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왁자지껄 옛말” 추석 명절이 더 썰렁했던 농촌 풍속도
기사작성 : 2024.09.26 10:19

제천지역, 주민도 상인도 명절인지 실감도 잘 안나

귀성객 발길 줄어들어전통시장 추석 특수도 옛말

자식·손주 다 모여 송편 먹고 성묘 예전이 그립다

 

사느라 바쁜 애들에게 오란 얘기를 뭐하러 해요. 영감이랑 산소 갔다가 먹을거리나 사러 나왔어요

 

지난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이틀 앞둔 제천 등의 지역은 예전의 명절 기분이 전혀 연출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의 영향으로 추석을 앞두고 시쳇말로 대목특수를 기대했던 제천지역의 각 전통시장은 북적이던 예년 풍경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고속도로 상황도 추석 귀향과 귀경이 반반일 정도로 명절 풍속도가 변화하고 있다.

 

실제 김모(76·)씨는 정육점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몇 년 전만 해도 추석 상에 갈비를 올려 손주들을 먹이는 게 기쁨이었던 그였지만 올해는 호주머니 사정과 가족들의 불참 등으로 인해 관행을 깼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지난해 추석과 설 등의 고유 명절에도 아들의 일이 바빠서 손주들을 못 봤다. 올해도 같은 이유로 자식들이 내려오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라면서 올해는 집에서 영감이랑 먹을 고기만 조금 사고, 조촐한 한가위 상을 차렸다고 말했다.

 

시장에 들른 주민들의 지갑은 선뜻 열리지 않았다. 물가 부담에 먹을 입마저 줄다 보니 물건들만 연신 들었다 놨다 할 뿐이었다. 뜸해진 발길에 상인들의 마음도 무거웠다. 심해지고 있는 소비 위축으로 농촌 전통시장 명절 특수란 말은 옛말이 됐다. 한 정육점 주인은 추석 특수를 기대하고 많은 물량을 확보해 놓았는데 매출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라고 밝힌 한 정육점 주인은 시장을 찾는 사람이 없어 명절 분위기가 안 났다라며 단골손님들이나 좀 오는 분위기라 명절 내 준비한 고기는 다 팔지 못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차례상 단골손님이었던 나물과 생선도 관심이 뜸했다. 상인들은 너무 장사가 안돼 명절인지 모를 정도였다라며 지난 명절을 앞두고 팔지 못했던 물건은 다 버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추석이면 귀성객으로 활기를 띠던 농촌 마을은 전에 없이 쓸쓸한 모습을 연출했다. 연휴를 혼자 보내게 된 노인들은 버스정류장에 모여 지나가는 차량들만 바라본 것이 지난 추석의 기억이다.

 

고향을 찾았던 차량 행렬도 크게 줄었다. 기존의 경우 고향을 찾는 귀성 차량으로 심한 정체를 보였던 고속도로의 상황도 우려를 불식했다. 고향을 찾은 서울의 한 귀향객은 평소 2시간이면 도착했던 고향집이었다. 예년 명절은 4~5시간이 걸렸으나 올해는 3시간이면 충분했다라며 고속도로는 서울 등을 향하는 차량과 고향집을 찾는 차량이 반반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송학면에 사는 양모씨는 코로나를 거친 후 명절에 고향을 찾는 젊은 사람들이 확실히 줄었다라면서 마을에 혼자 보낼 예정인 노인들이 절반이 넘어 다 같이 경로당에서 추석을 보냈다고 말했다. 쉼터에서 만난 주민 윤모씨도 자식과 손주 등 가족들이 다 모여 송편 먹고 성묘도 했던 예전이 너무 그립다라면서 자식들이 안 오는 걸 알면서도 지나가는 차에 자꾸 눈이 갔었다고 씁쓸해했다.

 

충북도의 자료는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남부 3(보은·옥천·영동)지역의 노인 비율은 35~40% 수준이다. 세 지역 내 전입·전출로 인한 인구 이동은 큰 변화가 없으나 인구 자연 감소로만 매년 400~700명이 줄고 있다. 인구감소와 이촌현상 등으로 인해 제천지역은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다. /최경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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