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전투 유해 발굴…“호국영웅 가족의 품으로”
기사작성 : 2024.09.26 10:13

37사단·유해발굴감식단 4주간 작전

68점 유품 발견수백구 유해 추정

 

아흔이 넘은 6·25전쟁 참전용사께서 유해 발굴 개토식에 오셨어요. 돌아오지 못한 전우들을 꼭 찾아달라며 눈물을 흘리셨죠. 반드시 선배 전우의 흔적을 찾을 겁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호국용사를 전우와 가족의 품에 안겨드리는 게 저희의 임무입니다

 

지난 24일 단양군 단양읍 고수리의 한 야산에서 국군 장병 80여 명이 삽과 호미·곡괭이 등으로 조심스레 땅을 파헤쳤다. 74년이나 차가운 땅속에 묻혀 있는 호국 용사의 유해를 발굴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작전에 투입된 병력은 육군 37보병사단 예하 단양대대와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다. 지난 2일부터 4주간 고수리 일대에서 단양지구전투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작전을 펼치고 있다.

 

작전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지난 195076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간 국군과 북한군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던 전장 터이다. 당시 국군 8사단은 북한군 12사단의 남진을 지연시키며 아군의 방어선 구축 시간을 벌었다. 이 전투에서 국군 158명이 숨지고, 308명이 실종됐다. 현재까지 발굴된 유해는 40구에 불과하다. 수백 명의 호국영령이 아직도 이곳에 잠들어 있는 상태다.

 

발굴 작전은 험난한 산악지형 수천를 저인망식으로 훑는 고된 작업이지만, 장병들은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왼손에 깁스붕대를 한 박채운(27) 중위가 오른손에 호미를 든 채 땅을 골랐다. 그는 작전 수행 중 경사진 곳에서 넘어져 왼손 새끼손가락이 부러졌다. 며칠간 치료를 받은 박 중위는 동료의 만류에도 현장으로 복귀했다. 자신의 손으로 호국영령을 모시겠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박 중위는 선배 전우 수백 명이 70년 넘게 땅속에 묻혀 있다는 생각에 마음 편히 쉴 수가 없었다목숨 바쳐 나라를 구한 분들 앞에서 이 정도 부상으로 쉰다는 건 부끄럽다고 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장병 1명당 하루에 깊이 1m, 넓이 5m만큼의 땅을 판다라며 그 작업을 4주간 매일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군은 9월 작전에서 M1 카빈 소총과 리엔필드 탄, 버클 등 668점의 유품을 찾아냈다. 이날 작전에서는 아리사카 탄피 2, 전투식량 2, 불명철제 1점을 발견했다. 그러나 5200에 달하는 땅을 파헤쳤으나 유골은 나오지 않았다.

 

국방부에 집계된 6·25전쟁 국군 전사자 수는 137899, 실종자는 24495. 이 중 발굴된 유해는 지난해 말 기준 11471구다. /최상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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