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재난 대응 시설·시스템이 부른 대형 참사
정부·지자체, 수해예방 설비·대응체계 대폭 보완
지난해 집중호우 속 지하차도에서 14명의 생명을 앗아간 ‘오송 참사’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최악의 집중호우 참사 중 하나로 남게 된 이 사고 이후 집중호우 대응 시설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대형 참사를 유발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참사 1주기를 맞아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살펴봤다.
지난해 7월15일 오전 8시30분께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 일시에 수만 톤의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사흘간 400㎜가 넘는 폭우에 인근 미호강 임시제방이 무너졌다. 400여m 떨어진 지하차도로 강물이 급격히 흘러 들어갔다. 많은 양의 물이 한꺼번에 들어차며 10여 분이 지난 오전 8시40분께 지하차도는 물에 잠겼다.
이로인해 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들이 순식간에 물에 잠겨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치는 등 우리나라 최악의 호우 참사 중 하나로 남게 됐다. 사고 직후 전문가들은 재난 안전시설과 안전 매뉴얼의 문제를 사고 원인으로 지적했다.
강물이 들어차는 순간 지하차도에는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사람이나 진입 차단 시설이 없었다. 급격히 물이 불어나며 지하차도의 물을 빼내야 할 배수펌프가 침수돼 작동을 멈췄다. 차량 침수 과정에서 탈출을 시도하던 시민들을 도울 시설 역시 설치되지 않았다.
홍수주의보와 홍수경보가 잇따라 발령됐고, 충북도·청주시를 비롯해 경찰·소방에 신고 전화가 빗발쳤다. 출동이나 교통통제 등 재난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참사 이후 정부와 지자체는 재난 안전시설과 관리 시스템을 강화했다. 집중호우 등에 대비한 안전대책을 뒤늦게나마 보강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 등 지하차도에는 자동차단 시설이 전면 설치됐다. 지하차도가 15㎝ 이상 침수될 경우 작동하는 이 시설은 도내 30개 지하차도 가운데 29곳이 설치를 마쳤다. 1곳은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침수로 파손된 펌프시설을 교체했다. 당시 설치 높이가 낮아 침수됐던 배전판 등 전기·통신 시설을 침수 높이보다 높은 1.7m로 다시 설치했다. 비상계단·비상사다리 핸드레일·유도표지판 등 지하차도 비상대피시설도 확보했다.
최고높이 4.3m·직선연장 520.7m(세종·청주 방면 각 1곳)의 차수벽 설치도 추진된다. 현재 사업비 문제로 행정안전부와 협의가 진행 중으로 조만간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게 도의 설명이다. 지하차도 바깥, 미호강을 따라 1.68㎞에는 제방이 설치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6m 높이의 성토 작업만 완료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신설 제방과 함께 기존 제방을 유지하는 이중 제방 형태로 홍수 피해를 대비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미호강 치수사업도 진행된다. 미호강과 병천천이 합류하는 지점의 병목 현상을 줄이기 위해 하천 폭을 확대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합류 지점의 하천 폭은 기존 305m에서 610m로 넓어진다. 하천 최대 수위는 0.67m 낮아져 호우 때 하천 범람을 막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는 장기적으로 하천기본계획 설계빈도 상향과 미호강 본류 오송구간에 대한 대규모 준설을 환경부 건의를 통해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충북과 충남이 각각 관리하는 지방 하천인 병천천은 내년 1월부터 환경부가 직접 관리하는 국가 하천으로 승격할 예정이다.
매뉴얼 정비 등 재난 대응체계 역시 강화했다. 먼저 침수 우려가 있는 지하차도에 공무원 2명, 경찰 1명, 이·통장 등 민간 조력자 1명 등 4명의 담당자를 지정해 호우 시 상황 관리를 강화하는 '4인 담당제'가 운영된다. 매뉴얼도 정비해 도로 바닥 면에서 15㎝ 이상 침수됐거나 침수 예상 때 차량 진입을 즉시 통제하도록 하는 등 34종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정기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또 재난안전대책본부(재대본) 구성·운영에 대한 개선사항을 발굴해 관련 조례를 전부 개정했다.
도는 재난현장 영상을 실시간 전송하는 소방차량 영상전송시스템을 기존 48대에서 94대로 확대하는 한편, 신고자의 통화내용을 실시간 텍스트로 변환하는 AI(인공지능) 기반 119 신고접수 시스템을 오는 10월께 구축한다. 아울러 지하차도 침수 때 긴급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시스템이 내년 상반기 구축하고, 관계기관의 재난 정보를 통합·연계 방안도 추진 중이다. /박경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