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1주기’ 마지막 발견된 희생자 유족…“아내, 하루도 못 잊어”

기사작성 : 2024년 07월 19일 10시 31분 31초

이틀 지나서야 싸늘한 주검으로 마주한 아내

아내 떠나보낸 뒤 심한 우울증에 17빠져

붙임성 남달랐던 아내이웃 모두 그리워해

 

앞이 캄캄하고 차문이 안 열려. 나갈 수가 없어!”

 

아내(65)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이날 청주의 한 택배회사에서 물류 분류일을 하던 아내는 오송읍 집이 물에 잠겼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이로부터 59시간 30분이 더 흘렀다. 그녀는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 200m가량 떨어진 풀숲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지난해 715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마지막 희생자였다.

 

오송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오태욱(69)씨는 아직도 그날을 선명하게 기억한다. 공사장에서 안전요원 일을 하던 오씨는 사고 발생 전날 오송의 한 공사 현장에 출근했다. 현장에선 다음 날 예정된 폭우로 아침까지 비상 밤샘 근무 지시가 내려졌다. “연장 근무만 안 했어도 아내에게 비가 이렇게 오는데 무슨 출근이냐고 집에서 말렸을 거 같아요. 밤샘 근무가 이런 결과로 이어질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오전 730분 현장에 있던 오씨는 아내 황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미호강 강물이 많이 차오르긴 했는데 가까스로 출근했다는 전화였다. 그는 물이 넘쳐 외출 자제 문자도 왔는데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걱정되는 마음을 내비쳤다. 아내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차를 타고 지하차도에 들어왔는데 빠져나갈 수가 없다. 앞이 캄캄하고 차문이 안 열린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 뒤 통화가 끊겼다. 오씨의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아내의 차량이 지하차도에 들어간 뒤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바로 현장으로 향했다. 타지에서 지내는 자녀들을 불러 함께 현장을 지켰다. 실종자 발견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지만 끝내 아내 소식은 접하지 못했다. “13명의 희생자를 수습하고 지하차도에 더 이상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참담했습니다. 물살에 떠내려갔으면 생존 가능성은 고사하고, 시신까지도 찾지 못할까봐

 

이틀이 지나서야 아내를 찾았으니 병원으로 와서 확인하라는 경찰의 연락이 왔다. 전화기 넘어 다급한 목소리를 전하던 그녀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오씨 부부는 7년 전 오송읍 한 마을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공무원 생활을 한 오씨는 세종을 거쳐 2016년 오송으로 발령을 받았다. 서로 떨어져 지내던 부부는 오송에서 여생을 보낼 생각으로 마을에 땅을 구입해 집을 지었다. 시골 마을에서 텃밭을 가꾸며 평화롭고 행복한 노후를 즐기고 싶었다. 그 꿈은 미호강의 물살에 망가졌다. 아내는 떠나고 집에는 물이 들어차 엉망진창이 됐다. 집은 복구됐지만 떠나간 아내는 돌아오지 않았다.

 

상심에 빠진 오씨는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 심한 우울증 속에 제대로 먹지도 않고 3개월간 내리 잠만 잤다. 그의 몸무게는 83에서 66로 줄었다. “인생에 낙이 사라졌어요. 혼자서 하염없이 우는 날이 이어졌죠. 나도 죽으면 모든 게 다 끝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제초제를 뿌리고 남은 게 어디 있나 생각만 하고 지냈습니다

 

같은 해 11월 딸의 집에서 한 달간 머물며 몸과 마음을 추스렸다. 자녀와 이웃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 덕에 지금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이나 운동센터를 다니며 조금씩 삶을 이어 나가고자 애쓰고 있다.

 

오씨는 저녁마다 함께 산책하던 아내를 추억했다. “저녁을 먹은 뒤 함께 마을 논길을 걷곤 했어요. 고즈넉한 시골 농로길을 거닐며 서로 얘기 나누는 그 시간이 인생의 행복이었죠. 지난해까지만 해도 함께 걸었는데지금은 혼자네요

 

아내 황씨는 활발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집에서 매번 반찬을 담아 이웃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동네 사람들이 그녀에게 요리를 배우러 집에 찾아오기도 했다. 이웃 주민인 김수남(60)씨는 붙임성과 사교성이 남달라 동네 주민들과 가족처럼 지냈다며 그녀를 떠올렸다.

 

자녀들에겐 자상한 어머니였다. 다 큰 자녀들이 혹시라도 끼니를 거를까봐 김치·나물무침·감자볶음 등 반찬을 해 주말마다 부쳤다.

 

비가 오는 날마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제가 걱정돼 차로 태워다 주겠다던 다정한 아내였습니다. 아내 없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자신이 없네요. 평생 빈자리를 그리워하겠지요오씨는 사고 당시 정부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새끼줄 하나라도 지하차도에 쳐져 있었으면 이 정도까지 피해가 크진 않았을 겁니다. 제발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아야지요. 다시는 이런 일이, 더는 이런 희생자가 없어야 합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15일 오전 840분께 발생했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되면서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오씨의 아내를 비롯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최상귀기자

본 사이트의 내용과 이미지 자료는 제천단양투데이에 있으며, 무단도용과 배포는 금합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충북도-탄자니아 공동연구소 운영 협약

| 댓글 0
“세렝게티 생태계 공동 연구”충북도가 탄자니아 야생생물연구소와 업무협약을 하고 생명 연구자원의 공유와 연구 협력을 강화한다.도는 최근 탄자니아 현지에서 탄자니아 야생생물연구소와 업… 더보기

도, 2회 추경 내달 편성 추진…도민체감형 사업 집중

| 댓글 0
23일 도의회 제출…9월 임시회서 의결김영환 지사 역점사업 삭감 여부 관심충북도가 체감 도정 강화에 초점을 맞춰 2회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나선다. 앞서 1회 추경 심의과정에서 김영… 더보기

“농특산물 판로 확대” 온라인 쇼핑몰 ‘온충북’ 9월 오픈

| 댓글 0
74개 업체·100여 개 품목 판매…지자체 보증 신뢰성 높여공동구매 매출액 일부로 사회공헌사업 추진 ‘착한 쇼핑몰’충북도가 도내 농특산물 판로 확대를 돕기 위해 직접 운영하는 온라… 더보기

도의회 초청, 한자리 모인 역대 도의장들 간담회

| 댓글 0
“의정 조언 나눕시다”충북도의회 역대 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방의회 발전에 머리를 맞댔다.도의회는 최근 역대 도의장 초청 간담회를 열고, 제12대 후반기 도의회 의정활동 방향에 … 더보기

지하차도 수해 예방시설·대응 시스템 무엇이 바뀌었나!

| 댓글 0
부실한 재난 대응 시설·시스템이 부른 대형 참사정부·지자체, 수해예방 설비·대응체계 대폭 보완 지난해 집중호우 속 지하차도에서 14명의 생명을 앗아간 ‘오송 참사’가 발생했다. 우… 더보기

‘오송 참사’ 1주기…인권위 “재난 상황서 인권 보호해야”

| 댓글 0
오송참사 유가족·생존자, 참사 1주기 결의대회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4명이 숨진 ‘오송 지하차도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유가족과 피해자들을 만났다.인권위는 송두환 위원장이 최… 더보기
Now

현재 ‘오송참사 1주기’ 마지막 발견된 희생자 유족…“아내, 하루도 못 잊어”

| 댓글 0
이틀 지나서야 싸늘한 주검으로 마주한 아내아내 떠나보낸 뒤 심한 우울증에 17㎏ 빠져붙임성 남달랐던 아내…이웃 모두 그리워해 “앞이 캄캄하고 차문이 안 열려. 나갈 수가 없어!” … 더보기

충북도, 집중호우 대응 재해구호기금 신속 지원

| 댓글 0
청주·단양·옥천 등 8개 시군에 2억7100만 원 교부 충북도가 지난 6일부터 이어진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 발생 우려가 있는 도내 8개 시·군에 재해구호기금 2억710… 더보기

충북도의회 예결특위 13명·윤리특위 7명 구성

| 댓글 0
예결특위 위원장 박봉순·윤리특위 위원장 안지윤​ 충북도의회가 제419회 임시회에서 제12대 의회 제3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윤리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예결특위 위원은 13… 더보기

도, 배달 음식·무인 판매점 242곳 위생점검

| 댓글 0
충북도가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도내 배달 음식과 무인 판매점 등을 대상으로 위생점검에 나선다.점검은 여름철 소비가 급증하는 삼계탕·치킨과 식중독 발생 우려가 높은 김밥을 배달… 더보기

도, 시·군 산업거점 고도화 패키지 지원

| 댓글 0
충북도가 산업거점 장비확충과 기술지원을 위한 ‘2024년 시군 산업거점 고도화 패키지 지원사업’ 대상으로 청주시 제조업 경영지원기관인 한국산업진흥협회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 더보기

도내 소하천 정비율 46% “3년간 572억 원 피해”

| 댓글 0
도내지역의 소하천의 정비율이 40%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더불어민주당 한병도(전북 익산시을)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시도별 소하천 정비 및 피해 현황’ 자… 더보기
Hot

인기 ‘오송 참사 부실 대응’ 충북도·청주시 공무원 추가 기소

| 댓글 0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충북지사·청주시장·행복청장 등 불포함‘오송 참사’ 책임 공무원·시공사·감리단 공판 잠정 연기금호건설 법관 기피신청…차량 17대 침수돼 14명 숨져 지난해 모… 더보기

‘청주공항 시설개선’ 충북도 ‘환영’…활주로 신설 등 후속 집중

| 댓글 0
‘다기능 공항’ 선제적 역할 정립 필요성 제안 “매우 고무적 결과”국토부 청주공항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 보고회여객 처리 200만 명 추진…터미널·주차장 확장터미널·주기장·주차장 등… 더보기

도, 24일~7월3일 '한마음 마약퇴치 걷기 챌린지'

| 댓글 0
세계마약퇴치의 날 맞아…10일간 8만 보 걷기 나서 충북도가 지난 26일 제38회 세계마약퇴치의 날을 맞아 24일부터 7월3일까지 ‘2024년 우리 함께 건강한 결심, 한마음 마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