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주체 도의 실무 책임자…안전 관리·재난 대응 부실 혐의
지난 1월17일 오송참사 원인제공 혐의 감리단장·현장소장 재판
사고 발생 6개월만 열려…감리단장 ‘인정’·현장소장 ‘전면부인’
지난해 7월 25명의 사상자를 낸 청주 오송의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 검찰이 충북도 공무원 2명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오송 참사를 유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감리단장·현장소장 등의 첫 재판이 열리고 있는데 이어 감독기관까지 수사망이 확산되고 있다.
청주지검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도의 전 자연재난과장인 A씨와 전 도로관리사업소장인 B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지하차도 관리 주체인 도의 실무 책임자로 안전 관리와 재난 대응을 부실하게 해 다수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7월 국무조정실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참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지금까지 200명이 넘는 관련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충북도와 청주시에 검사와 수사관 40여명을 보내 강도 높은 2차 압수수색을 벌였다. 최근에는 침수 사고를 유발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로 미호천교 확장공사 감리단장과 현장 소장을 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한 첫 재판이 사고 6개월 만에 열렸다. 최근 열린 재판에서 참사 원인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미호천교 확장공사 감리단장은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하지만 현장소장은 전면 부인했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우혁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미호천교 확장공사 감리단장 C씨와 현장소장 D씨 등 2명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C씨는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인 채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공판에서 C씨의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이 사건의 증거 기록이 방대해 아직 등사하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과실 내용에 대해선 증거기록을 검토해 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혐의를 모두 인정한 C씨와 달리 현장소장인 D씨는 방청석에 앉아 있는 유족들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D씨의 변호인 측은 “발주처 지시에 따라 임시 제방을 무단 절개한 적 없고, 침수 사고 전날부터 유관기관과 협력해 도로 통제를 알리는 등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송 참사 직후 임시 제방 시공계획서를 뒤늦게 만들어 사용한 혐의(위조증거교사·위조증거사용) 역시 시공계획서를 위조한 직원의 죄 성립 부분이 유무죄를 다투는 부분이기에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고 했다.
재판을 숨죽인 채 방청한 유족들은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 울분을 토했다. 재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온 최은경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족협의회 공동대표는 “C씨는 고개 숙여 사죄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D씨는 혐의를 모두 부정하고 인정 안 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만 아팠다"고 울먹였다.
C씨와 D씨는 허가 없이 미호강 제방을 무단 철거한 후 임시제방을 부실하게 시공해 25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발주한 미호천교 도로 확장공사에서 차량 출입을 위해 관할 기관인 금강환경유역청의 허가 없이 기존 제방을 허물고 법정 기준보다 1.14m, 기존 제방보다는 3.3m 낮게 임시 제방을 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참사 직후 임시 제방 시공계획서를 뒤늦게 만들어 사용한 혐의(위조증거교사와 위조증거사용, 사문서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도 받는다. 임시제방 공사를 하려면 시공계획서를 만들어 하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수사 당국이 관련 서류를 요청하자 위조까지 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과 별도로 최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된 시공사 직원 2명과 공사 발주청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공무원 3명에 대해선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C씨와 D씨의 다음 공판은 다음달인 2월14일 오전 10시 청주지법 423호 법정에서 열린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지난해 7월15일 오전 8시40분께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인근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량 17대가 침수되면서 1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사고 직후 충북도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등 관계 기관 감찰에 착수한 국무조정실은 “미호천교 아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제방을 쌓은 것과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것이 이번 사고의 선행 요인”이라고 지적, 책임자 3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최경옥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