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충북지사 “금강 정원박람회 고려”…최 세종시장 “일리 있다”
“정원도시박람회 삭감 예산 살려달라”…최 시장 단식 시위
임채성 시의장, “예산과 무관한 교묘한 정치적 선택” 비난
민주당 시의원, “대의 기관인 의회를 무시하는 행동 지적”
정원도시박람회의 예산 삭감에 반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최민호 세종시장에게 김영환 지사가 ‘국제정원박람회’의 공동 개최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최 시장의 단식은 5일 만에 끝이 났다. 최 시장은 지난 11일 오후 15끼의 단식으로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병원으로 옮겨지면서 자연스럽게 농성이 중단됐다.
충북도 등에 따르면 단식 4일째로 최 시장을 찾은 김 지자는 ‘국제정원박람회’의 공동 개최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 자리에서 “우리도 충북 전체를 정원화하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추진하고 있다”라며 “세종이 중심이 돼서 충북도와 충남까지 충청권 전체가 참여하는 ‘금강 정원박람회’로 고려해보자”고 말했다. 김 지사는 “1년에 1000만 명이 다녀가는 순천만처럼 도시를 정원화하고 관광 자원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대세”라며 “세종은 전국 어디서나 접근성이 매우 높은 곳이어서 국제정원도시박람회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의 공동 개최 제안을 들고 최민호 시장은 “충분히 일리 있는 말씀”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처음으로 지방자치 행정을 맡아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정쟁을 넘어서기 위한 해법에 대해서도 최민호 시장과 의견을 나눴다. 김 지사는 “지방 행정에서는 정쟁을 줄이고 민생과 시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데 정치 논리로 다투다 보면 희생은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평생 행정을 해오신 최민호 시장께서 여러 가지 답답하시겠지만 잘 설득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 시장은 일부 시의원이 박람회 개최 반대 사유로 시 재정 상황이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는 것에 대해 재정 건전화 노력을 전개하는 가운데 미래를 위한 투자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때 전국 최고 수준이었던 세종시 부채 비율을 시장 취임 후 지난 2년간 노력 끝에 전국 평균 이하로 떨어뜨렸다”라며 “욕을 먹더라도 시 재정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노력해 온 것처럼 박람회 역시 국비 예산을 따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람회 개최를 위해 투입되는 3년간 153억 원은 연간 2조 원대의 예산을 운영하고 있는 시 입장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단순히 투입되는 예산만 볼 것이 아니라 이 박람회가 불러올 승수효과를 같이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의회가 삭감한 예산안은 국제 정원도시박람회 조직위원회 구성에 필요한 14억5000만 원이다. 이 예산은 지난달 10일 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1차례 삭감된 뒤 3일만인 같은 달 13일 최 시장이 임시회 소집을 요구했다. 당시 예산안이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임시회에 올라오면서 민주당 측 시의원들은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때 임시회 예결특위가 열렸다. 위원 10명이 5대 5로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심사가 지연, 날짜를 넘기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자동 산회했다. 의결되지 못한 예산안은 현재 세종시의회 예결특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최 시장이 단식에 들어가자 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삭감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 시장의 단식과 관련, 난처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대의 기관인 의회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병원으로 이송 된 최 장은 예산안 전액 삭감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시의원도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정의인지 모를 리 없을 것이다”라며 “소신과 진실을 외면, 일관되지 못한 모순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이 무엇 때문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점이 더욱더 안타깝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겠으며 진심을 이해해 주고, 격려해 준 시민을 위해 시 발전 방향을 다시 수립하겠다”라며 “시가 자족 기능을 확충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찾고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방자치단체 시장이나 군수가 예산안 관련 '단식'을 선언한 것은 이례적이며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최경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