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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도시처럼 한낮에도 행인이 없어 적막한 한수면 시가지.>
한때 4000명 주민이 지난달 말 현재 665명…“지도서 사라질 판”
도내 127개 면 중 인구 최저…댐 건설 수몰에 관광산업 침체 탓
“아기 울음소리 2년째 끊겨”…시, 귀농 인구 등 유입정책에 사활
“젊은들에 대한 대한 양질의 일자리 제공만이 유일한 대안 제언”
국내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신생아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는 마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제천시 한수면은 급격히 인구가 줄고 있어 ‘지방소멸’이 우려되고 있는 대목이다.
통계청과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면은 지난 2015년과 2018년 신생아 출생 0명을 기록했다. 또 지난 2022년과 지난해 2023년 등도 연이어 신생아가 울음소리를 내지 않았다. 지난 2017년은 이 지역 유일의 초교인 한송초등학교에서 신입생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전형적인 산간·농촌지역의 특성과 이 지역 출신 출향인들의 이혼율 증가로 이 학교의 신입생은 매년 겨우 유지되곤 한다. 하지만 폐교 논란은 여전하다.
최근 일부 언론은 한수면의 하루를 취재했다. 지난 2018년에 이은 취재이다. 2018년 당시 이 언론은 면 소재지인 송계1리 왕복 2차로에서 취재가 시작된 지 30분 만에 1명의 마을 주민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 주민은 80대 노인으로 보행기에 의지, 갓길을 걷고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한수면은 슈퍼마켓과 이발소 등이 없다. 방치된 폐가만이 마을 곳곳에 즐비하다. 도시 기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이다.
이의 모습은 올해도 이어졌다. 대낮이지만 면 소재지인 이곳에서 걸어 다니는 주민을 보기 힘들었다고 밝힌 이 언론은 낡아 보이는 한 건물에는 ‘매매’를 알리는 공인중개사무실의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고 밝혔다. 드문드문 보이는 음식점도 문이 닫혀 있었고, 마을 중심부에 있는 3층짜리 복지관 건물도 사람이 없어 적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표현만 다를 뿐 7년 전과 판박이다.
월악산국립공원의 산간인 한수면은 한때 관광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접근성이 타 국립공원에 비해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지 못한 월악산에 대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관광산업도 붕괴됐다. 화전농의 범주를 넘지 못한 농사일을 기피한 상태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장사마저 되지 않자 젊은이들은 대거 인근 제천 시내와 충주시내·가까운 도시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더 이상의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됐다.
제천시는 ‘신생아 출생 0’를 극복하고 인구 증가를 위해 이주 여성을 포함한 젏은 여성 모시지에 온신을 기울이고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시는 ‘애 낳고 살 만한 농촌을 만들어야 앞으로의 미래가 있다’의 기치를 걸고 출산장려금 지원확대와 양육지원 등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 역시 가시적 성과가 없다.
지난 1985년 충주댐 건설로 한수면은 19개 마을 중 16곳이 수몰되는 아픔을 겪었다. 수몰 이전 4000명 대였던 인구는 수몰로 너도나도 고향을 떠나면서 1986년 1천696명으로 급감했다. 이때 여러 마을에 흩어져 살았던 수몰민들이 모여 새로 만든 곳이 송계리다. 주민들은 대개 월악산을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음식이나 물건을 팔아 생계를 이었다. 하지만 국립공원관리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제한됐고, 이 때문에 이렇다 할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으면서 관광객은 급감했다.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자 상대적으로 젊은 주민들도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촌 현상으로 한수면의 인구는 1998년 1000명 선이 무너졌다. 이후 인구 감소는 지속돼 지난달 말 기준 655명까지 곤두박질쳤다.
한수면 전체 주민 중 절반 가까이가 65세 이상(304명)의 고령층이고, 19세 미만은 20명에 불과하다. 이제는 도내지역 127개 면(面) 단위 행정구역 중 주민수가 가장 적다. 인접한 청풍면(1258명)과 비교해도 차이가 확연하다.
◇ 귀농·귀촌 인구 및 체류형 인구 유입에 사활
제천시는 지난 2016년부터 전국 최초로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갖추는 등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귀농·귀촌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센터는 기숙사 6동과 12평 단독주택 20동, 15평 단독주택 4동 등 30가구가 생활할 수 있는 주거시설과 교육센터 1동, 비닐하우스 2동, 사과 과수원, 실습 농지 등을 갖추고 있다. 센터 입교자 중 제천지역에 정착한 가구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11∼14가구였다가 2020년 18가구, 2021년 21가구, 2022년 18가구 등 증가 추세에 있다.
시는 농촌 폐가를 구입하거나 5년 이상 임차한 도시민들에게 최대 1천500만 원의 리모델링 사업비를 지원하는 ‘참살이 주택지원사업’과 새로 농촌에 전입한 주민들에게 가구당 50만 원을 지원하는 전입 주민 환영회 지원사업, 충북형 귀농·귀촌 보금자리 조성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이들에게 대한 양질의 일자리 제공만이 인구감소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지방소멸’의 저자 마스다 히로야는 “지방에서 젊은 여성이 사라져버리면 다음 세대가 태어날 수 없다”며 “지방에 매력적인 고용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가가 오늘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했다. 최용환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고령층이 절반이 넘어가는 마을 단위를 한계마을이라고 하는 데 도내에 그런 마을들이 얼마나 되는지 실태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라며 “소도시 내 마을 소멸 문제에 대한 정책을 지금부터라도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경옥·최상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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