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출범에 ‘경영난·집단해고 대응’”…보노 명지병원지부 ‘반발’
병원, 경영난 이유 화경미화·간호조무사 등 30명 ‘집단해고’
“집단·표적해고, 간호간병통합병동 폐쇄, 용역전환 등 규탄”
제천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명지병원의 간호간병통합병동 축소와 무더기 해고 방침을 일제히 규탄했다. 공공의료강화제천단양대책위원회 등 10개 단체는 “간호간병통합병동 일부 폐쇄는 지역주민의 간병비 부담을 늘리고, 병원이 지켜야 할 공공성을 저버리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커지고 있고 보건복지부도 이를 확대할 방침”이라면서 “병동 폐쇄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모든 역량을 동원해 명지병원의 민낯을 시민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와 함께 “병동 지원인력을 무더기 해고하고 직접 고용해 온 청소노동자들을 외부 용역으로 전환하기로 했다”라며 “지역 책임의료기관이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들에 따르면 88병상 규모 간호간병통합병동을 운영해 온 명지병원은 이를 62병상 규모로 축소할 방침이다. 병동을 줄이면서 간호조무사 등 병동 지원인력 12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일반 병동 입원 환자는 하루 6만~12만 원의 간병비를 부담하지만,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간호간병통합병동은 2만 원만 자부담하면 된다. 수요가 늘면서 간호간병통합병동은 전국적으로 2015년 7440여 병상에서 지난 6월 기준 7만6000여 병상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이 병원 김화영 간호조무사는 “경영상의 이유라고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간호간병통합병동과 일반 병동의 운영 수익은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이는 노조를 탄압하려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병원이 집단해고에 나서자 보건의료노조(노조)는 강력히 반발했다. 해고 철회와 사과 등을 요구한 노조는 민주노총 등과의 공조 투쟁을 예고했다. 최근 기자회견을 자청한 노조는 “명지병원은 집단해고와 노조 탄압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명지병원은 ‘병원이 어렵다’는 이유로 환경미화팀 소속 18명에 대한 계약을 해지했다. 간호조무사 등 병동 인력 12명은 해고 조치했다. 병원은 특히 일부 간호간병통합병동을 폐쇄하고, 간호사를 제외한 소속 병동 인력을 추가 해고하기로 했다. 상시 필수 인력인 청소노동자는 용역으로 전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이 제시한 해직 명분에 대해 해직자는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집단해고 조치는 병원의 자금압박이 아니라 최근 결성한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병원 노동자들은 지난 9월20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산하 명지병원지부를 설립했다. 노조는 “흑자를 자랑하던 병원이 10월부터 갑자기 ‘병원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노동자 해고 조치를 발표했다”라며 “이 모두는 시대 역행적인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노조는 “해고 통지와 ‘경영이 어렵다’의 공언 등 모든 일은 노조 설립 이후 일어났다”라면서 “명지병원은 집단 해고·표적 해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측은 “경영난으로 인한 구조조정은 올해 초부터 시작한 것”이라면서 “이번 간호조무사 등 해고와 계약해지는 관리자 명퇴 신청에 이은 후속 조치”라고 반박했다.
보건노조도 성명을 내고 명지병원의 집단해고를 비난했다. 노조는 “필요에 의한 해고의 법적 기준은 긴급한 경영상 객관적으로 합리성이 인정돼야 하며 해고를 피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라며 “(병원은)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카톡으로 보낸 일방적 공지로 명백한 부당해고 통보했다”라며 비난했다.
노조는 “지난 2011년 개설한 명지병원은 올 2024년 신관을 확장·오픈, 뇌혈관센터와 재활치료센터를 개소 하는 등 (병원은)꾸준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라며 “(병원은)제천시·단양군의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고 병원이 주장하고 있는 자금난을 부정했다.
노조는 실질적으로 병원이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재단의 무리한 사업확장에 기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재단이)충남 내포 신도시에 제3 명지병원을 설립을 위해 지금까지 토지매매대금 195억7400만 원을 낸 바 있다”라며 “이 매매대금은 어디서 나왔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직원과 환자가 만족하고 병원 직원들이 떠나지 않는 병원을 위해 노조를 설립했다”고 전제한 노조 명지병원지부는 “(설립 이후 첫 번째 교섭에서)병원은 노조와의 교섭을 통해 직원·환자 만족을 위한 병원이 되길 바란다”고 했지만 “병원은 성실히 교섭에 임한 것이 아니라 (집단 해고와 관련)경영진의 논의 결과를 마치 직원들과의 논의를 거친 것처럼 꾸며 일방적으로, 불법으로, 18명의 미화 여사와 12명의 병원 직원을 병원에서 나가라고 했다”고 분노했다.
“우리는 병원에서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다”고 주장한 병원지부는 “가장 힘들게 일하는 최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집단해고 조치는 명지병원이 경영의 책임을 약자에게 전가시키는 가장 비도덕적인 결정으로 노조 설립 40일 만에 노조를 약화시키기 위한 반노조적 행위”라며 “환자나 시민의 권리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임을 확인시켜 주는 반공공적 행위를 규탄한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노조는 “경영 위기가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어떤 협의도 노력도 없었다”라며 “청소하는 노동자, 병동에서 환자들을 보살피는 노동자, 최저임금 노동자들을 이렇게 대접해도 되는 것인지 묻는다”고 했다. “청소노동자·병동노동자 등은 (이 병원의)타 직역과 차별적 처우를 받아왔다”고 밝힌 노조는 “10만 원의 식대는 타 직역 13만 원, 기본급의 약 2%인 상여금은 타 직역 약 20% 등으로 규정됐다”고 주장했다.
해고 통지 즉시 철회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을 통해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앞으로도 지역거점병원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사회적 약속을 이행하라고 주장한 노조는 “우리의 소중한 일터를 무분별한 경영 논리를 앞세워 빼앗지 말라”며 “병원지부는 집단해고 사태를 막기 위해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 제천단양지부·시민단체 등과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경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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