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당시 재난컨트롤타워 부재…상황판단 미숙”
“표준행동요령상 상황판단회의도 생략”
청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서 집중 포화
오송 참사의 주요 피의자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미호강 제방 공사 감리단장이 구속됐다.
검찰은 모두 25명의 사상자를 낸 청주의 미호강 오송 참사와 관련, 시공사와 감리단·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등 주요 피의자 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청주지법 손승범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최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감리단장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증거 인멸과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미호천교 아래 기존 제방을 무단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제방을 쌓아 25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는다.
문제가 된 제방은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공사’ 과정에서 미호천교 아래에 있던 기존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장마를 앞두고 다시 쌓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설사 책임자 2명과 감리단 책임자 1명,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과장과 공사관리관 등 3명은 같은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한편, 청주시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 당시 재난안전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관기관 등의 하천 범람 경고를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에 보고하지 않으면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청주시에 대한 청주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장에서 쏟아졌다.
청주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김영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청주시 안전정책과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의 관리 주체는 충북도이지만, 재난안전관리법상 재난대응 책임은 청주시에도 있다”며 “시는 집중호우 당시 재난안전기본법에 따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재난안전 컨트롤타워 부재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 의원은 “(사고 발생 2시간 전부터) 금강홍수통제소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시민들이 청주시에 수차례 미호강 범람 위험을 알렸다”며 “최초 전화를 받은 흥덕구 건설과는 본청 안전정책과와 하천과에 보고했으나 정작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인 재난안전상황실에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재난안전상황실이 모든 상황을 지휘·통제·전파해야 하는데, 구청에서 상황을 공유하다보니 (지하차도 관리청인) 충북도에 보고되지 않고 각자 논 것”이라며 “재난대응 컨트롤타워인 청주시 재난안전상황실은 유명무실했고 부실했다”고 질책했다.
풍수해 표준행동요령상 상황판단회의를 열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김 의원은 “자체회의와 상황판단회의는 엄연히 다른 것”이라며 “경찰·소방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종합적인 분석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과 안전정책과는 왜 표준행동요령에 있는 상황판단회의를 하지 않았느냐”며 “표준 절차와 법·조례 등에 명시된 재난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이에 소중한 시민 생명을 앗아갔다”고 다그쳤다.
답변에 나선 최원근 안전정책과장은 “상황판단회의를 비상근무 1단계에서 실시하고, 2단계와 3단계에서는 수시로 대책회의를 했다”면서도 “재난안전상황실과 재해대책본부 운영이 미흡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하천 범람 전 금강홍수통제소와 행복청에서 주민 대피를 요청해 일대 주민 대피에 집중했다”며 “(행복청 등이) 도로나 지하차도 통제를 특정해서 알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택 의원은 이범석 청주시장을 직접 겨냥했다. 김 의원은 “우리 자치단체장은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하는데, 책임이 없을 수가 없다”며 “법적 책임은 나중에 검찰이 따지겠지만,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 시장이 지난 9월 시정질문에서 “청주시는 지하차도 관할청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의무가 없다”며 “도의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은 있어도 법적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에 반박한 셈이다. 이 시장은 10월 국정감사에서 중대재해법 적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도 “청주시는 해당 도로 관리 책임이 없다"며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을 한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청주에서는 7월15일 오전 8시40분께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인근 미호강 범람으로 침수되면서 1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사고 직후 국무조정실은 도로 관리청인 충북도를 비롯해 행복청과 청주시·공사업체 관계자 36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고, 63명을 징계 요구했다. 검찰은 청주지검에 수사본부를 꾸려 충북도와 청주시,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건설사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범석 시장과 김영환 지사는 유족과 시민단체 등에 의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고발됐다. /최경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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