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모의평가 "너무 쉽다"며 수험생들 분통·불안감
평가원 이의신청 게시판에도 변별력 지적 글 게시
수시 원서접수 앞두고 “내 실력 아닌 것 같다” 고민
수능 적정 변별력 확보 위한 ‘계산된 널뛰기’ 분석도
“급격히 어려워지면 오히려 혼란…탐구도 신경 써야”
최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 가채점 결과 앞선 6월 모의평가보다 체감 난이도가 너무 낮아졌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수험생들이 나오고 있다. ‘널뛰기 난이도’에 출제본부가 올해 수능에서 과연 적정 변별력을 갖춘 시험을 출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2025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 문제 및 정답 이의신청 게시판을 보면, 시험이 너무 쉬워 변별력을 갖추지 못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분통을 터트리는 취지의 글이 다수 게시됐다. 수학 게시판에 ‘이런 문제는 왜 내는 거냐’ 제목의 글을 올린 이용자 정모씨는 “킬러문항으로 변별한다고 했지 킬러 번호(주로 마지막 문항)에 암산으로도 가능한 문제를 넣겠다고 한 적은 없지 않나”고 했다. 과학탐구 게시판에 글을 적은 한모씨는 “이런 식으로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서 출제하는 게 맞나”라며 “제발 수능은 제대로 내 줬으면 한다”고 적었다. 국어 게시판에도 ‘시험 출제위원 직무유기’ ‘평가원스럽다=난이도 조절하는 법을 모른다’는 글이 게시됐다.
입시 커뮤니티도 지난 4일부터 9월 모의평가의 난이도가 너무 쉽다는 점을 문제 삼는 글이 게시됐다. 강사로 추정되는 한 이용자는 네이버 ‘수만휘’ 카페에 “의대 증원으로 N수생들 엄청 유입시켜 놓고 만약에 실제 (수능) 시험이 이 정도 난이도로 나왔다, 그러면 상위권 대학들 주사위 굴려야 된다”고 했다.
오는 9일 수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고민을 호소하는 글도 다수 보인다. 입시 커뮤니티 오르비 한 이용자는 “객관적으로 시험 난이도가 쉬워서 그렇지 절대 제 실력은 올1(모두 1등급) 실력은 아닌 거 같다"며 "수시 원서도 써야 하고 고민이 많다”고 적었다.
채점 결과가 나와 봐야 하지만, 가채점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된 각 업체별 등급컷과 수험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9월 모의평가는 쉬웠던 것으로 여겨진다. EBS가 홈페이지를 통해 9월 모의평가 체감 난이도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 4일 오후 8시 기준 응답자 4480명 중 33.6%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지난 6월 모의평가 직후 실시한 설문에서는 응답자 5871명 중 ‘매우 어려웠다’가 57.9%라고 답한 것과 대조됐다. EBS가 지난 4일 오후 8시 기준으로 수험생 가채점을 집계해 공개한 등급컷을 보면, 국어 ‘화법과 작문’은 98점, 수학 ‘확률과 통계’는 95점 이상이 1등급이다. 1~2문제만 틀려도 1등급을 놓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수능 난이도는 표준점수로 가늠해야 보다 정확한데, 메가스터디가 집계한 결과 국어 1등급은 126점, 수학은 133점이 1등급 구분 점수로 예측됐다. 6월 모의평가 1등급컷은 채점 결과 국어 132점, 수학 135점이었다. 상대평가 성적인 표준점수는 시험이 쉬워 평균이 높아지면 최고점이 하락한다. 절대평가로 90점만 넘으면 1등급인 영어의 경우 메가스터디는 가채점 등급컷에서 1등급 비율을 23.14%로 내다봤다. 종로학원은 11.31%로 예측했다. 6월 모의평가 영어 1등급은 채점 결과 1.47%로 논란이 됐다.
교육계에서는 수능은 너무 어려워도 문제지만, 너무 쉬운 것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6월 모의평가처럼 영어가 너무 어렵다면 수험 부담을 줄이는 절대평가 취지에도 맞지 않고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등급)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들이 속출할 수 있다.
반면 너무 쉽다면 수능 성적으로 당락을 가르는 정시에서 동점자가 속출, 의대 등 최상위 학과에서는 변별이 어려워지게 된다. 이듬해 대입에 재도전하는 N수생이 더 급증할 수도 있다.
다만 일부 입시 전문가 사이에선 평가원의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모의평가는 오는 11월 수능을 출제하는 과정에서 적정 난이도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수험생 수준을 파악하는 목적도 있기 때문이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평가원은 6월 모의평가나 지난해 수능보다는 쉽게 출제하려는 의도를 보였고, 이런 취지와 시도는 바람직한 것”이라며 “수능의 난이도는 6월 모의평가보다 쉽고 9월 보다는 어려운 정도에서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수능에서 이와 같은 기조를 뒤집어 어렵게 출제하면 수험생들에게는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위험성이 있다”라며 “따라서 평가원은 이번 9월 모의평가의 출제 기조를 유지하되 각 영역별로 1~2문항의 준고난도 문항을 갖고 난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험생들은 수능의 체감 난이도를 예단하지 말고 모든 영역을 고루 학습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 난이도는 6월과 9월 모의평가 중 6월 모의평가에 가까운 수준에 근접하게 학습하는 것이 안정적일 것”이라며 “의대 모집인원 확대로 상위권 N수생 유입이 예상돼 수능 점수를 예상할 때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두 모의평가 간) 영어 난이도의 격차가 매우 심각해 수험생들이 9월 모의평가에서 좋은 점수가 나오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어·수학·영어가 모두 쉽게 출제되는 기조가 수능에도 이어지면 탐구 선택과목간 점수차가 중요한 변수로 부각될 수 있어 학습에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경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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