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표결 재적의원 300명 중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범야권 192명·국민의힘 3명 등 195명 참석 의결정족수 부족”
충북도, 대책회의 “민생 안정 주력”…시나리오별 대응책 논의
탄핵정국 파장 주시…도내 일선 단체장·의회 해외 출장 줄취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은 일단 면했지만, 정치적 파장과 혼란은 충북에서도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됐다. 탄핵안 표결을 위해선 재적의원(300명) 중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범야권의원 192명과 국민의힘 안철수·김상욱·김예지 의원 등 195명만 참석했다. 의결정족수 부족에 투표가 성립되지 않으면서 개표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탄핵안은 자동 폐기됐다.
◇도내지역 시민단체, “거리 나선 시민 절박함 무시”
대통령 탄핵안이 무산되자 지역 노동계와 시민단체, 야당은 비판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 충북도당은 “윤석열 탄핵 반대를 택한 국민의힘은 내란 동조범이 됐다”라며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도당은 도당과 8개 지역위원회별 비상상황실을 운영하는 한편,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윤 대통령 퇴진을 위한 집단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노총 충북본부와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국민의힘을 강하게 성토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 한 인사는 “위헌을 저지른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은 정치권에 화가 난다. 거리로 나온 시민들의 절박함을 무시한 것”이라며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도청 앞과 시군 거리에서 촛불 집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탄핵 정국 속, ‘지역 현안 표류’ 우려도
지역 주요 현안이 정치권 이슈에 뒷전으로 밀려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 탄핵안이 무산되면서 여야는 지난 11일 임시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재개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안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이어서 당분간 대치 정국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경우 본회의에 부의된 야당 단독 감액안이 처리되거나 전년도 예산안에 준해 편성되는 ‘준예산’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나고, 정치권의 ‘탄핵 공방’으로 관심이 집중되면서 정부가 추진하려던 각종 경제정책은 동력을 잃고 표류하게 됐다. 반도체 특별법과 상속세제 개편안 등 주요 경제 법안이 좌초되는 것은 물론이고, ‘밸류업’·양극화 해소 등 정부가 중점 추진하던 정책들도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최악의 경우 본회의에 부의된 야당 단독 감액안이 처리되거나 전년도 예산안에 준해 편성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를 맞을 수 있다. 준예산은 직전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31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의 정부 기능 유지를 위해 전년도에 준해 편성하는 예산이다. 준예산이 편성되면 공무원 인건비·국고채 이자·국민연금·아동수당·생계급여 등 기본적인 예산 집행만 가능하다. 상당수 복지 재원 지출이나 재량 지출 등은 집행 제한이 불가피해진다. 여야 모두 준예산 시나리오에는 선을 긋는 기류이지만, 탄핵정국이 장기화한다면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여당이 추진하던 반도체 산업지원 정책 및 관련법 처리는 ‘탄핵 정국’과 맞물려 기약이 없어질 위기에 놓였다. 반도체 기업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를 예외하고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반도체특별법)’과 관련, 여야 간 합의처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도 현재로서는 논의 재개 시점을 예상하기 힘들다. 대규모 전력을 쓰는 인공지능(AI)·반도체 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국가전력망 확충시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인데, 탄핵 논의가 모든 의제를 집어삼키면서 추진 동력을 상실했다. 원전 수출과 동해 심해 가스전 시추사업(대왕고래 프로젝트) 등 주요 사업들도 난관에 부딪혔다.
여야 극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내년도 예산안도 막판까지 험로를 걷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야당은 정부안에서 4조1000억 원을 삭감한 ‘단독 감액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0일까지 예산안 관련 합의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관련 논의는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야당의 ‘예산 폭거’를 들면서 향후 여야가 원만한 합의에 끌어낼 여지는 더욱 좁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예산안 증액이 이뤄지지 않으면 도가 추진하려는 다수의 사업 일정 지연은 불가피하다. 도는 정부안에 반영된 9조93억 원의 전액 확보와 함께 정부안에서 빠지거나 삭감된 일부 현안 사업비 3907억 원 증액을 모색 중이다.
김영환 지사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오송 인공지능(AI) 바이오 영재학교 설립 사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200억 원의 국비를 더 확보하지 못하면 내년 하반기 착공은 물론 2027년 개교도 미뤄질 수 있다. 청주국제공항 민간 항공기 전용 활주로 신설을 위한 타당성 검토 용역과 반도체 공동연구소 건립 등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도가 강력하게 요구하던 현안 법안 제·개정 작업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민주당 이연희(청주 흥덕) 의원은 중부내륙특별법 전부 개정안을. 송재봉(청주청원) 의원이 청주공항특별법 제정안을 연내 발의하기로 했지만, 현재 정치 상황 속 국회 심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도는 지난 6일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논의하는 등 앞으로 시국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 관계자는 “전체적인 정국과 별개로 지역 민생과 현안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정치적 혼란 속 도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원활한 도정 운영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도정 안정화 대책회의…“민생 안정에 모든 행정력”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탄핵 정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충북도가 민생·행정 안정 방안 마련에 나섰다.
도는 최근 정선용 행정부지사 주재로 실국장 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도정 안정화를 위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앞으로 탄핵 국면이 장기화하거나 변화가 생긴다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는 중부내륙특별법 전부 개정과 청주국제공항 특별법 제정, 국비 예산 증액 등 충북 현안이 정치권 이슈에 묻히지 않도록 지역 국회의원들과 협력하기로 했다. 또 일시적 환율·증시 불안정, 소비심리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물가안정 관리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을 줄이기 위해 긴급 서한문을 발송하고, 기업과 시장 동향도 파악하고 있다. 정 부지사는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도민들이 일상에서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도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도내 지자체장·의회 등 해외 출장 잇따라 취소
비상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충북 도내 지자체장과 의회의 해외 출장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도와 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윤건영 도교육감은 1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예정된 유럽 국외 연수 일정을 취소했다. 윤 교육감은 도내 중등교사·운영단 등 27명과 함께 8박 10일 일정으로 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서 중등교실수업혁신(IB) 국외 연수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윤 교육감은 “공무원인 우리는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임무와 역할을 충실히 하며 이 상황이 안정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오는 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 일정으로 예정된 뉴질랜드와 오클랜드 해외 연수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도와 청주시 등 자치단체, 일선 시·군의회 등은 불필요한 논란을 부를 수 있는 해외 출장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김영환 지사는 “공직기강을 확립해 흔들림 없이 도정을 운영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렸다. 그는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국에 도정이 흔들린다면 도민의 혼란과 불안도 가중될 것”이라며 당면업무의 차질 없는 수행과 공직자 품위 손상 행위 금지, 정치적 중립 유지 등을 주문했다. 송기섭 진천군수도 탄핵 정국 기간 중 해외 출장·연수를 금지하라고 지시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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