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엄태영 의원 아들…엄주원 아나운서 “탄핵 동의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로 지역사회가 양분되고 있다. 민주노총 등이 주축으로 구성한 비상시국회 등 진보진영은 국민의힘과 지역구 의원인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을 싸잡아 강력 비난하고 있다. 단일대오에 나서지 않은 국민의힘 지지 보수진영은 이번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책임론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들 보수진영은 이번 사태는 이 대표의 ‘방탄 정치’ 때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 퇴진 제천단양비상시국회의’는 10일 오전 제천시 명륜로 엄태영 국회의원 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 및 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경찰 추산 150명, 주최 측 추산 300명이 참여했다. 비상시국회의는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계엄으로 내란을 일으킨 내란수괴 윤석열은 대통령직에서 당장 내려와야 한다”라면서 “윤석열 탄핵과 내란공범인 국민의힘이 해체될 때까지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고 선언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엄태영 의원을 향해서는 “시민들의 주권 명령을 저버린 채 탄핵 표결에 불참한 것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의원직을 사퇴하라”라고 촉구했다.
비상시국회의는 매주 화·목요일 오후 6시 중앙동 제천시민회관 앞에서 촛불집회와 피켓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라고도 했다. 시국회의에 참여한 단체는 민주노총제천단양지부·민예총제천단양지부·제천간디학교·공공의료강화대책위원회·제천민사협·제천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행동하는제천시민포럼 등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무산에 대한 엄 의원의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엄 의원은 윤 대통령 탄핵 국회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엄 의원을 비롯, 도내지역의 국민의힘 이종배(충주)·박덕흠(보은옥천영동괴산) 의원 등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 탄핵은 국회의원 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이 무산됐다.
엄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는 “국회의원님 당신이 부끄럽습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조화(弔花)가 배달됐다. 2만8000명의 제천시민을 회원으로 보유한 맘카페에도 엄 의원을 향한 성토의 글이 줄을 이었다. 이 카페에는 정치 성향의 글 게재가 금지돼 있으나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화 배달 소식이 카페에 게시되자 회원들은 “다음 선거엔 안 보고 싶다” “(배달한 분)멋지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또 회원은 탄핵에 불참한 여당 의원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윤석렬 탄핵 의견, 엄 의원 가정 ‘한 지붕 두 가족’
한편, 엄 의원의 아들인 엄주원(38) MBC 아나운서 엄주원가 윤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 “탄핵에 동의합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가족 가운데 부친은 ‘반대’, 아들은 ‘찬성’ 등의 양분된 의견이 공론화된 것이 이유이다. 이들 모두 여론을 주도할 수 있는 지역의 오피니언으로 파급이 크다.
엄주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MBC 뉴스특보를 보고 있으면 당장 탄핵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난 아래와 같은 이유로 동의한다”라며 “박근혜 실정(탄핵 사태)에 눈감은 MBC, 문재인 실정(조국 사태)에 눈감은 MBC를 지적했던 입장에서 보면 지금의 MBC가 다행이다. 만약 ‘이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이재명 대표에게 정권을 헌납할 수는 없다’라며 탄핵 반대 논조로 보도했다면, MBC는 온 국민의 지탄을 받았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지난 표결에 관해 익명 계정으로 내게 따지는 분들께 말씀드린다.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생 업보로 받아들이고 살아왔기에 연좌제 운운하지 않겠다. 다만 개개인 입장은 다른 것이고, 치열하게 토론하되 결정과 책임은 각자의 몫이다. 난 긴 휴가 중이라 탄핵 정국에서 뉴스를 진행할 일이 없으니 앵커가 아닌, 개인 의견으로 받아들여 주면 감사하겠다”라고 전제한 그는 “‘수사를 받아야 할 국무총리가 여당과 함께 국정 운영을 하겠다? 법률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MBC 뉴스특보 중 나온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 발언”이라며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국정을 운영할 자격이 없다. 계엄을 막지 못해 국가 위기를 방조한 한 총리가 수습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현실. 탄핵 반대-직무 정지-조기 퇴진으로 매일 입장을 바꾸며 정국을 혼란스럽게 만든 한 대표가 질서를 입에 올리는 현실. 이 모든 게 비현실적”이라고 짚었다.
“지금은 뭉쳐야 할 때라고 말한 한 총리의 말은 맞다. 정부 덕분에 다수가 뭉쳐 탄핵을 외치고 있다. 중도 진보뿐만이 아니다. 정권 재창출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분노한 보수층도 포함된다”라며 “한 대표는 어떻게든 108명이 (당론대로 반대하더라도) 투표하도록 이끌었어야 한다. 혹시나 8명이 이탈할까 봐 아예 투표를 못 하게 한 것 같은데, 그 또한 비겁하다. 따라서 두 사람은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엄주원은 “지금의 상황은 질서 있는(?) 퇴진으로 수습할 수 없다.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빠른 퇴진만이 답”이라며 “하야하면 2개월 이내 후임자를 선출해야 해 더 어지러워진다. 탄핵하면 심판 기간 포함 5~6개월의 시간이 있어 그나마 낫다. 여권에서 말하는 임기 단축 개헌이나 조기 퇴진은 불가능하다. 전자는 민주당 동의가 필요하고, 후자는 조기라는 의미가 애매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최경옥·지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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