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규 제천시장 시정지표 ‘의병의 고장 제천’ 곳곳이 복병
기사작성 : 2015.10.22 17:19

첫 단추 창의 120주년 제천의병제 낙제점…시민들로부터 대중적 합의 시급

뜬금없는 고려대학교 동문 초청에 시민들 비난·불만 쏟아져

 

이근규 제천시장이 주창해온 ‘의병의 고장 제천’이 첫걸음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러 험난한 갈길을 예고했다.

 

이 시장은 엄태영 전 시장의 ‘한방의 도시 제천’과 최명현 전 시장의 ‘자연치유 도시 제천’에 이어 ‘의병의 고장 제천’의 시정지표로 내걸었다. 이 시장은 ‘의병의 고장 제천’을 창의 120주년 제천의병제를 통해 시민과 대외에 알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 시장의 계획은 곳곳으로부터 복병을 만나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이 시장은 화산동 야외음악당을 의병 광장으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이 시장은 이에 앞서 야외음악당을 ‘의병광장’으로 변경하고 이를 알리기 위한 표지판 설립을 추진했으나 시의회로부터 예상 승인이 거부됐다.

 

시의회가 예산을 승인하지 않자 이 시장은 화산동민들의 협조를 얻어 현판식을 가졌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시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제천의병의 특정·역사적 사실과 무관하고 시민들이 별다른 불만 없이 사용해온 야외음악당이 ‘의병광장’으로 명칭 변경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시가 올해 창의 120주년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했던 의병제도 혹평 일색이다. 한글날인 지난 9일 시는 의병제 개막에 앞서 식전 행사로 청전동 구 시청인 보건복지센터에서 화산동 야외음악당까지 거리 퍼레이드를 가졌다.

 

의병 활동을 패러디 한 이 퍼레이드는 오전 이른 시간에 치른 데다 홍보가 부족, 보는 시민들이 적어 반향을 불러일으키는데 실패했다. 이어 치른 의병광장 선포식을 겸한 의병제 개막식장에는 이 시장의 모교인 고려대학교 동문들을 위한 귀빈석을 만들어 눈총을 샀다.

 

시는 모두 60여석의 ‘고대교유회’ 자리를 마련해 놓았으나 동문들이 찾아주지 않아 빈자리로 행사를 치렀다.

 

창의 의병과 전혀 무관한 고대교우 초청에 대해 시민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시민들은 이같은 행태를 이 시장의 ‘과시욕의 산물’로 치부키도 했다. 시민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강력 항의에 나서자 주최 측이 지정석을 알리는 표찰을 제거했다.

 

여기에 제천시의회 의원들은 지정된 좌석을 채우지 않아 시의 ‘의병광장’ 명명에 대해 앙금이 남아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날 기념식장에 자리한 시의원은 전체 13명의 가운데 4~5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의원들은 지역구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천막에서 의병제를 지켜보았다.

 

의병제 행사가 한창 진행 중인 오전 11시30분, 각 읍·면·동 천막에는 일찍부터 술자리가 시작되며 가볍지 않고 엄숙해야할 의병제 행사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중론이다.

 

이와 함께 당초 계획보다 20분 정도 늦은 오전 10시50분에 시작된 개막식 행사가 무려 1시간30분 동안 계속되자 일부 참석자들이 자리를 떠 휑한 개막식장 모습을 보였다.

 

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린 선열들의 숭고한 넋을 기리고 진혼하는 의병제가 술판이 난무하는 장으로 전락한 미숙한 시의 진행에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수천만원을 들여 초청한 유명 가수는 1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래를 불렀다.

 

자존심이 상한 이 가수는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키도 했다.

 

읍·면·동지역 시민들이 참여하는 전략전술경연대회 일부 종목에서 경기 방식에 혼선을 빚으며 장시간 경기가 중단되는 등 사전 준비의 소홀함도 드러났다.

 

의병제 행사를 주최한 (사)제천시문화예술위원회 홈페이지에는 개략적인 행사 안내만 있을 뿐 자세한 날짜별 일정표나 장소·행사 소개 등이 누락돼 홍보에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옛 동명초교 담장에 그려진 ‘제천의병사’ 전시도 시민들의 반응이 교차되면서 절반의 평가에 만족하고 있다.

 

시는 이근규 제천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옛 동명초교 담장에 ‘제천의병사’ 랩핑을 제막했다. 이곳에는 제천의병 연표를 비롯해 의암 류인석 의병대장의 의병격문과 이강년 의병장의 시 등이 담겨있다.

 

랩핑이 모습을 드러내자 일부 시민들은 제천을 알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인터넷 등의 표면적 여론은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 연표에 ‘명성황후’를 ‘명성왕후’로 표기, 항의를 받았다. 랩핑의 전반적 분위기가 밝지 못하고 어둡다는 평을 받아 장기적 차원에서 자칫 도시의 또 다른 흉물로의 전락이 우려되고 있다.

 

또 옛 동명초교 자리의 재개발에 대해 ‘예산낭비’를 전재하고 사업을 백지화한 실정에 막대한 자금을 들여 랩핑한 것도 이율배반적 이유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능력부족’이란 누리꾼은 “우리는 벽화 뒤에 숨겨진 슬픈 진실을 알고 싶다. 벽화 뒤에 감춰져 있는 동명초등학교의 개발계획을 알고 싶다.지방선거 끝난 지 벌써 15개월이 지났다. 도대체 우리 제천이 어디로 가는가? 동명초의 진실을 인양하라! 예산부족 타령은 그만!”이라고 적었다.

 

‘공자가라사되’라는 누리꾼은 “동명초등학교를 둘러싼 벽화를 보면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세치 혀의 테크닉으로 한순간은 속 일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 밝혀지고, 어눌한 진실은 그 당시엔 설득하기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빛을 발한다. 사람은 자고로 진실해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한 결 같이 전임 시장 시절 제천교육문화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매입한 옛 동명초 터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방치하는 데 따른 질책이다.

 

한 시민은 “의병의 고장 제천을 알리고 시민에게 제천의병의 역사를 제대로 홍보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제천의병사를 전시하는 것이 잘 못된 게 아니고 제천의병사로 가려진 옛 동명초 터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는 게 개탄스럽다”고 했다.

 

 다른 시민은 “제천교육문화센터 건립 계획을 없던 일로 만들었으면 거액을 들여 매입한 동명초 터 활용 방안을 먼저 찾는 게 순서”라며 “대책 없이 방치하는 옛 동명초 내부를 볼 수 없게 높은 담장을 설치한 뒤 '제천의병사'로 포장한 것 같아 씁쓸하다”고 했다.

 

 /최경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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