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액 미편성’ 무상급식비 91억원 감액
내년 초부터 도내 초·중학생 무상급식과 어린이집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의 ‘동시 파행’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도교육청은 2016년 본예산안에 내년도 누리과정 1년치 예산 1천283억원 가운데 공·사립 유치원 지원금 429억원만 반영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824억원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당장 내년 1월부터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은 끊어지게 됐다. ‘어린이집 누리과정만큼은 대통령 공약사업이고, 정부가 책임질 사업이니 교육청 재원으로 집행하지 않겠다’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결의사항을 이행한 것이라고 도교육청이 설명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17개 시·도교육청 전체가 결의한 걸 우리만 어길 순 없는 노릇”이라며 “교육재정이 파탄지경에 이른 상황에서 누리과정에 막대한 재원을 투여하면, 그만큼 초·중·고교 교육환경개선사업의 차질이 불가피해진다”고 말했다. 이런 일은 올해 본예산을 세우던 지난해 말에도 벌어졌었다.
재정난에 봉착한 도교육청은 1~4월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만 확보했고, 전북 등 일부 지역에선 한 푼도 세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보육대란이 우려되자 정부가 부랴부랴 목적예비비 204억원을 우회지원했다. 도교육청은 지방채 364억원을 차입해 8개월치 누리과정 예산(568억원)을 가까스로 조달했다. 도교육청이 은행에서 빌린 돈은 4000억원으로 1년 치 가용재원의 두 배 수준으로 불었다.
무상급식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도교육청은 내년도 무상급식비 총액 964억원(식품비 501억원+인건비 393억원+운영비 70억원) 중 91억원 적은 873억원만 본예산안에 반영했다. 도가 무상급식비 전출금을 줄였기 때문이다. 앞서 도는 무상급식 예산을 379억원만 편성했다.
민선 6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식품비의 75.7%만 도교육청에 넘겨줄 테니 식품비의 24.3%와 운영비·인건비 전액은 도교육청이 책임지라고 했던 선언을 행동에 옮긴 것이다.
무상급식 총액과 비교하면 지자체 분담액은 39%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도가 40%(152억원)를, 11개 시·군은 60%(229억원)를 분담하겠다는 얘기인데 이로써 지자체 대 교육청의 50대 50 분담원칙은 깨진 셈이다. 총액에서 91억원이 빠짐으로써 내년 추경에서 부족분을 채우지 않으면 도내 초·중학교에선 약 한달간 무상급식이 중단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도와 도교육청은 무상급식비의 일부와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반영하지 않은 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도의회는 12일부터 12월21일까지 진행될 344회 정례회 기간에 이 예산안을 심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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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칼자루 쥔 도의회 “좌시 안해”
이같은 실정에 도의회는 내년도 무상급식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칼을 빼들 것으로 보인다. 도와 도교육청이 정한 방침으로 무상급식비 예산을 세울 경우 한 달 정도 급식이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도의회는 최근 도와 교육청이 편성한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안 심의를 거부하거나 증액을 요구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양 기관의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심의하는 정책복지위원회나 교육위원회에서 심의 자체를 거부, 예산안을 다시 편성하는 것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산 증액을 요구하는 방법도 있다. 도의회가 이런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양 기관이 세울 예산으론 무상급식비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부족한 급식비를 학부모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도의회는 도와 도교육청에 제시한 중재안을 기준으로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 편성을 재차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달 13일 무상급식비 분담률 등이 담긴 ‘중재안’을 양 기관에 전달한 뒤 수용을 요구했다.
중재안은 올해 무상급식비 총액 914억원 가운데 도가 389억원(42.6%), 교육청은 525억원(57.4%)을 분담하도록 정했다. 도는 일반대상 식품비(318억원)와 운영비(71억원)를, 교육청은 배려계층 식품비(194억원)와 인건비(329억원)를 내도록 했다.
이언구 도의회 의장은 “무상급식 분담 문제를 중재하기 위해 의회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 했다”라면서 “이제는 중재가 아니라 예산안 심의 거부 등 의회 권한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