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화재참사 피해 지원 ‘정치 셈법’에 발목…조례안 표류 위기
기사작성 : 2024.09.27 10:01

도내 시민사회, 제천화재참사 유족 지원 조례 셀프 취소강력 규탄


건소위원 7명 중 6명 발의 서명에도 반대·기권 4

본회의 상정 부결도의원간 기 싸움후폭풍 해석

 

제천화재참사 유족 지원을 위한 조례안이 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소송비 면제에 이어 위로금 등의 지원을 기대했던 유가족들은 또 한 번 좌절을 맛봤다. 유가족들과 함께 도내 시민사회는 이번 도의회의 위로금 지원 조례안 제정 부결에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도와 도의회·도내 시민사회 등에 따르면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족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마련된 사망자 지원 조례안이 도의회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의 사실이 알려지자 도내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도의회를 규탄하고 나섰다. 성명을 낸 충북자치시민연대는 제천화재참사 유족 지원 조례 셀프 취소는 사회적 참사 아픔과 해결을 외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잃고 트라우마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유가족들에 대한 심리적 지원이 역시 충분하지 못했다그 빈자리에 주민의 대변자인 충북도의회가 충분한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어 도의회가 스스로의 발의를 부정할 만큼 아마추어 의회인지 되묻고 싶다라며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를 무시하고 두 번 울린 이번 사태에서 피해자를 단순한 협상대상자로 치부하는 도의회의 모습은 도민 대변자 역할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제천화재참사는 전례가 없는 사회적 참사라며 사고의 전례나 형평성 문제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항간에 떠도는 의원 간 갈등 문제가 조례 부결의 발단이었다면 도의회 존재 이유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회적 참사 문제 해결을 수수방관하며 사회적 참사로 고통을 겪는 지역 주민의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는 김호경(제천국힘)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충북도 제천시 하소동 화재사고 사망자 지원 조례안을 부결 처리했다. 건소위 소속 의원 7명이 격론 끝에 표결에 들어갔으나 찬성은 3표에 그쳤다. 반대 2·기권 2표 등으로 나타났다.

 

앞선 지난 6월 도의회는 충북도와의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제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참사 유가족과 부상자들이 억대 소송비용을 면제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했다. 이번 위로금 지원 조례 제정의 이의 후속이다. 무난한 조례 제정을 점쳤으나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도내 시민사회는 셀프 취소로 정의하고 있는 이유이다. 도의회는 제417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도가 제출한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관련 소송비용(채권) 면제 동의안을 원안 가결했다. 이에 따라 제천참사 유가족 측이 도를 상대로 제기한 120억 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떠안게 된 17700만 원의 소송비용을 면제받게 됐다.

 

이와는 달리 위로금 지원 조례안은 최근 건소위 회의 직후 열린 도의회 제420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본회의에 부의하지 못했다. 조례안은 제천스포츠센터 참사 사망자에 한해 위로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위로금 규모 등 구체적인 사항은 행정부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10명 이내의 위로금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건소위 내부에서는 유가족 지원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위로금 지급 타당성을 놓고 의원들간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건에 반대한 의원들은 도와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한 유족들에게 배상이나 보상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형태만 위로금으로 바꿔 지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향후 유사 사고 발생 때마다 조례를 만들어 보상을 논의해야 하는 등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당초 이 조례안은 김 지사의 지원 약속이 있었던데다 소송비용 면제 동의안을 처리하며 도의회 내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판단되면서 통과가 유력했다. 김 의원의 대표 발의 과정에서 동료 도의원 21명이 서명을 했다. 특히 해당 상임위인 건소위 위원 7명 중 6명이 서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4명이 반대 및 기권표를 던지며 조례안 상정이 부결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도의회 안팎에서는 다양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일단 김 지사 역점사업 예산을 둘러싼 도의원들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상임위에서 대거 삭감한 일부 사업을 예결위에서 되살리는 과정에서 도의원간 물밑 기 싸움이 조례안 부결로 불똥이 튀었다는 것이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김 의원은 소송비용 동의안 처리 때도 일부 반대하는 의원들이 있었으나, 내부적인 공감대는 형성됐었다라며 상임위 7명 중 6명이 발의 서명해 놓고 4명이 반대표를 던지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제천시·제천시의회 조례 제정도 일단 중단

 

조례안이 이번 회기에 처리되지 못하면서 6년 넘게 이어진 조례안 관련 갈등도 올해 안에 마무리되지 못하게 됐다. 김 의원은 이번 상임위에서 나온 의견들을 분석하고 의원들을 설득해 재발의에 나설 계획이나, 설득 논리 개발 등에 시일이 필요해 다음 회기에는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 조례에 이어 같은 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던 제천시와 시의회의 조례 제정도 일단 중단하게 됐다.

 

제천화재참사는 2지난 0171221일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했다. 당시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이 센터로 번지며 29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 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유족들이 최종 패소 판결을 받으면서 사망자 1명당 2억 원대의 위로금 논의가 백지화된 것은 물론, 도가 지출한 소송비용 17700만 원까지 물게 됐다. 이후 지난 2월 김영환 지사가 유족 대표 등과 만나 지원 협약을 맺으며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풀렸다. 지난 6월엔 도의회가 소송비용 면제 동의안 의결하며 소송비도 전액 면제받게 됐다.

 

이 조례안은 201712월 발생한 제천화재참사 사망자 유가족에게 도가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내용을 담고 있다. 전체 도의원 35명 중 22명이 공동으로 발의했다. 해당 상임위원 7명 중 6명이 발의 서명에 참가한 조례안을 상임위 스스로 부결로 처리하는 결과가 나왔다. /최경옥·박경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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