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충북지사·청주시장·행복청장 등 불포함
‘오송 참사’ 책임 공무원·시공사·감리단 공판 잠정 연기
금호건설 법관 기피신청…차량 17대 침수돼 14명 숨져
지난해 모두 14명의 숨진 청주 오송 지하차도침수 사고와 관련해 충북도와 청주시 공무원 1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청주지검 오송지하차도 침수사건 수사 본부(본부장 박영빈 검사장)은 충북도 공무원 7명와 청주시 공무원 3명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으로 기소했다. 지하차도 관리 책임이 있는 도청 공무원 7명은 사고 당일 미호천교 지점 수위가 지하차도 통제 기준에 도달했음에도 차량 통제를 하지 않는 등 비상 대응을 부실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청주시 공무원 3명은 미호천교 도로 확장 공사 현장의 제방 안전 점검을 부실하게 해 시공사의 기존 제방 무단 절개와 부실한 임시제방 축조를 방치한 혐의다. 이들은 사고 당일 제방이 무너져 미호천이 범람한다는 재난 신고를 접수하고도 피해 상황과 신고 사실을 보고·전파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이번 기소에서 김영환 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이상래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제방 및 지하차도 관리 책임이 있는 법인과 기관의 최고 책임자 등에 대한 책임도 엄정히 수사해 사건의 실체가 명확히 규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번 기소로 오송 참사와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42명으로 늘었다. 기관별로 충북경찰청 14명, 충북도청 7명, 행복청 5명, 청주시청 3명, 금강유역환경청 3명 등이다. 가장 먼저 재판에 넘겨진 미호천교 확장공사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은 최근 1심에서 징역 7년6개월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속한 법인 2곳을 포함 직원 각 3명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당초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우혁 부장판사 심리로 해당 법인 2곳과 행복청, 금강청 공무원들의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시공사의 법관 기피 신청으로 잠정 연기됐다.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의 원인이 된 임시제방 공사와 관련해 시공사의 불법 부실 공사를 묵인하거나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관계 기관 공무원들의 첫 공판이 잠정 연기됐다. 하천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함께 기소된 시공사인 금호건설이 돌연 법관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미호천교 확장공사 시공사인 금호건설과 소속 현장소장·공사팀장·공무팀장 등이 청주지법에 법관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형사소송법 18조는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거나 사건의 전심 재판·기초조사·심리 등에 관여했을 때 피고인이 법관 기피를 신청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우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금강유역환경청 공무원과 시공사, 감리단(㈜이산)의 첫 공판준비기일이 잠정 중단됐다. 청주지법은 기피 신청 인용 여부를 다른 재판부에서 심리한 뒤 재판을 재개할 방침이다.
미호천교 확장공사의 발주청인 행복청 광역도로과 공무원 3명은 시공사의 제방 훼손 사실을 알고도 원상회복을 지시하지 않거나, 이후 설치된 임시제방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비상근무 부서였던 사업관리총괄과는 공무원 2명은 사고 발생 전날부터 임시제방이 무너져 월류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인지하고도 현장에 대한 상황 점검과 모니터링 등의 활동 없이 비상 대응을 소홀히 한 혐의다. 이들은 비상근무 당시 근무지를 무단으로 현장을 이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금강청 공무원 3명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 제방 공사와 관련해 현장 점검을 하지 않은 채 현천 점용 허가를 연장하고 임시제방 설치를 묵인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으로 기소됐다.
금호건설과 이산 측 직원 4명은 사후 사고 원인을 은폐하기 위해 현장소장·감리단장 등과 공모해 임시제방 시공계획서 등 관련 증거를 조직적으로 위조한 혐의, 법인 2곳은 하천점용 허가를 받지 않고 기존 제방을 절개한 뒤 임시제방을 축조한 혐의 등을 받는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월15일 오전 8시40분께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인근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 17대가 침수돼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최경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