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기숙형학교 연구용역 긍정→부정선회 ‘적신호’
기사작성 : 2015.10.29 16:12

영춘·가곡·별방·단산중학교 등 하나로 묶어 2018년 개교 추진

청풍·수산·덕산·한송중학교 등 4개 학교 묶는 제천은 주민투표로 ‘백지화’

제천과 단양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던 기숙형 중학교 설립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제천지역의 지역 학부모들의 반대로 사실상 설립이 이미 물 건너간 상태이다. 단양지역은 김병우 도교육청 교육감이 소규모 학교의 통·폐합을 반대하고 있는데다 전문기관의 부정적 연구용역 결과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제동이 걸렸다. 제천지역은 청풍중학교와 수산·덕산·한송중학교 등 4개 학교를 묶어 단일 기숙형 중학교를 설립할 예정이었다. 단양지역은 영춘·가곡·별방·단산중학교 등이 하나로 묶는다는 계획이었다.


도교육청의 의뢰를 받아 교육정책 연구과제 ‘기숙형 중학교 운영성과 분석 연구용역’을 진행한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은 최근 최종보고서를 통해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기보단 특성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게 좋다고 결론 내렸다. 보은 속리산중과 괴산 오성중 등 도교육청이 운영 중인 기숙형 중학교의 장·단점을 비교분석하고 설문조사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용역을 진행했다.


연구원은 인구유입, 지역이미지 향상,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 교사의 자부심 향상 등을 기숙형 중학교의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상급학교 진학성과 미흡, 기숙사 여유공간 부족, 지역주민 활용도 저하, 교사 업무부담 가중, 학생의 정서적 불안감과 학부모의 불안감 고조 등은 단점으로 꼽았다. 연구원은 “기숙형 중학교는 긍정적인 성과도 이뤄냈으나 해결해야 할 문제점 역시 많다”라며 “기숙형 중학교가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의 정답이 될 순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형 기숙형 학교 ‘보딩스쿨’처럼 통합형 학교로 운영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소규모 학교를 무조건 통폐합하기보단 그대로 유지하면서 특성화를 유도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의 ‘부정적’ 용역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점은 두 달 전부터 예견됐다. 지난 8월 보고서 초안을 낼 당시 연구원은 기숙형 중학교의 장점을 집중 부각했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은 결재 과정에서 “더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개인적 의견을 달았다. 기회 있을 때마다 “농촌 공동화를 유발하는 소규모 학교의 획일적·인위적 통폐합은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왔던 김 교육감이 연구용역의 방향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1년 전국 최초로 기숙형 중학교(속리산중)를 세운 도교육청은 3년 안에 2개 학교를 추가로 설립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2018년까지 단양군과 영동군에 기숙형 중학교를 하나씩 세우는 방안이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기숙형중 시민사회 ‘강력반대’

도교육청이 2012년 제천과 단양지역에 각각 1개씩의 기숙형 중학교 설립을 발표하자 제천·단양지역은 즉각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당시 전교조와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8개 시민사회가 시민연대를 결성하고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이며 반대여론을 응집시켰다.

이들은 “도교육청의 농촌 중학교 폐교·합병 정책은 농촌지역공동체의 붕괴를 가속화 시킬 것”이라며 “폐교·합병은 재정 절감의 효과가 거의 없으며 지역주민의 감소만 가져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들은 “기숙형중학교 육성 기본계획이 본격 추진되면 제천과 단양지역의 각각 4개 학교 가운데 한 곳만 남고 나머지 학교는 폐교된다”며 “이처럼 폐교·합병될 중학교가 있는 읍·면 지역의 학부모와 주민들은 기숙형중학교를 자신의 지역에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쏟게 되고 이 과정에서 지역에 따라 학부모와 주민들의 이해와 요구가 달라 첨예한 갈등과 상처를 입는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초·중 통합학교에서 중학교를 분리해 폐교할 경우 소규모 초등학교만 남게 되어 결국에는 초등학교도 폐교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부연했다. 보은과 괴산에서 기숙형중학교가 준비될 당시에도 유치지역에서 탈락한 두 지역 주민들이 폐교·합병을 거부한 사례가 있었다고 이들은 사례를 제시했다.


이들은 지역공동체의 붕괴 가속화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들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월 내놓은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통폐합 효과 분석’ 보고서를 인용, 연구자료가 확보된 전남지역을 정밀 분석한 결과 학교 1곳이 문을 닫을 때마다 시 또는 군 단위 지역에서 초·중·고에 다닐 만한 연령대의 청소년이 79∼130명 줄었다고 밝혔다. 학부모 인구도 111명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도교육청이 학교 통·폐합의 효과를 지나치게 부풀려 해당 지역 주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도교육청이 3~4개 학교를 폐교시키고 한 개의 학교로 합병시키면 최소한 2배 이상의 재정 절감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홍보하고 있으나 지난 2006~2010년 5년 동안 소규모 학교 통폐합의 비용 대비 수익결과가 1.1에 그쳤다고 자료를 제시했다. 폐교·합병이 된다고 해서 교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므로 인건비 절감의 효과도 없다고 도교육청의 입장에 반론했다.
 
◇제천 기숙중 한수면 주민투표 결과 ‘반대’

제천지역 청풍·수산·덕산 등 3개면 지역의 중학교를 통합해 청풍면에 건립하려 했던 제천 기숙형중학교 설립은 추진 3년여 만인 지난 6월 사실상 백지화됐다. 교육부는 청풍·수산·덕산면은 물론 한수면 한송초·중학교까지 통합하라는 조건을 걸어 제천 기숙형중학교 건립을 승인했다.

하지만 한수면 주민의 반대로 건립이 불가능해졌다. 제천교육지원청이 한수면 한송초·중학교 학부모 등 25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3가구가 반대했다. 반대율은 92%이다. 지난 2012년 기숙형중학교 건립 추진 초기 한수면지역에서의 설문조사는 반대 53%에 찬성 47%였다.

찬성에 비해 반대 입장이 다소 앞서자 제천교육청 등은 한수면지역을 기숙형중학교에 포함하려는 노력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교육부의 기숙형중학교 승인 조건을 충복하지 못해 결국 사실상 ‘무산’ 됐다.          

/최경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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