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화재참사 피해 지원 ‘정치 셈법’에 발목…조례안 표류 위기
도내 시민사회, 화재참사 유족지원 조례 ‘셀프 취소’ 강력 규탄
건소위원 7명 중 6명 발의 서명에도 반대·기권 4명
본회의 상정 부결…도의원간 ‘기 싸움’ 후폭풍 해석
김영환 지사가 충북도의회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제천화재참사 유족지원조례 제정 추진 의지를 재천명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충북도 국정감사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국민의힘 정동만(부산 기장) 의원은 김 지사에게 “21대 국회가 제천화재참사 유족에 대한 지원결의가 있었는데도 아직 해소되지 않은 갈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방청 합동조사단도 (소방의) 총제적 부실을 이야기했는데, (유족 등에 대한)지원은 말로만 하고 있다”라며 “치유와 일상 회복, 전 국민적 슬픔을 안긴 화재인 만큼 더 세심하게 챙겨달라”고 요구했다. 답변에 나선 김 지사는 “어떤 보상으로도 위로받기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도지사를 포함한 도민들이 감싸 안아야 한다고 본다”라며 “도의회 설득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지난 2월25일 유족과 체결한 위로금 지급협약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 조례안을 만들어 지난달 열린 도의회 임시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건설소방위원회는 표결 끝에 김 지사가 상정한 조례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김 지사는 도의회의 부결 결정과 관련, “다른 시·군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도의회는 앞서 여야 의원 35명 중 22명, 건소위 소속 도의원 7명 중 6명이 지원 조례안의 공동발의에 참여하고도 스스로 번복한 것이어서 시민단체 등의 거센 비난을 샀다.
유가족과 부상자들은 지원 조례의 제정을 도의회에 촉구했다. 유족들은 “참사 7주기에 앞서 유족 지원 문제가 마무리되길 바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민사소송 판결을 이유로 조례제정을 주저하면 안 된다”라며 “도와 도의회는 유가족 상처를 해결하는 대승적 결단에 나서라”고 주장했다.
앞서 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가 지난달 이 조례안을 부결시키자 유족 측은 “인천 인현동 화재, 화성 씨랜드청소년수련의집 화재, 대구지하철 화재 등 사회적 참사도 지원 조례를 만들어 지원했다”라며 “제천 화재참사 지원 조례도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충북도 국감을 앞둔 국회에 “지난해 12월28일 여야 합의로 채택한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피해자 지원을 위한 결의’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천화재참사 유족 지원을 위한 조례안이 도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소송비 면제에 이어 위로금 등의 지원을 기대했던 유가족들은 또 한 번 좌절을 맛봤다. 유가족들과 함께 도내 시민사회는 이번 도의회의 위로금 지원 조례안 제정 부결에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족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로 마련된 ‘사망자 지원 조례안’이 도의회 건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의 사실이 알려지자 도내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도의회를 규탄하고 나섰다. 성명을 낸 충북자치시민연대는 “제천화재참사 유족 지원 조례 셀프 취소는 사회적 참사 아픔과 해결을 외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사회적 참사로 가족을 잃고 트라우마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유가족들에 대한 심리적 지원이 역시 충분하지 못했다”며 “그 빈자리에 주민의 대변자인 충북도의회가 충분한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어 “도의회가 스스로의 발의를 부정할 만큼 아마추어 의회인지 되묻고 싶다”라며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를 무시하고 두 번 울린 이번 사태에서 피해자를 단순한 협상대상자로 치부하는 도의회의 모습은 도민 대변자 역할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제천화재참사는 전례가 없는 사회적 참사”라며 “사고의 전례나 형평성 문제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또 “항간에 떠도는 의원 간 갈등 문제가 조례 부결의 발단이었다면 도의회 존재 이유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사회적 참사 문제 해결을 수수방관하며 사회적 참사로 고통을 겪는 지역 주민의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선 지난 6월 도의회는 충북도와의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제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참사 유가족과 부상자들이 억대 소송비용을 면제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했다. 이번 위로금 지원 조례 제정의 이의 후속이다. 무난한 조례 제정을 점쳤으나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도내 시민사회는 ‘셀프 취소’로 정의하고 있는 이유이다. 도의회는 제417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도가 제출한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관련 소송비용(채권) 면제 동의안’을 원안 가결했다. 이에 따라 제천참사 유가족 측이 도를 상대로 제기한 120억 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떠안게 된 1억7700만 원의 소송비용을 면제받게 됐다.
당초 이 조례안은 김 지사의 지원 약속이 있었던데다 소송비용 면제 동의안을 처리하며 도의회 내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판단되면서 통과가 유력했다. 김 의원의 대표 발의 과정에서 동료 도의원 21명이 서명을 했다. 특히 해당 상임위인 건소위 위원 7명 중 6명이 서명하기도 했다. /최경옥·지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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