“기후위기 대응” 충북도가 미세먼지·폭염·환경오염·녹색휴식공간 부족 등 다양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생활권 내 도시 숲을 확대 조성한다.도는 올해 생활… 더보기
Hot

인기 충북소방, 의료 공백 장기화

| 댓글 0
119 상담인력 한시적 보강 나서 충북소방이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됨에 따라 한시적으로 119 상담인력을 채용해 투입한다.충북소방본부에 따르면 병·의원 안내와 … 더보기

올해 첫 추경, 3178억 증액 7조4467억 편성

| 댓글 0
충북도, 민생 경제·취약층 보호 등 중점 충북도가 올 2024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당초 예산보다 3178억원 증액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이번 추경안이 확정되면 올해 충… 더보기
Now

현재 “응급실 뺑뺑이 탓에 사망? 억울해”…의료현장 부글부글

| 댓글 0
한 총리, ‘심정지 아동 전원 실패’…“이런 비극 없도록 의료개혁”“복강내 출혈 가능성 전달받지 못해”“심정지 1시간 이상…불가역적 손상”“사실 근거없는 보도 이젠 멈춰달라” 최근… 더보기
Hot

인기 “청주에 프로야구 11구단 창단?” 여야 ‘공약’ 공방

| 댓글 0
국힘 청주권 후보들 “야구산업 통해 청주 발전”민주 충북도당, “속보이는 총선용 유인구” 비난 지난 4·10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청주지역 후보들이 ‘프로야구단 창단’을 공약하… 더보기
Hot

인기 충북개발공사, 경관 특화 신규산단 17곳 추진

| 댓글 0
청년층 유입 취지…제천4스마트밸리 브랜드화 등 도내지역 11개 시·군의 17개 신규 산업단지가 경관 특화 산단으로 조성된다.충북개발공사는 도내 신규 산단을 ‘스마트밸리’ 산단으로 … 더보기
Hot

인기 충북 기능경기대회 입상 69명, 전국기능대회 참가

| 댓글 0
청주공고 금·은·동 메달 각 5개 수확 1위 차지 최근 청주공고 등 도내 경기장 9곳에서 열린 ‘2024 충북기능경기대회’에서 도내지역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더보기
Hot

인기 서원대학교, 충북생활기술학교 25일 개강

| 댓글 0
“5060 인생 2막 출발~” 서원대학교 보은캠퍼스와 청주서원노인복지관에 문을 연 충북생활기술학교가 오는 25일 개강한다.충북도와 서원대 등에 따르면 충북생활기숙학교는 ‘LiFE2… 더보기
Hot

인기 “미동산수목원서 숲속 결혼식 어때요”

| 댓글 0
장소 무료 대여…예비부부 모집 충북산림환경연구소 미동산수목원이 자연 속 특별한 결혼식을 꿈꾸는 예비부부를 위해 숲속 결혼식을 운영한다.미동산수목원은 숲속 결혼식 장소를 무료 제공한… 더보기
Hot

인기 “월 80억원 수익 감소” 충북대병원도 긴축 운영

| 댓글 0
전공의 집단 사직 지난 2월 20일부터 1일 25% 이상 감소 의대정원 증원 사태가 장기화화면서 경영 악화를 겪는 충북대학교병원이 긴축 예산 운영에 돌입했다.충북도와 충북대병원 등… 더보기
Hot

인기 檢, 오송 지하차도 참사 충북도 실무자 2명 영장 청구

| 댓글 0
관리 주체 도의 실무 책임자…안전 관리·재난 대응 부실 혐의지난 1월17일 오송참사 원인제공 혐의 감리단장·현장소장 재판사고 발생 6개월만 열려…감리단장 ‘인정’·현장소장 ‘전면부… 더보기
Hot

인기 김영환 지사, “올 2024년은 육로·하늘길 여는 원년”

| 댓글 0
중부내륙 도로·철도 연결…청주공항 민간 전용 활주로 신설청주~제천 연결하는 충청내륙고속화도로 조기 개통 최우선제천~영월 동서고속도로건설 등 타당성·대응전략 마련 나서 충북도가 올해… 더보기
Hot

인기 “저탄소 영농하고 활동비 받으세요”…최대 36만4000원

| 댓글 0
충북도, 22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접수 충북도가 ‘탄소중립 프로그램 시범사업’에 참여할 법인·단체를 다음달 23일까지 모집한다.도에 따르면 이 사업은 저탄소 영농활동 활성화를 … 더보기
Hot

인기 하루 평균 5대 범죄 33건·음주사고 1.5건

| 댓글 0
지난해 도내지역에서 하루 평균 33건의 강력범죄(살인·강도, 강간·추행, 절도·폭력)와 1.5건의 음주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충북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 발생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